독일, 생각한대로 살아보기

3주간 폭풍처럼 몰아쳤던 독일어 초급 인텐시브 코스도 "Sehr gut"으로 마무리. 10월부터 본격적으로 백수의 삶이 시작됐다. 남편이야 이제 10월 셋째주부터 수업이 시작되기 때문에 군기가 바짝 들었다만 나는 아니다.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이 내 앞에 무한정 펼쳐져 있는 것이다. 내 인생에 최초로.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건 아니다. 독일어 공부를 열심히 하긴 해야한다. 여기 정착해서 살려면 말이 트이긴 해야하지. 하지만, 내가 '앞으로 해야할 것들'은 아직 허공에 떠있고 내 도화지에는 깨끗하게 아무런 스케치가 되어 있지 않은 상태인 것 같다. 내가 원하지 않으면 안 해도 된다. 나는 지금 하고 싶은 걸 해도 된다. 

처음엔 A1.1을 마치자마자 바로 A2를 들을까 싶어서 어학원 과정에 등록도 해놓긴 했는데, 너무 급하게 가지 않아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잠깐, 내가 여기서 대학을 다닐 것도 아니고. 2년 안에 무조건 뭘 해야겠다는 목표가 있는 것도 아니고. 성급하게 앞으로 돌진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과 함께 그럼 천천히 내 템포대로 해보자,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당분간 독일어는 혼자 공부하기로. 독학이라는 걸 해보려고 한다. 혼자 공부한다고 하면 사람들은 소매를 걷어붙이고 말리겠지만. 일단 3개월 정도 느긋한 속도로 '좋아서 하는 어학공부'를 해보고 영 시원찮으면 어학원의 도움을 받기로. 그렇게 정했다.

독일어 공부 말고도 내가 뭘 꾸준히 해보면 좋을까, 싶어서 몇 가지 목표를 정해봤다. 우선순위 1은 독일어 공부하기. 2는 글쓰기, 3은 책읽기, 4는 기타치고 노래하고 홈레코딩 해보기. 5는 성경 통독, 6은 운동. 와. 하루가 아주 바쁘게 흘러갈 것 같다. 내가 자발적으로 하고 싶은 걸로 시간을 채우면서. 한량이 따로 없다.

하지만 구조화가 필요했다. 내 단순한 생활패턴을 체크할 수 있도록 눈에 보이는 뭔가가 필요했다. 스스로 동기부여된 상태로 최대한 유지할 수 있도록. 하루를 반성하고 그걸 토대로 다른 내일을 준비할 수 있는 장치. 그래서 데일리 트레킹 스케쥴 표를 만들어봤다. 무려 6개월짜리.

자신만만하게 독일어 공부를 하루 맥시멈 8시간으로 잡았다. (ㅋㅋ) 턱도 없다.
S: Spiritual time, W: Writing, R: Reading, M: Musiking, F: Fitness
왜 Fitness는 한 번도 안지킨 건지.... 미스테리.

일단 습관을 만드는 시간이니까, 10분만 해도 체크하기로 했다. 기타 잡고 10분만 연습해도 체크. 책 10분만 읽어도 체크. 글 10분만 써도 체크. 와 무섭다. 그런데도 운동은 10분도 안했구나. 나 정말 세상 게으르다.....

12월 말까지 이렇게 한번 살아보고 중간 점검을 해야겠다. 100일간의 실험: <생각한대로 살아보기>. 이럴 때 아니면 언제 또 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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