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홀로 우반타기. 모든 것은 시작됐다

생각해보니 나는 독일에 오고 줄곧 두달 내내 남편과 함께 다녔다. 어학원도 함께 다니고 주말에도 함께 시간을  보냈으니. 세상에. 두달 꼬박 내내 붙어 다녔네. 이제서야 (드디어?) 남편의 학기가 시작되어 처음으로 혼자 집 밖을 나섰다. 원래 혼자 다니는게 어려웠던 사람도 아니었는데. 사람이 이렇게 의존적이 된다. 밖에 살아보니 더 그렇다. 복잡해 보이는 교통편도 스스로 해결해야 하고 제때 환승도 잘 해야한다.

목적지는 교회. 성경공부 모임에 나갈 참이다. 핸드폰 어플로 검색해보니까 어렵지 않다. 늘 탔던 곳에서 갈아타면 된다. 우반 타고 50분 정도. 그동안 우반을 탔을때는 줄곧 멍때리고 남편 따라 내리고 탔었던 것 같은데 이제 내리라고 알려주는 사람이 없으니 혼자 알아서 잘 해야 한다. 알람을 켜둘까? 딴 생각 하다가 다른 정거장에서 내릴 수도 있다.

나 혼자 배낭매고 유럽여행을 온 적도 있는데. 그때는 지금보다 핸드폰이 발달되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즉각 검색해서 답을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전날 컴퓨터를 빌려서 정보를 검색해놓고 그대로 찾아가야 했는데 나름의 스릴과 재미가 있었다. 그것도 그것 나름대로 재밌었는데. 매주 갔던 교회 찾아가는 것 쯤이야.

요즘 날씨가 참 좋다. 우반을 타면서 찬란한 빛으로 가득한 도시와 푸르른 녹지를 구경했다. 혼자 턱을괴고 창문을 바라보고 있으니까 누군가 말을 걸어오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든다. 뭐 때문에? (ㅋㅋ) 그러다가 슬그머니 말을 시켜볼까 하는 생각도 든다. 말지 뭐. 내가 아는 문장이 몇 개 안된다. 구텐탁. 너 이름이 뭐니? 너 몇살이니? 어디서 사니? 넌 취미가 뭐니? 너 직업이 뭐니? 입 속으로 문장을 굴려본다. 그 다음에 대화할 거리에 대해서 공부해봐야겠군.

매일이 요즘같은 가을날이면 좋을텐데. 춥지도 않고 하늘도 맑고 높다. 발 걸음도 힘차게 앞으로 앞으로. 매주 오고갔던 이 거리가 오늘은 혼자라 색다르다. 모두가 하고있고 지극히 평범해 보이는 일과 중에 하나인 우반타기가 오늘만큼은 특별하다. 

박군이 쉬는시간에 찍어 보내준 가을나무.

빛이 뿜어져 나오고 있다.

따사로운 가을빛을 받은 나무들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다. 노란색 빨간색 온갖 빛갈의 단풍잎이 거리에 가득하다. 거리를 구경하면서도 다음 역을 알려주는 전광판은 놓치지 않고 힐끔거려줬다. 환승할 타이밍에 딱 맞춰 내리는데 왠지모를 뿌듯함이 느껴진다. 

나의 생활이 시작됐다. 뭐 대부분은 교회를 가고 운동을 가고 놀러를 가는 평범한 일상이겠지만 비로소 개인적인 독일 라이프가 시작된 것이다. 홀로 우반타는 이 평범한 경험에 나는 의의를 두고 싶다. 날이 좋아 솜털처럼 날아갈 것 같았던 이 즐거운 마음도 기억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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