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언 몸 녹이는 몇 평의 따뜻한 방을 고마워하고

겨울 사랑

박노해


사랑하는 사람아

우리에게 겨울이 없다면

무엇으로 따뜻한 포옹이 가능하겠느냐

무엇으로 우리 서로 깊어질 수 있겠느냐


이 추운 떨림이 없다면

꽃은 무엇으로 피어나고

무슨 기운으로 향기를 낼 수 있겠느냐

나 언 눈 뜨고 그대를 기다릴 수 있겠느냐


눈보라 치는 겨울밤이 없다면

추워 떠는 자의 시린 마음을 무엇으로 헤아리고

내 언 몸 녹이는 몇 평의 따뜻한 방을 고마워하고

자기를 벗어버린 희망 하나 커 나올 수 있겠느냐


아아 겨울이 온다

추운 겨울이 온다

떨리는 겨울 사랑이 온다



* * *

시가 참 마음에 든다. '내 언 몸 녹이는 몇 평의 따뜻한 방을 고마워하고' 이 부분이 가장 좋다. 가장 춥고 시린 순간을 감사할 수 있다는 사실이 역설적이다. 요즘 바깥 온도가 영하로 떨어지면서 추위가 서슬퍼렇게 안방을 지배하고 있다. 난방텐트 조차 어찌할 수 없는 찬공기가 매섭다. 잠들기 전 전기난로로 공기를 잠깐 뎁혀놓긴 하지만 난로의 전원을 끄는 순간 따뜻한 공기는 허무하게 사라져버린다.



눈으로 덮인 동네



따뜻해보이지만 사실 무지하게 춥다. 추워서 창문 곁에 서있기도..


이렇게도 춥고 시린 집이지만 이런 집이라도 있어 감사하다. 집 구하기가 힘들기로 소문난 이 동네에서 그나마 지낼 곳을 구해 이만큼 적응하며 지낸 것이 감사하다. 살면서 이렇게 춥게 잤던 적이 없는데 지금까지 크게 아프지 않고 (코만 찔찔) 건강 유지하며 지낼 수 있어 감사하다.  


감사할 일들이 많다. 11월이 지나고 2017년의 마지막 달, 12월이 찾아왔다. 학교도 다니게됐고 학생보험에도 가입했고 학교에서 부분 장학금도 받게 됐다. 새로운 시작을 앞두고 걱정과 염려가 많기는 하다. 주저주저 하다. 공부는 나와 잘 맞을지, 시작과 마무리를 잘 맺을 수 있을지, 나머지 학비 재정은 어떻게 채울 수 있을지. 추운 날씨처럼 내 마음 속 가능성과 여지도 팍팍해지는 것 같다. 하지만 마음을 잘 고쳐 먹어야지. 비관으로 마음이 강팍해지지 않도록 아침마다 잘 만지고 주물주물 거려야겠다. 12월을 감사의 마음으로, 한해를 감사로 매듭지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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