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로움에 몸부림치는 독일 유학생의 1월

1월은 남편에게 있어서 고난의 행군이자 암흑과 같은 날들이 연이어 일어나는 달이다. 유학 후 첫학기 마무리를 맞이하여 시험과 발표가 줄지어 몰려있는 까닭이다. 수업을 듣는 과목마다 발표며 시험이며 넘어야 할 산이 너무나도 많기에 요즘 남편은 날마다 괴로워하고 있다. 

누워있는게 가장 좋은데....

일어나는 건 정말 괴로운 일이다 ㅠㅠ (남편의 동의를 얻고 사진 올림!)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짠하기도 하고 웃기기도 하다. 되지 않는 영어로 뭐든 해보려고 발악하는 모습은 연민을 절로 불러일으키고, 괴로움에 몸부림치는 모습은 때론 정말 코미디가 따로 없기 때문이다. 이건 나 혼자 보기 아까울 지경. 사람이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으면 이성을 잃어버린다던데 날마다 정신줄을 붙잡고 고분군투하는 모습이란..

나는 소파에서 미적대는 남편을 토닥이면서 곁눈질로 시계를 훔쳐보며 되도록 이성과 현실의 자리를 지키려고 노력한다. 엄청난 분량에 기가 눌려있는 남편에게 별거 아니라고, 다 차근차근하면 괜찮을 거라고 처음부터 잘 하는 사람이 어딨느냐고 다독거리기도 한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이 말들은 나에게 하는 말이기도 하다.

독일어를 본격적으로 배우기 시작해보니 그 엄청난 범위와 익혀야 할 분량에 조금 눌려지는 감이 없지않아 있다. 나의 하루는 망망대해에 하나의 점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그 점들이 이어져봤자 바다의 깊이를 어떻게 헤아릴 수 있을 것인고. 봐도봐도 잊어버리고 돌아서면 처음본듯 생소한 이 느낌이란. 막막함이 남편과 내가 지금 짊어지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노력없이 얻어지는 것은 없다는 말이 얼마나 책임의 무게가 따르는 말인지, 하루의 대부분의 시간을 책상에 앉아 보내면서도 진전없이 하루를 마감하는 우리로서 이것이 얼마나 도닦는 일과 같은지 깨닫고 있다. 그래. 우리는 도를 닦는 심경으로 오늘도 책상에 자신을 구겨 넣는다. 오늘 하루 점이라도 찍어야 내일을 맞이할 수 있으니. 지루하고 때로는 반복적이고 지극히 심심한 1월이지만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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