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없는 집에서 나는 무엇을 할까요

남편이 없는 집에서 나는 무엇을 하나

남편의 페루로 2주간 집을 비운 동안 나의 패턴은 이러하다. 먼저 6시 반 기상. 씻고 나갈 준비를 한 뒤에 책상에 앉아서 아침으로 빵먹기. 밥 먹고는 글을 조금 쓰다가 책가방을 챙겨서 어학원으로. 나가기 전에 문 앞에 서서 몇번이고 열쇠와 지갑을 확인하는건 아침마다 하는 행사다.

집에서 학원까지는 걷는 시간 빼고 30분 정도. 열차 안에서는 대부분 멍 때리며 가지만 의욕이 넘칠때는 독일어 방송을 들으며 간다. 학원에 도착하면 9시. 9시부터 1시 15분까지는 쭉 독일어 수업이 진행된다. 9시에 시작한 수업은 11시에 마치는데 끝나고 30분간 쉬는 시간을 보내면서 바나나 하나와 귤 하나를 먹는다. 어떤 친구들은 샌드위치를 먹거나 과자를 먹기도 하는데 나는 바나나 하나, 귤 하나의 패턴을 두달째 반복하는 중이다. 왜냐면 어쩐지 간편해서? 쓰레기도 안생기고.

11시 반부터 다시 쉬는시간 없이 1시 15분까지 쭉 수업이 진행된다. 눈이 흐리멍텅해질 무렵이면 수업이 끝나고 또 한참 멍때리며 열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온다. 2시 15분쯤 집에 도착하면 먼저 거실과 부엌, 화장실과 안방에 문이란 문은 다 열어놓고 3시까지 환기를 시킨다. 요즘같은 날씨는 환기시키면 방안 온도가 5도까지 떨어진다. 오들오들 떨면서 그 사이에 점심 먹을 것을 대충 챙긴다. 역시 책상으로 가져와 영상을 보면서 먹는다. 

바깥 온도: -12도, 안방 온도: 5도 

딴 생각도 하고 쉴 만큼 쉬다가 슬슬 뭔가 해볼까, 하면 시간이 4시쯤. 그때부터 '심각하지 않는 수준'에서 독일어를 공부한다. 예를들면 독일어로 진행하는 영상을 본다 던 가 문법을 설명하는 영상을 본다 던 가 하는 수준이다. 그러다가 정식으로 공부할 마음이 생기면 '오늘 숙제가 뭐였지?'하면서 최대한 부담갖지 않고 책을 편다. 숙제하고 오늘 내용 복습하고 단어를 암기하고 그러다가 지루해지면 다시 영상보고. 비슷한 식이다. 

그러다가 저녁 때가 되면 또 (대충) 먹을 것을 들고와 책상에서 먹는다. 혼자 먹을 땐 식탁에서 먹는 법이 한번도 없었다. 먹을 때만큼은 독일어랑 상관없는 영상을 또 틀어놓고 먹는데 대부분 영화를 소개하는 유투브 채널을 애용하는 편이다. 영화는 보고싶지만 보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영화 소개 영상으로 해결하는 것 같다.

저녁에는 오후처럼 공부인지 아닌지 경계가 모호한 시간들 을 보내고 10시가 되면 취침하러 들어간다. 말 그대로 하루 종일 먹고 공부하고 먹고 자고의 연속이다. Wie öde! 나란 사람은 왜 이렇게 단조로운지. 나는 단순하고 실용적인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이렇게 심심한 나라에서 여지껏 버티고 살고 있는지 모르겠다. 

6개월 배우면 이렇게 씁니다만 내용은 유치원생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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