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유학생부부의 4월의 일상

슈투트가르트의 날씨는 봄을 넘어 어느덧 여름에 이르고 있다. 길가에 늘어선 나무들은 푸르른 빛깔을 뿜어내고 있다. 나는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오는 이토록 강력한 온화함에 탄력을 받아 독일어 공부에 온 시간을 몰빵하며 나의 4월을 보내고 있다. 

봄에 탄력을 받아 우리 식물 친구들이 하늘로 쭉쭉 뻗어나가는 중이다. 

B2과정이 시작되니 B1보다 말을 확실히 많이 시킨다. 별별 테마에 대해서 토론 아닌 토론을 하는데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테마가 주거 방식에 대한 거면, '네가 사는 곳은 어떻니?', '어떤 장점이 있니?', '앞으로는 어떻게 살고 싶니?' 이런 식이다. 선생님이 곧바로 나한테 질문하거나 옆사람과 얘기하거나 그룹을 지어 얘기하거나. 계속 말 말 말 말!

B1때는 그나마 문법이나 독해, 듣기 분량이 상당했기 때문에 그걸 하다보면 시간이 훌쩍 가곤 했는데 지금은 오로지 말하기가 중점인 느낌이다. 나는 말을 썩 잘하는 편이 아니라 자꾸 말 시키는 방식에 적응하는데 꽤 시간이 걸리긴 했다. 이젠 뭐랄까. 그냥 마음을 놔 버렸달까..

B2의 범위란 그야말로 무궁무진해서 책만 가지고는 부족하다. B2수준이 되면 어느정도 신문을 읽는다거나 잡지를 읽거나 뉴스를 보는데 큰~~ 문제는 없는 수준이 아닌가? (아닌가????) 이론적으론 그렇지만 나는 한참 부족한 것 같아서 나 혼자 시작한 것이 있다. 바로 영화 반복해서 보기.

내가 정한 영화는 겨울왕국이다. 독일어로 Eiskönigin! 구글 무비로 독일어 버전을 7유로 주고 샀다. 벌써 10번정도 봤으니까 앞으로 90번(응?) 남았다. 주로 학원을 가는 길, 오는 길, 집에 와서 점심밥을 먹을 때 켜놓고 들으려고 하고 있다. 한 50번쯤 반복해서 보는게 넘어가면 받아쓰기도 해보려고. 70번쯤 넘어가면 대사도 외워보려고 한다. 중간중간 엘사와 안나의 노래가 나오기 때문에 반복해서 듣기 나름 괜찮은 편이다. 안나가 총알처럼 빠르게 대사를 읊는 부분은 들어도 들어도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지만 이것도 듣다보니 그러려니, 받아들이게 된다.

나는 이렇게 독일어 공부에 열을 올리고 있고 남편은 2학기가 시작되어 다시 수퍼 열공 모드에 올랐다. 박군의 이번 학기는 조금 특이하게 한달에 한 과목 씩 집중적으로 공부한다. 하루 다섯시간씩 한달에 한 과목이 끝나는 것. 그말은 2주마다 시험이 있고 월 말에는 최종시험이 있으니 그야말로 한학기 내내 시험기간인 샘이다.

그 와중에 박군은 베이킹을 시작했다. 이렇게라도 뭔가 풀어야지 안 된다나. 스트레스와 압박감을 다른 창조로 풀어내다니 기가 막히다. 덕분에 식빵이나 호밀빵, 머핀 들이 다양하게 쏟아져 나오고 있다. 물론 주말에만. 평일엔 베이킹이고 자시고 밥먹고 자고 시간이 없다.

구역모임에 가져갈 머핀을 굽는 중

자툰에서 제일 저렴한 반죽기도 구입했다. 공장 열심히 돌려서 반죽기값 뽑아야지!

식빵1

머핀. 이거 사실 거의 인스턴트 수준.. 패키지 안에 다 들어있다.

라즈베리가 들어간 호밀빵. 꿀맛!!


유학생활이 벌써 9개월차에 접어들고 있다. 통장도 급격하게 홀쭉해지고 있는 중.. 우여곡절도 있었지만 잘 버티면서 지내고 있는 듯 하다. 독일말만 좀 얼른 쏼라쏼라 잘 하게 되면 좋겠다. 학원 다닌지도 3개월이 넘어가니 수업도 좀 빠지고 싶고 공부도 대충대충하고 싶다는 강력한 욕구가 든다. 마음 다잡는 것도 수양이 필요하다. 

빵 빵 빵 빵. 아침먹고 빵, 점심먹고 빵, 창문을 열어보니 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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