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에 누워 월식보기

내가 월식하고 일식의 차이점도 모르고 살았던 것은 그동안 너무 바쁘게만 살아왔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과학을 배웠던 게 아주 오래전 일이라 (문과생입니다) 가물가물한 걸지도 모르겠다. 하늘에서 일어나는 일들에는 별 관심이 없고 땅에 속한 일에만 열심이었다. 일하고 먹고 자고 또 과제하고 이런 것들. 그런 내가 독일에 와서는 발코니에 앉아 월식이 일어나는 달을 열심히 관찰하고 있다.

여름엔 꽤 시원하다고 하는 독일이지만 잠 못 이루도록 후덥지근한 날도 있다. 어제가 그런 날이었다. 발코니에 앉아 달을 구경하면서 가끔 불어주는 바람을 맞으며 열을 식혔다. 하늘에 달이 떠있었지만 평소와는 다르게 시껌시껌했다. 태양과 지구와 달이 일열로 나란히 서 있어서 달빛이 완전히 가려지는 모양이다. 발코니에서 몸을 식히고 다시 안방으로 들어왔는데 열기가 아직 더워서 좀처럼 책이 눈에 들어오질 않는다. 오늘 밤은 창문을 열어놓고 자야겠다 싶어서 창문을 활짝 열어 젖혔는데, 창문 밖으로 월식이 쏙 들어온다.

안방 침대에 누워 월식현상을 지켜보는 꼴이라니. 이렇게 낭만적인 밤이 또 있을까.

밑에 반짝이는 별은 아마도 화성일 것이라는 남편의 추측.

아아 참으로 아름다운 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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