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10. 2. 23:02 2016년 캄보디아
나는 종종 말을 반대로 할 때가 있다. 뇌의 회로가 어떻게 꼬여있나 싶을 정도로 갑자기, 불쑥 정 반대의 말이 튀어나온다.가령 밥을 너무 맛있게 먹어서 배가 터질 것 같을때, 무의식적으로 가끔 나는 "아, 배고프다"라고 말한다. 내 무의식 어딘가 언제나 배고픈 자아가 숨어있는 걸까?식욕 뿐만 아니라 체온과 같은 보다 본능적인 영역에서도 이런 "반대로 모드"가 작동되기도 한다. 호되게 더운 날씨로 기절할 것 같은데 가끔 나는 "아 춥다"라고 한다. 말하고도 놀란다. 이상하다!말이 꼬일때도 있다. 조리있게 얘기가 안되고 생각하지도 않았던 말이 먼저 튀어나온다. 단어 순으로 마구잡이 나열한다던가, '그..그..그.. 있잖아 왜'를 연발하기도 한다. "어제 그.. 그.. 있잖아. 우리가 먹었던게 뭐지?" 꼭 이..
2016. 9. 29. 17:13 좋아서 읽는 책
김훈 작가는 서문에 이렇게 썼다. "김훈은 겨우 쓴다." 겨우 쓴다니. 본것을, 들은 것을, 느낀 것을 사실적으로 머릿속에 그리듯 생생하게 표현해내는 분이 겨우 쓴다니. 억울하다. 우리 부부는 몇달 전 자전거를 장만하고 자전거 출퇴근을 시도했었다. 몇번 타보고는 후기 비슷한걸 글로 남겼다. 그리곤 김훈 작가의 을 들었는데 우리가 쓴 글이 좀 유치하게 느껴질 정도로 표현과 비유에 탁월했다. 문장을 베껴쓰고 노트에 옮겨담으면서 이렇게 쓸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했다. 그랬는데 겨우 쓴다니, 이분의 머릿속엔 어떤 넘어야할 산이 있기에 이런 말씀을 하셨을까.좋은 표현과 깔끔한 문체가 돋보이는 책이다. 작가는 자두를 보고도 경탄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어느 책에서 봤는데, 김훈 작가가 그런 사람인 것 같다...
2016. 9. 28. 13:00 좋아서 남긴 것들
난 한국어든 외국어든 언어를 참 좋아한다. 며칠 전 언어를 향한 일방통행 사랑을 종결시켜줄 좋은 TED강의를 찾았다. 강의를 들으면서 기록했던 내용을 포스팅하면서 기억해두려고 한다.평소에 나는 글쓰기, 영어 구사하기, 캄보디아어, (최근에는 더치어까지) 어떻게 하면 언어를 잘 습득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데 많은 시간을 쓰고 있다. 언어에 대한 관심은 나의 하루에 대부분의 시간을 차지하는 것 같다. 남편이 출장으로 자리를 비운 며칠 전같은 저녁에도 잘 못 알아 듣는 TED 강의를 일부러 자막없이 켜두고 듣고 또 듣는걸 보면 이 짝사랑이 언제 끝날런지 참 간절하다. 오늘의 TED강의 주제는 Chris Lonsdale의 "How to learn any language in six months”.몇가지 원리를 말..
2016. 9. 27. 21:30 2016년 캄보디아
한국 아이들 손에 흔히 달려있는 장난감. 시즌별로 새롭게 쏟아지는 장난감 시장은 언제나 반짝이는 놀이용품으로 가득합니다. 새로운 장난감을 갖고 싶어 떼를 쓰는 아이는 한국의 대형마트 어디에나 볼 수 있는 흔한 풍경이죠. 하지만, 여기는 캄보디아.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아이는 사실 거의 찾아볼 수 없습니다. 이곳 아이들은 장난감이 없어도 하루 종일 재미있게 놀 거리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일상생활에서 흔히 쓰는 물건으로, 조그마한 돌 조각으로도 하루 종일 노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 어린 시절 골목길에서 친구들과 장난감 없이도 재미있게 놀았던 추억이 떠오릅니다. 이번 호에서는 여러분의 어린 시절 추억을 자극할, 캄보디아 아이들이 노는 법에 대해 소개해드릴까 합니다. 비가오는 날이면 어김없이 물장구를 치는 아..
2016. 9. 26. 15:00 2016년 캄보디아
토요일 오전, 매주 프놈펜 저희 집에서 기타레슨을 합니다.기타 연습을 하던 중 함께 연습하는 성모양이 다음 월급 들어오기 전까지 통장에 딱 "50불"만 남았다는 얘기를 하더군요. 어떻게 이걸로 한달을 버티나 깔깔대며 얘기하다가 생각나는대로 즉흥적으로 몇개 코드를 붙여서 노래를 만들어봤어요. 웃픈 현실이지만, 이렇게 노래로 만들어 부르니 뭔가 즐겁고 풍성해지네요. 10분만에 후다닥 만든 "마음가는대로" 작사작곡 홍혜진, 아이디어제공 성모양. 감사해!!ㅋㅋ **가사이번달 통장잔고를 확인했네 낯설은 숫자가 날 반기네오십불 이걸로 어떻게 사나 손가락 빨아야지그러게 지난달 왜 그렀나 스테이크 마사지 오 쫌 심했네후회는 이미 늦어 난 오십불로 한달을 살거야나는 이렇게 살거야 맘 가는대로 남들이 뭐라 하든나는 이렇게..
2016. 9. 23. 21:30 2016년 캄보디아
뒷북이 좀 심하긴 하지만, 지난 9월 9일은 공식적으로 캄보디아 고3 학생들의 수능시험 점수가 나오는 날이였습니다. 8월 22일과 23일까지 양일에 걸쳐 국가시험이 진행되었는데, 그 시험결과 점수가 공개되는 날이죠. 약 9만명의 고3들의 진로가 결정되는 중요한 날입니다. 화끈하게 점수는 전체공개.캄보디아 고등학교 아이들은 매해 학년이 올라갈 때 시험을 봅니다. 고3들도 예외는 아니에요. 과락이 된다면? 그 학년을 다시 다녀야 합니다. 학교를 다시 다니냐, 졸업을 하냐, 어느 학교를 갈 수 있느냐가 이 점수 발표에서 나오는거죠. 시험을 마친 후 쏟아져 나오는 고3들. 해방인가!?그동안 수능시험장에서는 부정행위가 난무했습니다. 아이들은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시험장에 정보(?)를 가져갔고, 그 덕분에 고3들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