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9. 22. 05:40 2017-2021년 독일/일상 이야기
드디어 우리에게도 그 날이 왔다.우리는 관광비자로 독일에 들어왔기 때문에 3개월이라는 기한 내에 빨리 학생비자로 변경이 필요했다. 비자신청 전까지 해결해야하는 관문이 너무 많았기 때문에 가야할 길이 참 멀다고 느껴졌는데. 여기까지 오다니. 눈물좀 닦고..(ㅠㅠ)독일은 문서가 까다로운 나라이기도 하고, 사람마다 기준도 제각기 다르다는 말이 많다. 박군은 석사과정 입학으로 왔기 때문에 확실히 비자를 받을만한 이유가 있었지만 그래도 왠지 긴장이 되는건 어쩔 수가 없는걸.이런 황당한 일도 있었다. 비자를 신청하려면 독일 보험에 가입이 되었다는 서류가 필요하는데, 우리가 드는 TK 공보험에서는 1년이상 비자를 받아야 보험을 들게 해준다는 거다. 용케 박군의 학교를 담당하는 TK 담당자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증명서류..
2017. 9. 19. 07:03 2017-2021년 독일/일상 이야기
내가 첫 번째로 채식을 시도한 경험 제목을 보고 깜짝 놀랐다면 당신은 나를 아는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고개를 끄덕거리며 "혜진인 어쩌면 그럴 수 있지"라고 생각했다면 어렸을 때의 나를 아는 사람일지도. 나는 고등학생일 때 한참 핫 했던 책 을 읽고 한순간에 채식의 필요성에 매료되어 2년간 채식주의를 했기 때문이다. 그땐 정말 몸이 날아갈 듯 가벼웠는데. (지금은 아님.)고등학생이 실천할 수 있는 채식은 사실 대단하지 않다. 학생식당에서 반찬을 받을 때 고기 반찬을 받지 않는 정도. 부모님과 식사를 할 때면 늘 잔소리를 들어가며 고기가 아닌 반찬을 집어 먹은 정도. 그땐 외식도 없었고 외출도 많지 않았으니 어렵지 않았다. 채식을 하며 산다는 게.2년간의 결심을 단번에 무너트리게 한게 스무살 첫 대학생활이 ..
2017. 9. 18. 07:30 2017-2021년 독일/일상 이야기
독일어 집중강좌 과정의 또 다른 재미, 인터네셔널 디너 나와 남편은 슈투트가르트로 이사오고 나서 9월부터 호헨하임 대학교(University of Hohenheim) 내에 있는 어학원에서 독일어 집중강좌를 듣고 있다. 방학 기간 동안에 진행되는 이 수업을 들으면 남편은 학점 인정도 되기 때문에 겸사겸사 교내부설 어학원을 신청하게 된 것이다. 집중강좌 과정은 3주. 이 기간동안 내내 오전 오후 수업과 각종 그룹 활동으로 꽉꽉 차있다. 이 와중에 지난 금요일, 33개국에서 모인 70명의 수강생들을 대상으로 인터네셔널 디너 파티가 열렸다. 수업으로 지친 마음을 씻어주는 어학원 과정의 꽃이라고나 할까. 수강생들이 각자의 나라를 대표할만한 요리를 가지고 와서 함께 나누고, 나라 특색을 보여주는 작은 공연을 열어서..
2017. 9. 17. 07:51 2017-2021년 독일/일상 이야기
블로그를 시작한지 1년 6개월정도 된 것 같다. 블로그는 캄보디아에서 1년간 남편과 살기 시작하면서 색다른 해외생활에 대한 글을 쓰고 공유해봐야겠다는 취지로 시작했었다. 점점 글을 잘 쓰고 싶다, 후에는 발전해서 작가가 되고 싶다는 (물론 당장은 어렵겠지만) 꿈까지 생기게 됐으니, 블로그를 운영했던 지난 시간들이 나에게 영향을 크게 미쳤다고 볼 수 있다.글을 잘 쓰려면 역시 "많이 써봐야한다"는 수많은 위대한 작가들의 조언을 바탕으로 진지하게 글쓰기 연습을 매일 시작한 것도 작년 10월이니, 이제 곧 1년이 되어간다. 처음에 매일 글쓰기를 시작했을 때 큰 포부 같은 건 없었다. 그저, 잘 해보고 싶고 좋아하는 일이라면 매일매일 해야 마땅하지 않겠냐는 단순한 생각이었다. 무작정 이렇게 매일 시간을 쏟아 붙..
2017. 9. 13. 05:17 2017-2021년 독일/일상 이야기
새 집에서 맞이하는 첫 아침이 밝아오자마자 나는 느낄 수 있었다. 망했다. 엄청나게 춥다. 전날 밤 느닷없이 닥쳐온 가을 추위를 충분히 예상하고 두툼한 수면바지와 조끼로 무장을 하고 잤지만 아침 공기는 차가웠다. 9월 1일의 아침이 밝았다. 너무나도 낯설은 찬공기와 함께. 이건 가을 공기가 아니다.기지개를 켜볼까 해서 졸린 눈을 비비며 발코니로 나갔다. 시원하게 스트레칭을 하려고 팔을 뻗고 공기를 들이마시니 느껴진다. 바깥공기가 안방 공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물론 과장이다.) 독일에 와서 처음 겪어보는 추위였다. 어떻게 이렇게 내내 덥기만 하다가 이사를 오자마자 추워질 수 있을까? 정말 신기하다.9월부터 넉넉잡아 내년 3월까지 춥다고 생각하니 갑자기 겨울나기 준비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번쩍..
2017. 9. 6. 05:11 2017-2021년 독일/일상 이야기
겪어본 사람만 안다는 그 어색함 어젯밤 웰커밍 파티를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독일어 집중 강좌가 시작됐다. 남편의 학교에서 외국학생들을 대상으로 방학기간 동안 집중강좌를 연다고 하길래 나도 남편과 함께 신청했었다. 아직 슈투트가르트에 있는 어학원 정보도 잘 몰랐기도 했고 대충 보아하니 9월 말이나 10월 중순부터 새로운 어학 코스가 시작되는 것 같길래 노느니 뭐하나 싶어 9월 첫주부터 시작하는 이 과정에 등록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하하하. 호헨하임 학교 학생도 아닌데 내가 왜 그랬을까.후회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과정 자체가 학교에 교환학생으로 왔거나 석사 혹은 박사과정 학생들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몇 가지 안 되는 중요한 대화 거리 중에 하나가 전공 이야기다. 다들 경제나 경영, 농업관련된 전공을 읊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