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12. 31. 21:39 2017-2021년 독일/일상 이야기
흐린날의 융프라우요흐지만 괜찮아 ★오늘은 처음으로 융프라우에 올라가는 날! 아침부터 서둘러 준비했다. 첫 차로 올라가고 싶었지만 도저히 체력이 받쳐주질 않아 급하게 준비하고 밥먹고 나오니 7시 15분. 빠른 걸음으로 Interlaken ost 역으로 향했다. 눈덮인 조용한 마을 날씨가 흐리고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기는 했지만 일단 융프라우 요흐는 볼 생각이었다. 비가 오면 오는대로 눈이 오면 오는대로 나름의 멋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기 때문에 우리는 일단 가기로 결정했다.. 가는 길은 순조로웠지만 역시 고도가 높다보니 몸에서 이상 징후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머리가 멍해지고 몸이 축 쳐지고 조금만 움직이거나 말을 많이 하면 금방 헥헥거리고 숨이 찼다. 흑. 다들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어 뒷짐..
2017. 12. 31. 20:40 2017-2021년 독일/일상 이야기
눈덮인 융프라우를 보고 오자독일에 살기로 결정됐을 때 우리 부부의 마음 속에 이런 생각이 있었던 것 같다. 우리가 캄보디아에 살면서 베트남이나 태국을 쉽게 넘나들었던 것처럼 독일에 살면 유럽의 여러 국가들을 왕래하는게 쉽지 않을까 하고. 그 말이 당장에 실현된 어마어마무시한 기차타고 스위스 여행! 눈 덮인 융프라우를 보고 오리라는 일념 하나로 박군과 나, 지인부부와 함께 길지만 짧고 넉넉하지만 아쉬운, 겨울방학 맞이 4박 5일 인터라켄 여행을 다녀왔다.날씨우리가 융프라우를 보러 간다고 하니 주변에 스위스를 많이 다녀온 분들이 입을 모아 한 얘기가 있다. 지금처럼 날씨가 안 좋을 때 올라가면 말짱 꽝이고 돈을 산에 뿌리고 오는 것과 다름 없다는 말이다. '이렇게 말해도 갈꺼지?'라고 다들 우스갯소리로 말씀..
2017. 12. 24. 07:38 2017-2021년 독일/일상 이야기
20대의 마지막 연말을 독일에서 맞이하고 있다. 도시는 이미 엄청난 축제 분위기로 가득하다. 동네방네 모든 사람들이 다 시내 거리로 쏟아져 나왔는지 이리저리 거리를 오고가는 인파로 시내는 발딛을 틈이 없다. 가족들을 위한 선물을 사고 크리스마스 소품을 사고 엽서를 사고 먹을거리를 사먹는 사람들이 거리에 가득하고 온갖 반짝이는 조명과 크고 작은 공연팀들의 캐롤송이 분위기를 한껏 돋운다. 어제 오늘 남편과 나도 거리의 분위기에 휩쓸려 시내를 휘젓고 다녔다. 교회에서 한다는 선물 교환식 때문에 모양새 맞는 선물을 고르느라, 연말에 집에서 먹을 소소한 먹거리와 필요한 작은 소품들을 사느라 두 세시간이 훌쩍 지나도록 돌아다녔는데도 축제 분위기에 젖어 시간이 가는 줄을 몰랐다. 크리스마스를 앞둔 화려한 거리 26일..
2017. 12. 17. 18:19 2017-2021년 독일/일상 이야기
너무나도 어이없고 황당한 일이 일어났다. 이 일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곰곰히 생각해보느라 일주일이 흘러버렸다. 뭐 이런 일이 다 있을까? 바라던 선물을 받았는데 좋아하다가 빼앗겨 버린 기분. 처음엔 화가 났고 분노를 쏟아냈고 다음엔 우울감과 좌절감이 찾아왔다. 뭐 이래.지난주 월요일이었을 것이다. 발도르프 학교에서 이메일을 보냈는데 내용인즉슨, 우리가 너한테 주기로 했던 장학금 금액의 숫자가 잘못됐다, 실수해서 미안한데 오해 없었으면 좋겠다고.뭐...뭐라???장학금을 받지 않았다면 그 학교에 진학한다고 생각도 못했을 것이다. '장학금의 여부'가 그만큼 나한테는 중요했다. 영어로 진행되는 발도르프 교사양성과정은 독일어 과정에 비해 학비가 4배 이상 비싸다. 독일어 과정은 2년 석사과정에 3,800유로(..
2017. 12. 5. 08:15 2017-2021년 독일/일상 이야기
모두가 기다리는 그날이 오고 있다. 11월의 마지막 날이 가까워질수록 슈투트가르트 도시 곳곳에서는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물씬 풍기고 있다. 곳곳에 트리가 올라오고 알록달록한 빛깔의 장신구들이 반짝거린다. 이런 화려한 분위기는 시내에서 뿐만 아니라 일반 가정집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발코니에 다들 트리며 전구며 인형이며 어찌나 반짝반짝거리고 예쁜 것들로 꾸며놨는지, 혹시 나빼고 다들 약속이라도 했나?연일 과제며 조모임에 발표에 쓰리콤보로 넋을 잃어가는 박군과 나는 '더 바빠지기 전에'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느껴야겠다고 다짐하고 지인 부부와 함께 에슬링겐에 다녀왔다. 크리스마스 마켓 하면 에슬링엔이라는 주변 사람들의 조언이 많았었다. Esslingen am Neckar 에슬링겐 혹은 에슬링엔이라고 불리는 이곳은..
2017. 12. 4. 17:18 2017-2021년 독일/일상 이야기
겨울 사랑박노해 사랑하는 사람아우리에게 겨울이 없다면무엇으로 따뜻한 포옹이 가능하겠느냐무엇으로 우리 서로 깊어질 수 있겠느냐 이 추운 떨림이 없다면꽃은 무엇으로 피어나고무슨 기운으로 향기를 낼 수 있겠느냐나 언 눈 뜨고 그대를 기다릴 수 있겠느냐 눈보라 치는 겨울밤이 없다면추워 떠는 자의 시린 마음을 무엇으로 헤아리고내 언 몸 녹이는 몇 평의 따뜻한 방을 고마워하고자기를 벗어버린 희망 하나 커 나올 수 있겠느냐 아아 겨울이 온다추운 겨울이 온다떨리는 겨울 사랑이 온다 * * *시가 참 마음에 든다. '내 언 몸 녹이는 몇 평의 따뜻한 방을 고마워하고' 이 부분이 가장 좋다. 가장 춥고 시린 순간을 감사할 수 있다는 사실이 역설적이다. 요즘 바깥 온도가 영하로 떨어지면서 추위가 서슬퍼렇게 안방을 지배하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