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7. 28. 22:46 2017-2021년 독일/일상 이야기
내가 월식하고 일식의 차이점도 모르고 살았던 것은 그동안 너무 바쁘게만 살아왔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과학을 배웠던 게 아주 오래전 일이라 (문과생입니다) 가물가물한 걸지도 모르겠다. 하늘에서 일어나는 일들에는 별 관심이 없고 땅에 속한 일에만 열심이었다. 일하고 먹고 자고 또 과제하고 이런 것들. 그런 내가 독일에 와서는 발코니에 앉아 월식이 일어나는 달을 열심히 관찰하고 있다.여름엔 꽤 시원하다고 하는 독일이지만 잠 못 이루도록 후덥지근한 날도 있다. 어제가 그런 날이었다. 발코니에 앉아 달을 구경하면서 가끔 불어주는 바람을 맞으며 열을 식혔다. 하늘에 달이 떠있었지만 평소와는 다르게 시껌시껌했다. 태양과 지구와 달이 일열로 나란히 서 있어서 달빛이 완전히 가려지는 모양이다. 발코니에서 몸을 식히고 ..
2018. 7. 27. 04:55 2017-2021년 독일/일상 이야기
어느 날과 다를 바 없는 한적한 저녁. 남편과 함께 발코니로 나왔는데 건너편에 보이는 집의 지붕에 접시만한 달이 걸려있다. 아주 동그랗고 말갛게 노란 달이 손에 잡을 듯한 거리에 놓여있다. 그래, 이 정도면 뭔가 써 볼만 하겠어 하고 노트북을 켜고 자판을 두드리다가 무심코 다시 달을 쳐다봤는데 그 사이에 동그란 달이 지붕 끝에서 하늘 위로 올라섰다. 아주 짧은 순간, 달하고 지붕하고 멀어진 거다. 찰나는 왜 이렇게도 짧은 건지.눈으로는 현상을 목격하지만 그걸 글로 옮겨담기에는 쉽지 않다. 방금처럼 현상은 너무 순식간에 지나가버리기 때문에 글로는 옮겨담기 어렵고 그걸 묘사하기에는 글빨의 한계가 느껴진다. 볼 때는 쓱 보고 쓸 때는 머릿속에 남아 있는 아주 극히 일부를 옮기는 것과 같다. 내 식의 필터는 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