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그동안 카페를 수없이 많이 드나들었지만 데스크 앞에 서있어만 봤지 한번도 안에 들어가 본적이 없었다. 뭐든지 처음하는 일은 긴장이 되는 법. 첫날은 당연히 멘붕이 왔다. 손님들은 길게 줄 서있지, 주방에선 한치의 동선 어긋남도 없이 효율적인 움직임들로 가득하지, 나는 어느것 하나 제대로 할 줄 아는게 없지, 멘붕에 멘붕이 아닐 수 없다. 때로는 그냥 내가 가만히 서 있어서 동선에 방해되지 않도록 있는 것이 도와주는 것이기도 했다. 그만큼 데스크 안은 전쟁이었다.

첫날 나는 계산대 앞에서 주문을 받으며 메뉴에 적응하기로 했다. 그 자리에 서서 주문 받는게 제일 쉬운 일일테도 여지없이 허둥대는 나를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도와준다. 따뜻한 라떼를 아이스라떼로 주문받아놓고 나도 손님도 당황해하는데 사장언니만 평정심을 지키고 이미 따뜻한 라떼를 만들고 있다. 그런게 한 두번쯤 반복되니까 스스로 '제발 정신차리자!!!!'고 외치고 싶은 심정이 됐다. 그런 생각을 하자마자 또다시 손님은 들이닥쳤다. 내 머릿속은 하얘졌다.

초보인 나만 멘붕이었지 사실 함께 일하는 분들은 놀라울 정도로 손발이 잘 맞았다. 일할 때만 그런 것이 아니라 마음도 잘 맞는, 정말 좋은 팀이었다. 모두가 카페 사장님처럼, 사장님은 알바생인 것처럼, 모두가 주인인것 처럼 열심히 일하는 모습은 참 인상적이었다. 내가 봐왔던 어느 사회에서도 이정도는 아니었는데. 퍽이나 보기가 좋았다.

손발 맞는데 일조하면 좋으련만. 오늘은 계산대에서 벗어나 처음으로 커피머신 앞에 섰는데 이건 뭐, 계산대 앞에 있는거랑은 차원이 다르다. 커피 주문은 한꺼번에 쏟아지는데 내 머리속으로는 샷을 몇 개 내려야 하는지 가늠도 안되고. 내 속도가 안따라주니 음료도 더디게 만들어지고. 행동에 군더더기가 많다. 결국엔 옆에서 지켜보던 언니가 대신 맡아 쏟아지는 주문을 받아주었다. 세상에나. 척척 커피를 뽑아내는 동작이 리드미컬하다. 간결하다.

아직은 한참이나 멀어보이지만 꽤 기분좋은 시작이다. 활기가 넘치고 배울거리가 참 많은 이곳이 마음에 든다. 커피향도 좋고 내가 내린 커피를 사람들이 마셔주는 것도 기분 좋다. 아주 오랜만에 느껴보는 즐거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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