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하는 삶이 좋아서-

집에 왔다. 이상한 게 홀로 온 휴가가 끝을 향해 갈 수록 나는 집에 있지만 집에 가고 싶어졌다. 집인데 나와 남편의 집은 아니다. 시간이 가면 갈수록 나는 남편이 있는 서울집으로 가고 싶어졌다. 누가 강제로 떼어놓은 것도 아니고 내 의지로 친정에 온건데 이런 생각을 하다니. 아마 나는 이제 다른집 사람인가보다. 남편이 있는 곳이 내 집인.

떨어져봐야 소중함을 안다고, 이번 휴가는 남편과 함께 있으려는 내 노력이, 내 의지가 옳았음을 확인시켜줬다. 부부는 함께 있고 같이 살아야 한다는 게 내 가치관이다. 이런 생각이 당연하다고 여겼는데 모두가 이렇게 생각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최근에야 알았다. 남편만 보내고 너는 여기서 경력을 쌓아라, 2년 떨어져 있는게 뭐 어떠냐, 지나고 나면 옳은 선택일 것이다 등등. 구구절절 어쩌면 틀린 말이 없다. 하지만 나는, 지금의 나는 그렇게 하고 싶지 않다.

같이 한다는 것은 내 최고의 가치이다. 지금 이순간을 남편과 함께 보내기 위해 다른 것을 기꺼이 양보하는 것이다. 나는 과거도 미래도 현재만큼 중요하지 않다고 본다. 지금 이 순간. 여기에서 함께 있는 기쁨을 누리는 것. 그게 좋으니 우리는 서울에서도 같이 살고 해외로 간다고 해도 같이 사는 것을 선택한다.

뭐가 그렇게 좋으냐고 물어본다면 글쎄. 대단한 것은 아니다. 아침에 눈을 같이 뜨는 것. 잠결에 자꾸만 나를 벽으로 몰아 넣는 남편의 행동이 우스워 일어나자마자 미소지을 수 있는 것. 누가 불을 끌지 정하기 위해 가위바위보를 하는 것. 남편과 함께 하는 작은 습관이 모두 좋다. 거기에 이미 길들여져 있다.

10일간의 휴가가 마치고 남편과 극적 상봉. 나는 마중나온 남편 품에 꼭 안겼다. 어깨에 고개를 파묻고 안도했다. 집에 무사히 돌아 왔구나. 이제 떨어지지 말아야지. 내게는 집이 물리적이지 않다는 사실이 느껴진다.

아직 우리가 신혼이라서? 관계에 더 의미를 부여해서 그런건지 잘 모르겠다. 신혼의 유효기간이 3년이라고 들었는데 우리는 지금 막 3년을 향해 가고 있는 중이니까. 결혼 15년차가 되어가는 J언니는 '남편과 함께 있어서 좋은 느낌이 흐릿하다'고 했다. 분명히 느꼈고 알고 있는 기분인데 지금은 그때의 감정이 무엇이었는지 손에 잡히지 않는 느낌이라고. 시간의 흐름 때문일것이다. 지금 내가 남편과 처음 연애를 시작했을 때를 떠올려봤을 때 감정이 희미한 것처럼. 큰 장면만 남아있다.

사랑이 조금 다른 색깔로 다른 느낌으로 와닿는 거라 생각한다. 처음 사랑을 시작할 때는 뜨거운 열정과 불화산같은 이글거림이 있었다면 점점 시간이 가고 관계가 쌓이면 안전함, 편안함, 내 모습 그대로 있어도 되는 것을 사랑의 감정으로 받아들인다. 사랑이 식은 것이 아니냐고 아쉬워 할 필요도 없다. 누구도 처음 단계에만 머물러있지 않으니까. 자연스러운 거다.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것 처럼.

Designed by CMSFactory.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