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산전교실 Geburtsvorbereitungskurs 후기

1월부터 지금까지 내 일상은 이전에 비해 뭐가 그렇게 많았는지 무슨 후기, 무슨 후기가 많다. 그만큼 출산 전에 준비할 것들, 미리 해야할 것들이 많기 때문이라고 본다. 그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던 것이 산전교실 Geburtsvorbereitungskurs이다.

슈투트가르트에서 열리는 산전교실이란 산전교실은 모두 검색하고 연락을 해봤던게 내가 임신 24주 쯤 됐을 때 일 것이다. 그때도 이미 늦었던터라 모든 곳에서 자리가 다 찼다는 답변을 받았는데 다행히 한 군데에서 한 자리가 비었으니 빨리 등록하라는 답변을 얻었다. 그곳이 바로 Stuttgart-Ost에 위치한 헤바메 Praxis인 Yogaschuru. 이 곳에서 나는 1월 7일부터 총 6번에 걸친 산전교육을 받았다.

Hebamme Praxis Yogaschuru

매주 월요일 4시 반부터 6시 반까지. 총 2시간씩 진행하다가 5회차때는 파트너와 함께 듣는 산전교실로 3시간이 진행됐다. 이래저래해서 총 6회, 13시간의 교육으로 이루어졌고 모든 금액은 보험회사에서 부담한다. 내가 산전교실에서 기대했던 정보나 도움은 거의 다 얻은 것 같아 만족스럽다. 물론 헤바메의 속사포 랩같은 설명을 전부 다 이해했다거나 산모들 사이에서 오고가는 Smalltalk을 모두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마치 토크쇼 한 복판에 앉아 있는 것 같은 당혹감은 다행히 차수를 거듭할수록 그러려니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매번 어학원만 다니다가 독일인들로만 구성된 모임에 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으니 초반 몇 회는 문화 충격, 아니 언어 충격에 넋이 나갔었다. 내가 이걸 왜 신청했지, 스트레스 받으려고 했나, 생각하며 집을 가기가 1-2회 정도 됐다. 1회차에 산모들이 돌아가며 자기소개를 하는데 지금 현재 상황이 어떤지, 어떤 어려움이 있고 어떤걸 코스에서 기대하는지 나누는 시간이 있었는데.... 하하하. 내가 말하는 거야 둘째치고 그들의 평범한 일상어가 이렇게도 빠를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고 말았다. 듣기. 듣기가 어렵다.

한 번은 1회차였을 것이다. 헤바메가 Eisen이 중요하다고 하면서 피검사 결과 몇 수치 이하는 이걸 매일 두 번씩 마시고 몇 이하는 세 잔씩 마셔주면 좋다고 레시피를 구두로 알려주는데, Eisen이 뭐더라 어디서 많이 들어봤는데... 하다가 결국 레시피도 못 받아적고 넘어가버렸다. 다들 펜을 들고 뭘 열심히 받아적길래 나도 수첩에 물음표를 그려보았다. 집에 가는 길에 단어를 검색해보니 그것은 내가 매일 섭취하고 있던 철분제였다. 받아쓰는 건 어려워..

몇 번 멘탈이 흔들리기도 했지만 전반적으로는 꽤 유익한 시간이었다. 내가 아기를 출산할 곳은 독일이니까. 독일에서는 산모가 언제쯤 병원에 가는지도 궁금했고 독일 산모들은 사전에 어떻게 준비하는지도 궁금했었다. 그런 낯설음에 불안과 걱정이 마구 뒤섞여 있었다. 출산이 임박하면 고통이 올 것이고 남편과 나는 당황할 것이 분명하고... 아기가 나온다는 것도 충격적인 일인데 우리가 사는 곳은 한국이 아니니까. 나는 특별히 더 준비가 필요한 사람이었다.


산전교실은 이런 분위기에서 진행된다. 듣다보면 밤이 되는데 깜깜한데 등불만 켜놓고 듣고 있다. 약간 분위기가... gemütlich한건지 으스스한건지...

다음은 내가 1-6회차 산모교실을 다니면서 배운 내용이다. 독일에서는 확실히 자연주의를 기본으로 두고 있는게 분명하다. 최대한 집에서 쉬면서(쉬는게 애초에 가능한지 모르겠지만) 진통의 주기가 짧아질 때까지 편하게 기다리다가(그게 편할지 의문이지만) 더 이상 못 참겠을 때(???) 진통 주기가 1분씩 5분 내로 짧아졌을 때 병원에 가면 된다고, 그때 가면 무통주사가 필요 없을만큼 진행이 된 거라고 배웠다. 배운건 배운건데... 이렇게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1회차

산모들의 자기소개. 그동안 궁금했던 테마를 헤바메에게 질문하고 답변을 들으며 2시간이 후딱 갔다.

2회차

산모수첩 공부하기. 산모수첩에 붙어있는 피검사 결과 스티커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의사들이 휘갈겨 적은 내용이 뭘 의미하는지 설명을 들었다. 산모수첩은 이제부터 쭉 몸에 지니고 다녀야 한다고 한다. 응급시 연락을 취할 곳의 연락처와 배우자의 연락처를 앞 장에 적어 놓으라고도 했고. 응급전화를 걸 때 5가지 말해야 할 것들에 대해서도 설명해줬다. (wo, was ist passiert, wer anruft, wie viele, und warten!) 

또 출산을 어떻게 준비하면 좋을지에 대해서도 대략적으로 들었다. 호흡 연습, 임산부 요가나 산딸기차 마시기(34주부터), 침술 받기(36주부터 가능), 질 마사지(34주부터) 등등... 출산에 도움이 되는 정보들을 열심히 받아 적었다.

3회차

출산을 알리는 신호로 Blutung과 Blasensprung이 있다고. 우리 말로 하면 이슬이 비추는 것과 양수 파열이다. 초산은 예정일보다 늦게 아기가 나오는 경우가 많은데 독일에서는 예정일로 10-14일이 지나면 조치를 취한다고 한다. 물론 양수의 양이 중요하기에 그 양을 보고 심각성을 판단한다고.

피를 봤을 때 중요한 점은 양이다. 양이 많고 또 추가적으로 윗 머리가 아프다거나 윗배가 아플 경우는 Praxis에 전화해서 상태를 알리고 콘트롤를 해야 할지 결정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피가 속옷에 묻을 만큼만 적게 비출 경우는 자궁문이 열리는 징조로 기뻐하면(?) 된다고 한다.

양수가 터졌을 때는 48시간 정도 남은 것으로(???) 진통의 시작과 연관이 있지는 않다고 했다. 그 양이 적든 많든 출산이 시작됐다는 뜻으로 진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Geburt ist kein Notfall. Ganz viel Geduld haben!! 이 말이 기억에 남는다. 당황하지 말고 잘 기다리는 것이 포인트.

다만 양수 색깔이 초록빛을 띤다면 아기가 태변을 본 것이기 때문에 병원으로 가야하지만, 아기가 평소처럼 움직이고 산모가 느끼기에 괜찮다면(?) 집에 있는 것을 추천했다. 산전교실을 들으면서 헤바메로부터 정말 여러번 들었던 말이 네 몸이 주는 느낌을 믿으라, 겁 먹지 말라는 것이었다. 양수가 터지자마자 Klinik에 전화를 건다면 감염 및 안전상의 이유로 대부분 오라고 말한다고 한다.

산전교실 참여 인원은 10명 정도. 헤바메 주위로 빙 둘러 앉아 편안한 자세로 설명을 듣는다. 많은 산모들이 누워서 듣기도 한다. (+_+)

4회차

이제 본격적인 테마로 들어간다. 바로 진통. 진진통은 regelmäsig하며 gleichmäsig하며 wehen tun weh 하다고. 마지막에서 빵 터졌다. 일정 간격으로 주기적으로 진통이 찾아오는데 정말 아프다(??)는 점. 진짜 진통 gute Wehen이 오면 그게 진짜인지 가짜인지 알 수 있다고... 1cm 자궁문이 열리는 데에 1시간이 걸린다고 하니 집에서 편하게 있으면서 (이게 가능할까?) 호흡과 움직임, 기타 다른 방법들로 충분히 긴장완화를 하라고 했다.

헤바메가 제안한 것은 3B. Beschäftigung, Baden und Bier이다. 첫 번째 B는 딴짓을 해서 주의를 고통에서 돌리라는 의미이다. 계속 시계만 보고 고통이 짧아지는 주기를 체크하기만 한다면 그것이 곳 스트레스.. 스트레스는 아드레날린을 부르고 그건 출산에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이다. 다림질(???)을 하든, 빵을 굽건(???) 나가서 산책을 하든 주의를 다른 곳에 놓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했다. 다림질에서 혼자 빵 터진건 나 뿐인 듯 하다. 나머지는 진지하게 받아 적고 있었으니까... 아니 진통이 왔는데 딴짓을 하는게 애초에 가능한가?

두 번째 B는 Baden. 37-38도의 따뜻한 물로 원하는 만큼 목욕을 하면 긴장 완화에 도움이 된다고. 이때 음악을 듣거나 라벤더 향 같은 걸 맡으면 더 좋다고 했다. 그리고 대망의 세 번째 B! Bier. 역시 독일이다. 기분을 약간 좋게 만들기 위해 가벼운 (무겁지 않고 도수가 높지 않은) 맥주나 와인 한 잔 정도는 괜찮다고 한다. 술이라니... 신선한데?

5회차

10명의 산모들이 파트너를 데리고 왔다. 대부분이 남편들이었지만 남편이 그날 도와줄 수 없어 친구나 엄마, 시어머니와 온 산모들도 있었다. 이 날은 파트너와 함께 호흡과 자세를 연습해봤다. 아 물론 파트너들끼리 자기소개도 하고. 자기소개는 언제든 빠지질 않네. 자기소개 하면서 농담처럼 자신이 요리를 잘 하는지, 여긴 반강제적으로 온건지 자발적으로 온건지도 얘기하기도 했다. 남편이 요리를 할 줄 안다는게 산후조리의 중요한 요소 인 듯하다.

호흡과 자세. 이 모든게 집에서 진통을 잘 견뎌내기 위한 것들이다. 생고통을 감내해야 한다는 사실이 잔혹하면서도 생각만해도 아찔하지만 이런 것들을 배우고 나니 그렇게 할 수도 있겠다는 담대함이 조금 생긴다. 수유에 대한 테마도 다뤘다. 잘 쉬고 잘 자고 잘 먹이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6회차

이 날의 주제는 아기와 적응하기 정도로 제목을 붙이면 될 것 같다. 아기를 들어올릴 때 조심할 점, 옷은 어떤 걸 입히며 잠은 어떤 환경에서 재워야 할지, 어디를 어떻게 씻길지를 배웠다. 아기를 들어올릴 때 옆으로 굴려서 팔을 감싸안고 들어올려야 한다는 건 정말 처음 알게 된 사실이다. 생각해보면 남편이 누워있는 나를 일으켜세울 때 정면으로 일으키는 것 보다 옆으로 방향을 바꿔 세워주는 게 내가 더 편하지 않았던가? 아기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바로 정면으로 들었다 정면으로 내려놓는 일을 가능한 피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독일에서는 아기가 자는 실내 적정 온도는 18도부터 시작되는데, 헤바메는 20도 이하의 경우 모자를 씌워 재우는 것이 열손실 예방에 좋다고 얘기해줬다. 우리가 지금 겨울 실내온도를 15-16도로 유지하면서 이것도 따뜻하다고 자고 있는데... 희망이가 한 겨울에 태어난 것이 아니라 얼마나 다행이고 감사한지 모르겠다.

아기가 잘 때 천으로 싸는 다양한 방법, 베개는 절대 필요 없다는 말과 아기는 무조건 평평한 곳에서 누워야 한다는 정보는 무척 도움이 많이 됐다. 씻길 때도 물로만! 귀에 물이 들어가지 않게 조심하면서 몸의 접힌 부분들을 펴서 물로 충분히 닦아주는 게 중요하다고 한다.


* * *

아기가 나에게 오기 전 알아야 할 것들이 차고도 넘치기에 산전 교실을 다니면서 그 중의 극히 일부라도 배우게 되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한 존재와 처음 만나 알아가는데 얼마나 큰 준비가 필요한지, 그 의미가 얼마나 큰지를 깨닫는다. 어느 소설가는, 아기는 가전제품에 딸린 설명서같은 것도 없이 달랑 홀몸으로 나온다고 표현했다. 맞는 말이다. 어떤 지침서나 설명서도 없이 남편과 나는 희망이와 함께 병원에 2박 3일 있다가 집으로 가야한다. 그리고 모든 일상이 전부 달라질테지. 지금까지 배운 것들이 아무 쓸모가 없다고 하더라도 그래도 적어도 마음 준비에는 도움은 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40일이 남았다. 긴장되고 떨리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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