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침대 들이기, 임신 지원금 결과

아침부터 분주하다. 3학기까지 모든 시험이 끝난 남편이 본격적으로 아기가 올 준비를 하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특별히 오늘은 아기침대를 물려받기로 한 날이라 공간마련을 위해 온 집안을 다시 정리했다. 남편이 거실 가구를 다시 배치하고 쓸고 닦아두는 사이 세탁기는 오랫동안 먼지가 쌓인 담요를 돌리고 있는 중이다. 다들 열심히 돌아가고 있는데 나는 줄곧 누워만 있다. 이제는 몸이 많이 무거워져서 집안일을 하는 것도 벅차게 되었다. 남편은 이런 나를 배려해주고 모든 집안일을 도맡아 하고 있는 중이다. 

물려받은 Gitterbett. 메트리스를 아랫쪽에 두거나 중간에 둘 수 있다.

독일에서는 신생아를 침대 옆에 두고 바로 수유를 할 수 있도록 하는 Beistellbett라는 걸 많이 쓴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딱 1년 쓰자고 덜컥 사자니 뭔가 아쉬워서 많이 망설이고 있던 터였다. 사놓고 안쓰게 되면 아까워서 어쩌지, 그렇다고 중고를 알아보자니 중고 가격도 그렇게 싼 편이 아니었다. 아기침대를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던 차에 이렇게 좋은 아기침대를 물려받게 되어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Beistellbettchen의 모습. 이렇게 부모의 침대 바로 옆에 아기를 두면 밤중 수유를 편하게 할 수 있다고...


그런데 남편이 물려받은 아기침대를 한참 보더니 대충 Beistellbett 느낌을 낼 수 있겠다며 뚝딱 한쪽 면을 내려 구색을 맞춰 만들어냈다. 존경스러운 사람!!!! 엄지를 치켜올리며 눈을 반짝거리니 남편은 겸연쩍이 웃으며, 나는 잔머리가 아무래도 잘 돌아가는 것 같아, 라고 헛헛하게 웃는다. "그러니까 평소에 헛짓거리 많이 해도 뭘 많이 주워와도 뭐라고 하지마...ㅎㅎㅎ"라며....

꽤 그럴싸한 모양의 아기침대. 우리 가 자는 침대 옆에 바로 붙이면 편하게 수유할 수 있을 것 같다. :)


그동안 물려받고 선물받은 아기 옷들을 전부 다 펼쳐놓고 개월 수 별로 나눠보았다. 0-3개월, 3-6개월, 6-9개월, 9-12개월까지. 좋은 옷들을 아주 많이도 물려 받았다. 옷을 한 벌도 사지 않았는데 이미 기본 아이템들은 어느정도 구비가 되어 있어 감사한 마음이 든다. 

아기가 우리에게로 올 준비가 어느정도 되어가니 설레기도 하면서 심란하기도 하다. 아기가 있는 삶이 과연 어떠할지. 그 삶이 나를 어떻게 바꾸고 어떻게 흔들어놓을지, 아무런 감도 경험도 없기에 하루에도 여러번 감정이 오고가고 있다. 막달. 이제 30일도 남지 않았다. 

앞전에 카리타스를 통해 신청했던 Stiftung für Mütter는 감사하게도 지원이 결정되어 무려 천 유로를 받기로 되었다. 전화로 결과가 올까, 이메일로 올까 기대했던 우리의 상상과는 달리 지원서를 내고 딱 2주가 되던 날 우편으로 결과를 받게 되었다. Gott sei Dank. 뜻밖의 재정 지원으로 다시 한번 감사의 마음을 갖게 된다. 헛되이 쓰지 않아야지. 아기가 아무래도 큰 복을 가지고 우리에게로 온 것이 분명하다. 고마워, 희망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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