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유모차 Cybex Balios S로 결정

어젯밤에는 9시 반부터 곯아 떨어졌다. 저녁잠이 많을 수 밖에 없는게 딱히 저녁이 되면 할 일이 없기 때문이다. 어제는 하루 종일 침대에서 뒹굴거렸다. 너무 심심해서, 너무 할 게 없어서 드라마를 내리 네 편을 보고도, 그래도! 너무 심심해서 또 유투브를 봤다. 핸드폰에 있는 사진첩 정리도 하고 연락처도 정리했는데 심심함이 가시질 않는다. 책상에 앉기에는 왠지 막연한 거부감이 든달까. 남편이 있었으면 함께 나가기라도 했을텐데 남편은 알바를 하러 갔다. 이렇게 핑핑 놀기만 하는 하루라니. 아까우면서도, 지겨우면서도 왠지 나중에 이런 날들을 그리워할 것 같은 생각이....

월, 화요일에는 엄청나게도 싸돌아 다녔다. 월요일에는 출산할 병원에서 Vorstellungstermin이 있어 진료를 받았고, 진료 후에는 Fellbach로 이동해서 점심을 사먹었다. 근처에 XXXL라는 큰 가구점이 있다길래 아기코너도 좀 둘러보고 쿠션도 구경할 겸 걸어서 이동했다. 그게 거리가 꽤 상당해서 애를 좀 먹었다. 임산부 걸음으로 뒤뚱뒤뚱 1.5km를 잘도 걸었다. 큰 수확도 없이 XXXL 건물을 나오고서는 시내에서 뭘 구경할 게 있다고 또 시내로 이동했다. 만보 넘게 걸었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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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에는 Babyone이라는 아기용품점에 가본다고 아침 겸 점심을 먹고 나섰다. 아 정확히 말하자면 아침도 먹고 점심도 먹고.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밥버거가 먹고 싶다고 울어버리는 바람에 남편이 적지 않게 당황했었다. 결국 아침부터 밥버거를 차린 남편. 남편의 정성을 먹고 한껏 기분이 만족스러워졌다. 밥버거를 준비하는 남편을 보고 콧잔등이 다시 시큰해져왔지만 또 울지 않으려고 꾹 참았다. 요즘 기분이 오락가락 한다.

Babyone에서는 유모차를 둘러보며 직원의 상담을 처음 받아보았다. 우리가 3층에 (한국으로 말하자면 4층) 살기 때문에 가벼운 유모차를 염두해 두고 있고 예산은 400유로대로 생각하고 있다고 하니 대뜸 직원이 '400유로? Das geht leider nicht..'라는 똥씹은 표정을 지으며 800유로짜리 유모차(Peg-Perego사의 아마 최신형 모델?)를 보여준다. 우리로서는 너무 말도 안되는 금액이라 다른 건 없냐고 물으니 이번엔 700유로대의 유모차(ABC Design의 Salsa4)를 보여준다. 그 다음에 보여준게 400유로대(Mon의 Resea). 잘 접히는 모양과 가격대로는 이 모델이 가장 마음에 들었지만 천 소재가 너무 두꺼워 한참 유모차를 끌고다닐 여름에는 아기에게 땀띠가 생길 것만 같았다.

이게 가장 비싼 Peg-Perego사의 Book S Elite Kombi Kinderwagen. 850유로대. 들어보니 정말 가장 가벼웠다.

그 다음으로 추천받은 ABC Design의 Salsa4. 700유로대. 이것도 약간 가벼운 편(?)에 속한다.

요렇게 중간으로 작게 잘 접히는 것이 장점.

우리에게 가장 이상적일 법한 Mon의 Resea. 400유로대. 그런데.. 천 소재가 에러다. 다른 유모차에 비해 기모 수준의 안감.

이렇게 작은 모양으로 잘 접혀서 좋긴 한데...


우리가 고려하고 있던 Cybex Balios S(420유로대)나 Joie Chrome DXL(320유로대)은 어떻냐고 견해를 물으니 그 두 개는 추천하지 않는다고 했다. Cybex Balios S는 접을 때 앞을 탁 치며 내려야 하는데 그게 잘 먹히지가 않아 본인도 영 불편하다고 했고, Joie는 접었을 때의 모양이 워낙 거대해서 유모차를 두는 공간이 협소하다면 많이 불편할 거라고 한다. 막상 직접 보니 그러했다! 엄청나게 거대한 모양. 디럭스형은 정말 어쩔 수 없는 걸까.

우리가 지내는 곳이 그렇다. 유모차를 창고에 두자니 그쪽으로 가는 길이 좁고 또 습하고, 그렇다고 지층에 두자니 현관문 앞에 바로 계단이 시작되어 공간이 매우 협소하다. Hausmeister에게 유모차를 놓기 위해 그 좁은 공간을 써도 되냐고 미리 물어봐야 해서, 지금 걸리는 게 한 두가지가 아닌 상태다. 우리집 Hausmeister 할머니가 친절한 것도 아니고... 자주 마주치는 분도 아니라 물어보려면 집 초인종을 눌러야 하는 데... 아우 여러워.

어쨌든 직접 직원에게 상담을 받아보는 것은 좋은 성과였다. 그동안 장보듯 쓱 둘러보기만 했었는데, 직원의 도움을 받아 우리 사정에 맞는 모델을 추천 받기도 하고 직접 접어보기도 한 것이 꽤 유용했다. 유모차 코너를 어슬렁거리던 한 부부는 우리도 추천받았던 700유로대의 유모차를 끌고 밖으로 나가 직접 끌어보기도(?) 했다. 3-4kg정도 되는 가짜 아기를 유모차에 담고서. 


하지만 각 지점마다 파는 것들이 다 다르고 직원마다 내세우는 모델이 다를 것 같아서 다른 유아용품점에도 가봐야 할 듯 하다. 그래봤자 슈투트가르트에는 세 군데 밖에 없지만...(시내에 Baby Walz가 있고 Baby One이 두 군데 있다.) 남편이 Baby One을 나오면서 "갑자기 아기가 나오게 되면 어떤 유모차를 사와야 해?"라고 묻길래 대답을 얼버무렸다. 유모차 하나 고르는게 이렇게도 복잡하고 어려운 일이었다니.

다행히 아기용 카시트(Babyschale)는 안 사도 되는 것으로 확인 받았다. 독일에서는 출산 후 병원에서 퇴원할 때 무조건 Babyschale, 신생아용 카시트 바구니가 있어야 퇴원시켜 준다고 들었기에 우린 차도 없는데 이걸 사야하나 어디 빌려야하나 싶었다. 전날 출산 병원에 갔을 때 헤바메에게 물어보니 차가 없고 우반을 이용해서 집에 갈거라면 유모차로도 충분하다고. 휴. 돈과 수고를 덜어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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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모차 그거 뭐 대충 싼걸로 하나 장만하면 되지 않겠나 싶었는데 파고들면 파고들수록 고려해야 할게 한 두가지가 아니다. 일단 우리는 차가 없기 때문에 유모차를 끌고 병원도 가고 산책도 가고 장도 보고 편도 1시간이나 걸리는 교회도 가야한다. 그렇기에 바퀴가 튼튼한 디럭스형이 필요한데, 문제는 우리가 지내는 집이 한국으로 보자면 4층. 지층엔 유모차를 세워둘 공간이 없어 최악의 경우에는 들고 올라가야 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려면 가벼워야 하는데... 가벼우려면 가격도 같이 올라가니 문제다.

지원금으로 천유로도 받았으니 돈 걱정 없이 유모차 하나 장만해도 되는것 아니냐고 남편도 묻고 나도 스스로에게 묻지만, '유학생 형편에 무슨 고가의 유모차야...'하는 생각이 쫓아 다닌다. 앞으로 사야 할 잠정의 물건들이 또 얼마나 많을꼬. 아닌게 아니라 유모차 그런거, 대충 중고를 받아 쓰다가 버리면 된다고 그런데 돈 쓰지 말라고 조언해주는 지인들도 많은지라. 아니 이게 생각해보니 남의 말을 들을 필요가 없는데? 이러고 있다.

한참을 책상에 앉아 옅은 스탠드불을 의지해 글을 써내려 갔는데도 아직 6시밖에 되지 않았다. 남편은 1시쯤 잤을테니 8시가 넘어야 일어날 것이다. 아직도 두 시간이나 남았네. 배는 이제 정말 빵빵한 풍선처럼 부풀었다. 아기는 시도때도 없이 발이든 손이든 (엉덩이든??) 뭘로든 내 쪽으로 신호를 보내고 있다. 자기 여기 잘 있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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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다. 너로 정했다! 이렇게 생긴 Cybex Balios S

결국에 우리가 선택한 유모차는 Cybex Balios S. 이 유모차 관련된 글을 올리고 나서 변경된 내용이다. 원래 중고 유모차를 받으려고 마음 먹었는데 직접 실물을 보고 나니 여러모로 새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아마존을 통해 주문했다. Cybex Balios S는 아마존 최저가로 390유로. Babywanne와 Sportsitz모두 포함된 가격이다. 우리가 살 때는 390유로였는데 그 사이 최저가가 올라갔는지 지금은 445유로가 최저가다. 

이 유모차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중간으로 잘 접히고 접힌 모양도 작아 좁은 공간에 세워둘 수 있다는 점이다. 하니가 태어나자마자 황달때문에 병원을 자주 들락날락 했을 때부터 아주 요긴하게 잘 사용하고 있을 뿐더러 협소한 공간에도 잘 접어둘 수 있어 최선의 선택이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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