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육아일기) 유난히도 힘든 날

새벽부터 천둥번개가 친다. 하늘이 번쩍번쩍 빛나고 요란한 광음과 함께 빗물이 창문을 내리쳤다. 나는 새벽 3시부터 두 시간째 하니를 달래고 있는 중이었다. 원래 젖을 먹이면 곧바로 잠드는 아이인데 오늘은 어쩐 일인지 쉬이 울음이 사그라들지 않는다.

한 시간을 넘게 아이를 달랬다가 안았다가 다시 젖을 물리다 하다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하.. 분유를 줘야하나." 혼잣말로 중얼거리는 소리에, 그동안 하니의 칭얼거림에도 꿋꿋하게 단잠을 자고 있던 남편이 단번에 벌떡 일어났다. 아이가 우는 소리보다 내 한숨소리에 더 민감한 남편이다. 남편이 분유를 타오는 사이 나는 다시 하니를 달랬다. 어제 구연산 분유를 마신 일 때문일까. 산이 이 아기 뱃속에서 어떤 작용을 하고 있는 걸까. 배앓이가 있는 걸까.

남편에게 바통을 넘겨주고 나서 나는 다시 누워 잠을 청해보았다. 이쯤이면 의식이 흐려져야 하는데 하니의 칭얼거리는 소리만 선명히 귓가에 맴돌았다. 남편은 하니가 똥을 싸고 싶어 하는 것 같다며 마사지를 하는 중이었다. 신기하게도 하니는 방귀를 여러 번 연달아 뀌더니 큰일을 크게 보고는 끙끙대던 발차기를 멈췄다. 우리는 그 새벽에 아기를 안고 화장실에 들어가 따뜻한 물로 엉덩이를 씻겨주었다. 거울에 비친 하니는 큰 눈만 끔뻑거리며 남편과 나의 얼굴을 번갈아 쳐다봤다.

힘들고 찡얼대는 이 와중에 너의 표정은 몹시도 맑다

유독 힘든 날이 있다. 다른 날보다 아기가 배는 이상 보채고, 자지도 않고 먹지도 않고 누으려고도 하지 않아 오직 안겨있고만 싶어 하는 날. 오늘이 그런 날이었다. 새벽부터 시작된 칭얼거림은 거의 하루 종일 끊이질 않았다. 어쩜 분유를 주려고 하면 이렇게 울까. 아가야, 너가 배고프다고 해서 주는 건데... 먹기 싫다고 울고 누워있기 싫다고 운다. 이럴 때는 도리가 없다. 안아주고 또 안아주고 달래는 수 밖엔. 

노래도 불러주고 장난감들도 보여주고 촉감책도 만지게 해 주고 한참을 놀아줘도 시간이 잘 가지 않는다. 낮잠을 자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번번이 다시 놀이 시간이다. 예전에는 어떻게 놀아줬더라. 바로 어제 일도 가물가물하다. 베란다에도 나가고 방을 바꿔가며 산책하듯 서성 거리기도 점점 지겨워져 오후가 되었을 즘 나는 완전히 지쳐버렸다. 비까지 추적추적 쏟아지는 오늘의 날씨도 한몫했다. 남편이 학교에 갔다 돌아오는 시간만 바라보고 있다. 나는 하니를 무릎에 앉혀놓고는 그림책을 펴놓고 영혼없는 목소리로 책장을 한 장씩 한 장씩 넘겨주었다. 

밤잠을 자라고 하니를 눕혀놓았는데 한시간 반이나 찡얼대더니 젖을 조금 먹고는 잠에 든다. 저녁식사를 준비하는 내내 하니의 칭얼거림을 들이며 나는 몹시도 괴로웠다. 이렇게 칭얼거림이 심한 날은 걱정이 된다. 어디가 불편하고 아픈데 수면교육이라는 이유로 내가 너무 눕혀만 두는건 아닌지. 아이의 짜증이 다 내 탓 같을 때가 있다. 이런 날은 몸도 마음도 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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