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다시 시작한 것

최근에 리디북스를 다시 읽기 시작했다. 책이라고는 출산 전 ‘밀리의 서재’라는 어플의 무료체험 찬스로 폭식하듯 무지막지하게 읽었던 것을 마지막으로 지난 5개월간 코빼기도 들춰보지 않았던 나다. 책은 꼬박꼬박 챙겨보려 노력해왔던 지난 노력이 무색하게도 출산과 육아는 그만큼 강력하게도 나의 삶의 패턴을 모두 바꿔놓았다. 단 한 번도 책 좀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고 육아에 파묻혀만 살다가, 7월에 큰 손님맞이를 치르고 난 뒤 이제야 여유가 생겼다. 그리고 알게 됐다. 지난 5개월간 책 한 권 읽지 않고도 잘만 살았다는 것을.

이번에는 ‘리디북스 셀렉트’라고 선발된 특정 도서를 자유롭게 읽을 수 있는 서비스를 이용하는 중이다. 가장 먼저 읽은 게 ‘아주 작은 반복의 힘’이라는 책이었다. 가장 단순한 일, 가장 쉬운 일을 매일 하는 것이 힘이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나도 이 말에는 아주 크게 동의하는 바이기에 매일 적지만 무언가를 하는 일을 다시 시작하기로 결심했다. 남편에게 책의 내용을 이야기하며 동참하자고 했더니 나와 함께 지금까지 뭔가를 해오고 있는 중이다.

여기서 핵심은 매일 하는 그 일이 가장 단순하고 쉬어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몇 가지를 정했다. 


1. 책읽기: 한 페이지라도 읽기

2. 글쓰기: 한 줄이라도 쓰기 & 한 줄이라도 베껴쓰기

3. 독일어: 한 줄이라도 신문기사 베껴쓰기 & 단어 하나라도 외우기

4. 그리기: 하루에 한 그림 최소 3분이라도 그리기

5. 운동: 1분이라도 스트레칭하기

남편은 세 가지를 정했다.

1. 영어: 한 줄이라도 영어기사 베껴쓰기

2. 운동: 턱걸이와 플란체 하루 한 번이라도 시도하기

3. 독일어: 한 번이라도 교재 펴고 읽어 보기


지금까지 일주일간은 이 매일의 ‘....라도’ 결심이 잘 지켜지고 있다. 마음먹기가 아주 쉬운 것이, ‘1분만 하지 뭐’ 혹은 ‘한 줄이라도 쓰지 뭐’ 이런 생각들이 부담스럽지 않게도 아주 가볍게 나를 찔러서 행동으로 이어지게 하기 때문이다. 지금 이 글도 무척 쓰기 싫었고 빈둥대다 그냥 자고 싶었으나 한 줄만 써볼까, 해서 이렇게 장황하게 나불대는 중이다.

어제 오늘 그린 그림. 벌써 10번째 그림이 모였다.

그림 그리기는 남편의 뛰어난 장기이자 재능으로 나는 영원히 그 재능에 두각이 없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일주일 째 뭔가를 그려보니 이게 그렇게 재밌을 수가 없다. 지금까지 이걸 모르고 살았다니! 하니를 그리면서 얼마나 마음이 흡족하고 좋은지 ‘오늘은 뭘 그려볼까, 어떤 모습을 남겨볼까’ 이런 생각이 절로 든다.

처음엔 3분만 그려야지, 해서 정말 대충 그리고 끝냈는데 이게 재미가 들리니 20분씩 그리고 앉아있다. 하루종일 육아를 하고서 육아 퇴근하고도 아기 사진을 들여다보는 것이 아이러니다. 그림이 있으니 글 쓰고 블로그에 올리는 것도 동기부여가 되어 요즘 꽤 다작 모드가 되었다.

이 작은 것이 모여 나중에 무엇에 써먹을까 싶다. 하지만 아주 작은 방향의 전환이 모여 훗날 큰 차이를 만들 것이라는데는 이견이 없다. 그리고 일단 재밌으니까 계속하게 된다. 일주일 동안 꽤 재미있었으니 한 달을 더 해볼까 한다. 한 달 하고도 할 만하면 두 달, 그리고 세 달, 이렇게 차근차근 우리의 습관이 되기를. 매일매일 어쨌든 책상으로 한 번은 돌아와야 해서, 게으름을 피우는 시간이 조금은 줄은 것이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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