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육아일기) 아이와 5개월을 지내며 느낀 감각

하니는 그대로인데 내가 조금 바뀌었다. 하니는 여전히 잘 먹기도 하고 먹다가 짜증을 내기도 한다. 예전같았으면 짜증의 모든 원인을 나로 돌렸을 것이다. 내 모유가 부족해서, 결국 나 때문에. 이런 생각의 연결고리에 갖혀 아이의 반응에 전전긍긍했던 것이 사실이다.

모유가 하니에게 부족했던 것은 인정할 수 밖에 없겠다. 분유와 함께 혼합수유를 해오고 있는 50여일 동안 아이는 전보다 더 배부른것 처럼 보인다. 그럼에도 하니는 여전히 모유만 먹었을 때처럼 먹다가 짜증을 내거나 먹을 것에 관심이 없거나 먹다가 울기도 한다. 아이가 충분히 먹을 양의 분유를 타서 물려 주는데도 절반도 못 먹고 버리는 것이 우리에겐 일상이다.

이제 양의 부족이 아이의 거부나 울음에 원인이 되지 않는 것이 확인 되었다. 나는 조금 마음이 편해져 아이가 왜 우는지, 무엇이 불편한지 살펴볼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트림을 시켜줘야 하는지, 잠시 안아주어 흥분을 가라앉혀야 하는지, 아니면 이도 저도 아니니까 그냥 놔둬야 하는 건지, 여러가지 시도를 해볼 수 있게 됐다. 결국엔 이것도 저것도 안되어서 80ml나 100ml만 먹고 한 텀을 보내버리기도 한다. 이 양은 하니의 개월 수 아이들이 한텀에 먹는 양에 절반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이제 전전긍긍하지 않는다. 우리에게는 다음 끼니가 있으니까. 

오늘의 하니.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여러번 아이와 시행착오를 겪다보니 어떤 감각같은 것이 생기게 되었다는 말을 하는 것이다. 출산을 막 겪고 이래저래 적응할 것이 많아 혼란스러웠을 당시에는 나는 도대체 그 감각이란 것이 언제쯤 생기는 걸까 궁금했었다. 아이의 배고픈 울음과 졸린 울음을 어떻게 구별할 것이며 배앓이나 성장통 울음은 어떤 울음인지. 지금 갖고 있는 감각을 그때는 알지 못했다. 이 감각이라는 것은, 오늘은 아이가 힘들어도 내일은 나아질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과도 같은 느낌이다.

이런 감각이 단단하면 단단할 수록 뜻밖에 찾아오는 위기의 상황에 잘 대처할 수 있을 것 같다. 엄마로서 내가 내리는 결단과 아이에게 해주는 케어가 옳고 적합하다는 생각. 요 몇일간은 우리에게 햇볕이 내리쬐고 있었기에 감히 지금 이 시점의 우리는 잘 해내고 있다고 얘기 해 본다. 이런 감각이 훗날의 폭풍우를 견디는 내적 힘이 되어주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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