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11. 10. 23:53 2017-2021년 독일/일상 이야기
요즘에는 자기 전에 스도쿠를 한 문제 풀거나 파리에서 사온 안네의 일기 영문판 몇 쪽을 읽고 잠자리에 든다. 자기 전에 핸드폰을 보다 자지 않겠다는 굳은 결의를 한 게 몇 주 전이었던 것 같다. 아직까진 그럭저럭 잘 지켜지고 있는 샘이다. 태담을 하려고 시도해볼 때도 있다. 매일은 솔직히 무리고 가끔씩 생각이 날 때마다 남편이 동화책을 읽어준다. 나도 딱히 동화책을 읽어주는 건 해본 적이 없고 오늘은 누굴 만났어, 오늘은 뭘 했어, 넌 괜찮았니, 이런 식의 짧은 대화를 나누고는 '잘자. 내일도 멋진 하루가 될거야' 하는 식의 덕담을 던지고는 곧바로 잠에 든다.하루는 침대에 누워 스도쿠를 풀고 있는데 배에서 꿀렁! 하고 강한 태동이 느껴졌다. 이걸 뭐라고 설명해야 하나. 물고기가 파닥! 거리는 것 같기도 ..
2018. 10. 7. 01:18 2017-2021년 독일/일상 이야기
부모님과 함께 떠난 여행은 이번이 세 번째다. 첫 번째는 일본 오키나와였다. 우리 부부가 캄보디아로 떠나기 두 달 전이었는데, 이때까지만 해도 부모님께서 비행기를 타고 해외로 가본 적이 없으셨기 때문에 순전히 캄보디아에 오시는 예행 연습 차, 추억도 쌓을 겸 겸사겸사 일 주일간 다녀왔다. 두 번째는 두 분이서만 비행기를 타고 캄보디아로 오셨다. 간단히 프놈펜 시내를 둘러보고 시아누크빌이라는 바닷가에 가서 짧게 휴양을 보내고 왔다. 일본행으로는 2시간, 캄보디아로는 5시간 비행을 하셨다면 이제는 유럽. 유럽은 캄보디아의 두 배가 넘는 거리다.딸과 사위가 유럽에 있을 때 한번 여행하셔야 하지 않겠냐고 운을 띄웠던 것은 작년부터였다. 엄마는 주변 지인들도 한번씩 유럽여행을 다녀오셨는지 이미 마음을 먹으신 상태..
2018. 9. 22. 02:20 2017-2021년 독일/일상 이야기
우리 부부에게 최근 가장 큰 문제였던 보험 문제도 해결되고 더할나위 없이 마음이 편안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중이다. 요즘 작년과 달리 선선하고 기분좋은 가을 날씨가 계속되고 있다. 하루하루 가을이 성큼 다가오는 걸 느낀다. 어학공부도 목표했던 B2까지 마쳤고 부모님과 2주간의 유럽여행도 끝이 났다. 이쯤 뭔가 새로운 걸 해보리라 년초에는 기대했던 바가 있었는데 지금은 쉬는데만 열중하는 중이다. 우리 부부에게 새식구가 생겼기 때문이다. 두줄이 의미하는 것 지난 7월 중순쯤 생리예정일을 앞두고 난데없이 울렁거리는 증상이 느껴졌다. 이거... 몇 번 느껴봤던 증상인데. 목 뒤가 쌔해졌다. 고이 모시고 있었던 임신 테스트기를 꺼냈다. 결과는... 희미한 두 줄. 기쁨과 환희보다는 아... 이거 어쩌지, 이런..
2018. 9. 14. 03:37 2017-2021년 독일/일상 이야기
믿기지 않지만 오늘, 저녁을 시점으로 가장 바래왔던 방법으로 AOK와의 보험 문제가 해결됐다. (일단 소리질러!!!!!!!으아아아아!!!!!!!!!!!) 먼저 어제 원래 가기로 했던 병원 진료는 AOK와의 보험 문제가 얽혀있음에도 강행. 다녀왔다. 워낙 중요한 진료이기도 했고 예약을 잡고 무려 6주나 기다렸기 때문에 이번에 가지 않는다면 그 이상 더 기다려야 할지도 몰랐기 때문이다. (독일에서는 예약 후 한달은 기본으로 기다려야 한다.) 다행히 보험카드를 보여달라는 말을 하지 않았고 (휴...) 이미 몇번 방문했던 진료 기록이 이미 있어 순조롭게 진료를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오늘... 우리 일을 도와주시기로 한 권사님과 함께 AOK 고객센터를 방문했다. 우리가 지난주 방문했을 때, 학생보험 전체 철회를..
2018. 9. 10. 18:26 2017-2021년 독일/일상 이야기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더니 그 안에서 최악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툭 튀어나왔다. 지난 1년동안 독일에 거주하면서 속 시원하게 해결된 적이 없고 해결되지도 않은 채로 질질 끌어왔던 문제, 보험이다. 비자 연장 신청을 위해 이제는 보험문제를 곪은 상태로 두지 않으리라 하고 보험회사에 찾아갔던 8월 중순은 판도라의 상자의 뚜껑이 열리는 서막에 불과했다. 나의 최악의 기준이 점점 더 낮아졌는데도 불구하고 그 일이 일어나고 말았다. 보험의 전체 취소. 학생보험으로 들었던 작년 11월부터의 내 기록과 남편의 기록을 전체 철회 시켜버린 것이다.작년 학교 입학이 불발되고 나는 즉시 보험회사를 찾아갔다. 학교 측에 철회 입장을 밝히기도 전에 나는 보험에 계속 가입한 상태로 있을 수 있는지, 일단 학생보험으로 발을 들여놓았으..
2018. 7. 28. 22:46 2017-2021년 독일/일상 이야기
내가 월식하고 일식의 차이점도 모르고 살았던 것은 그동안 너무 바쁘게만 살아왔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과학을 배웠던 게 아주 오래전 일이라 (문과생입니다) 가물가물한 걸지도 모르겠다. 하늘에서 일어나는 일들에는 별 관심이 없고 땅에 속한 일에만 열심이었다. 일하고 먹고 자고 또 과제하고 이런 것들. 그런 내가 독일에 와서는 발코니에 앉아 월식이 일어나는 달을 열심히 관찰하고 있다.여름엔 꽤 시원하다고 하는 독일이지만 잠 못 이루도록 후덥지근한 날도 있다. 어제가 그런 날이었다. 발코니에 앉아 달을 구경하면서 가끔 불어주는 바람을 맞으며 열을 식혔다. 하늘에 달이 떠있었지만 평소와는 다르게 시껌시껌했다. 태양과 지구와 달이 일열로 나란히 서 있어서 달빛이 완전히 가려지는 모양이다. 발코니에서 몸을 식히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