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3. 29. 05:20 2017-2021년 독일/일상 이야기
그동안 글 쓸 짬 없이 매일 반복되는 일상을 살았다. 아침에 눈뜨고 일어나면 학원가고 수업듣고 집에오면 점심먹고 치우고 쉬다가 숙제하고 장보고 저녁먹고 공부하고. 정말 하는일 없이 학원갔다가 숙제만 했는데도 놀랍게 하루가 가버리는 경험을 매번 할 수 있다. 시간은 왜 이리 두기만 해도 잘 가는지. (..ㅎ-_-) 그러는 와중에 B1가 드디어 끝났다!!!! 야호!! A2에 6주, B1에 6주. 이렇게 벌써 12주나 흘렀다. 이제 대충 배울건 다 배운 지경에 이르렀지만 나는 아직 B1가 요구하는 수준까지 오르진 못한 것 같다. 학원 수업만 따라가기도 벅찬 세 달이었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학원수업 외의 것들을 했어야 했다고 생각한다. 예를들면 따로 신문이나 잡지를 읽는다던가 듣기를 더 한다던가 쓰기를 더 해본..
2018. 3. 14. 00:45 2017-2021년 독일/일상 이야기
작년 8월에 독일에 도착하고 난 후 나는 줄곧 봄을 기다려왔다. 독일에서 맞이한 첫번째 겨울이 유난히 추웠기 때문인 것도 있지만 3월 초에 처음으로 한국에서 친구들이 우리집으로 놀러 오기로 했기 때문이다. 3월이 드디어 왔고 서울에서 반가운 손님이 슈투트가르트로 찾아왔다.아주 먼 길을 건너 한국에서 이곳까지 방문해준 두 친구는 9월에 결혼을 앞둔 친구들이다. 이 둘과는 서울에서 지내고 있을 때 같은 교회에서 만나 지금까지 돈독한 관계를 쌓고 있다. 둘을 픽업하기 위해 공항으로 나갔는데 저 멀리서 걸어오는 모습을 보고 반가움에 심장이 쿵쾅쿵쾅. 무슨 연인을 기다리는 사람마냥 들떠있었다. 친구를 유럽에서 만난다니! 이 얼마나 특별한 일인지. 이렇게 우리의 짧고도 아쉬운 일주일의 동거가 시작됐다. 요리사 친구..
2018. 3. 2. 15:30 2017-2021년 독일/일상 이야기
어제는 잠자리에 들기 전에 EBS 다큐를 하나 보고 잤다. '나를 찾아라'는 주제로 진행하는 프로였는데 나는 그중에 3부, '시간과 불안'이라는 주제를 봤다. 높은 성과를 내기 위해 아침저녁 혹은 새벽까지 마다하지 않고 일에 전념하는 사람들이 나왔는데 그 모습이 대부분의 전형적인 사람들의 모습이라 찡하면서 공감이 많이 됐다. (EBS 다큐, 나를 찾아라 '시간과 불안' https://www.youtube.com/watch?v=pSOFGy8mN-o)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작년 6월까지만 해도 스트레스를 팍팍 받아가며 일을 했었고 7월 이후로 아무런 생산활동을 하지 않고 놀고 먹은지 이제 벌써 8개월이나 됐다. 처음 두달 정도는 주체할 수 없는 시간에 마냥 좋았던 것 같다. 업무의 압박을 받지 않아도 되고 ..
2018. 3. 2. 01:34 2017-2021년 독일/일상 이야기
남편이 없는 집에서 나는 무엇을 하나 남편의 페루로 2주간 집을 비운 동안 나의 패턴은 이러하다. 먼저 6시 반 기상. 씻고 나갈 준비를 한 뒤에 책상에 앉아서 아침으로 빵먹기. 밥 먹고는 글을 조금 쓰다가 책가방을 챙겨서 어학원으로. 나가기 전에 문 앞에 서서 몇번이고 열쇠와 지갑을 확인하는건 아침마다 하는 행사다.집에서 학원까지는 걷는 시간 빼고 30분 정도. 열차 안에서는 대부분 멍 때리며 가지만 의욕이 넘칠때는 독일어 방송을 들으며 간다. 학원에 도착하면 9시. 9시부터 1시 15분까지는 쭉 독일어 수업이 진행된다. 9시에 시작한 수업은 11시에 마치는데 끝나고 30분간 쉬는 시간을 보내면서 바나나 하나와 귤 하나를 먹는다. 어떤 친구들은 샌드위치를 먹거나 과자를 먹기도 하는데 나는 바나나 하나,..
2018. 2. 22. 06:08 2017-2021년 독일/일상 이야기
남편이 페루로 가고 나서 나는 한동안 금단 증상을 겪었다. 늘 함께 있던 사람이 자리를 비운다는 것은 이렇게 난감한 일이다. 나는 아무도 없는 빈 방을 서성거리며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부엌에 한번 안방에 한번 거실에 한번 작은 방에도 한번. 볼일이 있는 사람처럼 아니, 해야할 일을 까먹은 사람처럼 부산하게 왔다갔다. 집 밖을 나가야 할 때는 시동을 거는데까지 시간이 꽤 걸리는 편이다. 독일에서 열쇠를 잃어버렸거나 집에 두고 나간다면 그것만큼 재앙이 없으므로 (상상을 초월한 금액이 들어간다) 호주머니에 열쇠를 넣어 놓고도 몇번이나 손으로 만져보아야 한다. 교통카드도 빼놓을 수 없다. 교통카드를 제대로 챙겼는지 두번 세번 확인하고 문을 닫기 전에 한번 더 만져보고 닫는다. 집 열쇠는 나만 가지고 있기 때문에..
2018. 2. 19. 06:44 2017-2021년 독일/일상 이야기
한 달간 글을 못 썼다. 그 사이 나는 두번째 유산을 겪었다. 첫 유산 후 일년만에 테스트기 빨간 두 줄을 보게 됐는데 그 기쁨도 잠시 뿐이었다. 6주쯤 됐을까. 산부인과에 걸어둔 예약일이 채 가까이 가지도 못했는데 조금씩 출혈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놈의 출혈. 작년에도 나를 괴롭히더니 이번에도 나쁜 징조로 사인을 준다.산부인과에는 가보지도 못하고 대형병원 응급실에만 세 차례. 세 번째 방문에서 유산을 거의 확진받고 수술로 자궁 내 아기집을 제거할 건지 약물로 할 건지 정해야 했다. 작년에는 수술로 했으니 이번에는 최대한 자궁에 무리를 주지 않기 위해서 약물로 하기로 하고 약을 받아온게 지난주 수요일. 자궁을 수축하는 약을 3일간 복용하고 정말 죽을 것 처럼 아팠다. 뭔가 나오긴 했다던데 아직 피가 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