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7. 30. 23:55 2016년 캄보디아
우리집은 두명이 살기에 딱 적당하다. 방 하나에 거실 하나. 넓찍한 안방에는 침대와 화장대, 나무로 만든 옷장이 있다. 하얀 침대 머리맡과 우측에는 큰 창이 한개씩 있다. 저녁에 잘때 우리는 창문을 다 열어놓고 자는데 곧장 맞바람이 불어주어 뽀송뽀송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거실에는 소파와 아일랜드 식탁이 있다. 소파는 딱딱한 나무로 만들어져 있어서 오랫동안 앉아있으면 엉덩이가 배기긴 한다. 우리는 이 비좁고 딱딱한 소파에 낑겨 눕거나 탁자에 다리를 올리고 앉아 차를 마신다. 평일 저녁에는 아무렇게나 앉아 연속극을 보기도 한다. 아일랜드 식탁에는 두세명이 앉을 수 있다. 요리를 하면 바로 올려두고 먹을 수 있어서 좋다. 시멘트로 만들어져 있어 아무리 뜨거운 냄비라도 거뜬하게 올릴 수 있다. 단점이라면 의..
2016. 7. 28. 14:00 좋아서 읽는 책
알베르 까뮈 전집을 포함해 프랑스 문학 번역에서 선구자 역할을 한 김화영 번역가의 산문집, 은 에서 지중해성 사고방식이 잘 녹아져있는 책으로 선정된 책이다. 그럴만 한 것이 저자는 젊은날을 엑상프로방스에 오랜시간 체류하면서 그 시절 직접적으로 다가왔던 충격적인 행복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가 직접 겪고, 느꼈던 타국에서의 이질감이 어떤 것일지. 캄보디아의 뜨거운 태양하고는 다르겠지만, 아무튼 읽는 내내 나는 지중해의 따사로운 햇볕을 상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들이 참으로 '떠난다'는 일은 쉽지 않다. 떠나는 방법은 누구도 가르쳐줄 수 없는 것이다. 수없이 떠나본 사람에게도 모든 '떠남'은 항상 최초의 경험이다. 떠나는 방법은 자기 스스로에게도 교육할 수 없는 것이다."1970년대 해..
2016. 7. 28. 11:39 좋아서 읽는 책
앙드레 지드의 정신적 자서전이라고 평가되는 . 읽고 금방 잊어버리기엔 너무 아까운 아름다운 구절들이 넘쳐났다. 그것만이라도 쓰자 싶어서 적어둔 것이 12장. 아름다운 표현과 가치들이 한상 푸짐하게 차려진 지상의 양식이다.이 책은 소설도 아니고 여행기도 아니다. 편지도, 시도 아닌 저자 앙드레 지드의 의식의 흐름이다. 삶에 대한 찬양과 노래이다. 삶이라는 경탄할만한 기적을 제대로 찬탄하지 못하는 지금의 젊은이들에게 보내는 뜨거운 노래이자 조언이다. 나는 이 조언을 마음에 새겨두고 싶어서 적고 또 적었다. "저녁을 바라볼 때는 마치 하루가 거기서 죽어가듯이 바라보라. 그리고 아침을 바라볼 때는 마치 만물이 거기서 태어나듯이 바라보라. 그대의 눈에 비치는 것이 순간마다 새롭기를. 현자란 모든 것에 경탄하는 자..
2016. 7. 28. 10:47 좋아서 읽는 책
우리가 읽는 책이 우리 머리를 주먹으로 한 대 쳐서 우리를 잠에서 깨우지 않는다면 도대체 왜 우리가 그 책을 읽어야 하는 것이냐. 책이란 무릇 우리 안에 있는 꽁꽁 얼어버린 바다를 깨뜨리는 도끼가 아니면 안되는거야. (1904년 카프카)책 읽기는 꼬리잡기 같기도 하다. 이 책을 읽고 있으면 그 다음에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모를 때 지금 읽고 있는 책이 꼬리를 주기 때문이다. 지금 소개하는 책은 고영성 저 에 소개된 책이였다. 저자는 가 너무 좋아서 5번 넘게 반복해서 읽었고, 아직도 책이 주는 영향력이 크다고 했다. 광고크리에이터 전문가로 활약하는 저자의 필력이 좋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메마른 감수성을 채워줄 내용이 기대가 되어 책읽기를 시작했다.실제 진행된 인문학 강의를 바탕으로 책이 쓰여져서인지 말하..
2016. 7. 27. 17:53 2016년 캄보디아
항상 덥기만할 줄 알았던 캄보디아. 막상 와보니 약간 쌀쌀한 시간대도 있고 24시간 365일 내리 덥진 않았다. 약간 쌀쌀한 시간대였을까, 약해졌던 몸에 바이러스가 들어왔던지 감기로 며칠 몸살을 앓았다. 목은 땡땡 부어올라 침 삼키기도 어려웠고 온몸은 열에 들떠 저릿저릿 했다. 땀을 한바가지로 쏟으면서 시간과 사투를 벌이는 중에 병상에서 함께 고생하는 것은 나만이 아니였다. 흐르는 땀 닦아주랴, 물 끓여 뜨거운 물 갖다주랴, 더울까 부채질하랴 밤새 잠못 이룬 남편이 옆에 있었다.나는 온도계를 입에 물고 가만히 누워있었다. 남편은 때가 되면 물을 먹이고 땀을 닦아주고 말을 걸어줬다. 내가 우리 아빠엄마의 '우리딸'이던 시절 엄마가 해줬던 간호를 이제 남편이 한다. 새삼스럽게 내가 결혼을 했다는 사실과, 캄..
2016. 7. 20. 12:30 2016년 캄보디아
쨍그랑. 초록색 투명 유리컵이 테이블에서 미끄러져 바닥으로 추락했다. 적막한 밤을 찢는 유리 소리는 곧 잠을 청하려 했던 우리 두 사람을 깨운다. 둥글둥글한 유리컵은 금새 날카로운 파편이 되어 돌이킬 수 없게 바닥에 아무렇게나 널부러져 깨져 있었다. 좀 전까지만 해도 고왔던 컵이 산산조각이 난 것이다.슬금슬금 오던 잠을 무르고 깨진 컵 주위로 모여 쭈그리고 앉았다. 성한 것들은 손으로 집어서 버리고 작은 조각들은 젖은 수건으로 훔쳤다. 그러고도 잡히지 않는 유리가루들은 손가락 감각에 맡긴다. 두 사람이 합해 스무개의 손가락으로 더듬더듬 바닥을 쓸어보았다. 늦은 밤, 모두가 잠든 것 같은 이 시간에 우리 둘만 깨어 안방 바닥을 더듬거리고 있다. 날카롭게 깨어진 유리컵을 아쉬워 하는 마음은 이미 휴지통에 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