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8. 10. 04:51 2017-2021년 독일/육아 이야기
하니가 최근에 배운 것: 사물을 좀 더 오래 잡고 있다. 여러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 친숙한 사람(아빠, 엄마)의 얼굴을 더 오래 응시한다. 양 손으로 양 발을 한쪽씩 잡고 그 자세를 꽤 오래도 유지한다. 뒤집기는 아직이다. 최근에 뒤집기를 하지 못해 안달이 난 것처럼 몸을 이리저리 들썩이더니 언제부터인지 요즘은 또 잠잠하다. 누워있기를 싫어하고 품에 안아주면 팔을 자주 뻗고 있는다. 한 번은 옷장 문고리를 잡도록 들어주었더니 문고리를 잡고 끌어당겨 옷장 문을 열었다. (물론 내가 내쪽으로 잡아당겼지만.) 놀라운 손아귀 힘! 몸무게/체중: 며칠 전 세 번째 예방접종을 맞기 위해 병원에 방문했는데(+135일) 그때 체중계로 재본 무게는 6.4kg였다. 집에서 재본 키는 65cm. 쌀미음 이유식을 일주일째 ..
2019. 8. 8. 05:08 2017-2021년 독일/육아 이야기
새벽부터 천둥번개가 친다. 하늘이 번쩍번쩍 빛나고 요란한 광음과 함께 빗물이 창문을 내리쳤다. 나는 새벽 3시부터 두 시간째 하니를 달래고 있는 중이었다. 원래 젖을 먹이면 곧바로 잠드는 아이인데 오늘은 어쩐 일인지 쉬이 울음이 사그라들지 않는다. 한 시간을 넘게 아이를 달랬다가 안았다가 다시 젖을 물리다 하다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하.. 분유를 줘야하나." 혼잣말로 중얼거리는 소리에, 그동안 하니의 칭얼거림에도 꿋꿋하게 단잠을 자고 있던 남편이 단번에 벌떡 일어났다. 아이가 우는 소리보다 내 한숨소리에 더 민감한 남편이다. 남편이 분유를 타오는 사이 나는 다시 하니를 달랬다. 어제 구연산 분유를 마신 일 때문일까. 산이 이 아기 뱃속에서 어떤 작용을 하고 있는 걸까. 배앓이가 있는 걸까. 남편에게 ..
2019. 8. 7. 03:59 2017-2021년 독일/육아 이야기
네가 엥-하고 낑낑대는 소리를 낸다. 거실에 있던 나는 부리나케 발걸음을 낮춰 안방의 방문을 열어본다. 왼쪽으로 오른쪽으로 바쁘게도 너의 머리는 움직인다. 나는 내 모습을 보이고 미소를 지으며 너를 진정시킨다. 울음 소리는 점점 커져간다. 가녀린 너의 팔이 허공을 바쁘게도 젓는다. 나는 톡하고 수유나시의 끈을 풀어 가슴을 내어놓는다. 너를 들어 무릎에 놓았을 때 너는 바빠진다. 젖냄새를 맡은 너는 입을 오무린다. 너는 배고픔에 충실하게도 나에게 매달린다. 꼬물거리는 손은 가슴과 나시와 끈을 훑고 지나간다. 가지런히 뻗은 두 다리는 어느새 나의 팔을 끼고 자리를 찾는다. 꿀꺽꿀꺽 넘어가는 목구멍. 푹 파진 보조개. 내 몸의 무언가가 너에게로 이동한다. 젖 먹을 때 하니의 모습은 한없이 사랑스럽고 형언할 수..
2019. 8. 7. 03:41 2017-2021년 독일/육아 이야기
+126일 잠들기 직전 마구 울어대는 너를 보며 생각한다. 1분만 참고 지켜볼까. 1분이 흐른 뒤에는 또 생각한다. 1분만 더 지켜볼 수 있을까. 길고 긴 2분이 끝나가는데도 너는 계속 울고 있다. 안아주어야 할까. 이제 막 잠들려고 애쓰는 너를 내가 깨우는 건 아닐까. 그냥 내버려두면 네가 너무 외롭진 않을까. 생각하는 사이 시간은 조금 흘러있다. 너의 울음 소리는 그 사이 줄어들었다 다시 발작적으로 커졌다가를 반복한다. 주변을 둘러보았다가 눈을 질끈 감았다가 한다. 그러다 너는 어느 순간 울음을 멈추고 허공을 바라본다. 지쳐보이는 너의 얼굴에 눈물 방울이 뒤늦게 흘러내린다. 그 모습이 애처로워 보여 귀엽게 보여 나는 웃었다. 너는 다시 울기 시작한다. 나도 다시 우는 너를 지켜본다. 자려고만 하면 자..
2019. 8. 3. 05:55 2017-2021년 독일/육아 이야기
백일 아기와 시댁식구들과의 유럽여행 아홉 분의 시댁 식구들이 독일을 방문하게 되어 여행 준비 차 정신없이 6월 한달을 보낸 것 같고 7월은 2주간 여행, 남은 2주는 정신적 육체적 피로를 씻기는 데 다 가버린 듯 하다. 하니는 할아버지와 할머니, 큰아빠 큰엄마와 사촌오빠, 고모할머니들과 고모부할아버지, 삼촌할아버지 등등등...... 실로 많은 친지들의 축하 속에 백일도 맞이했다. 사진을 꼭 남기고 싶었던 내 바람대로 셀프 백일상도 성공적이었다. 여행 중에 어른들 모시고 백일상을 치르기가 생각보다 성가시고 어려운 일이었지만 그럼에도 사진을 찍고 남기니 어찌나 마음이 흡족하던지. 갓 백일이 넘은 아기와 함께 2주간의 독일, 스위스 여행이라. 여행이라고 말하기는 조금 거창하다. 남편은 가족들을 모시고 가이드에..
2019. 6. 5. 22:42 2017-2021년 독일/육아 이야기
하니 생후 +54일 글을 매일 쓰려고 하는데 잘 안된다. 육아에 적응한다는 핑계로 아기 주변에만 주로 있는 편이다. 하니가 7주쯤 넘어가기 시작할 때부터 이제 모유수유에 대한 어려움은 줄었고 아기와 먹고 놀고 재우고의 반복이 꽤 규칙적이게 되었다. 첫 한 달간 하니는 워낙 많이 잤던 터라 규칙이란 것이 따로 없었는데 이제는 수유 후에 조금씩 재워보고 있다. 아직 패턴같은 게 생긴 건 아니지만 오전에 두 번, 오후에 두세 번 낮잠을 자고 저녁 6시가 되면 나름 밤잠이라 생각하고 아기를 본격적으로 재워보려고 하는 편이다. 하니는 다행히 밤에 잠을 잘 잔다. 배가 고플 때만 칭얼거리고 수유가 끝나면 다시 잠에 든다. 한번 잘 때 4시간 넘게까지 자고 있어서 덕분에 나도 4시간까지 통잠을 자본 적도 있다. 4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