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6. 6. 17:25 2017-2021년 독일/육아 이야기
14개월 현재의 하니를 키우면서 어려운 부분 중의 하나는 바로 밥을 준비할 때다. 하니를 맡아줄 사람이 없는 상태에서 아이를 살피며 요리를 차리는 건 쉽지 않다. 대게 점심식사 준비는 11시부터 시작되는데 그때는 하니가 가장 배가 고플 때라 나와 떨어져 있고 싶지 않아 하며 나는 하니를 먹이기 위해 식사 준비에 몹시 바쁘다. 그래서 나는 식사를 만들면 3일분을 한 번에 만들어 놓는 편이다. 그러면 하루는 음식 장만하느라 좀 힘들어도 이틀은 장만한 음식을 덥히기만 하면 되니 편하다. 어제는 새로운 점심 메뉴를 만들어야 하는 날이었다. 냉장고 안에 애호박이 있어서 나는 자주 해주는 애호박 크림 파스타를 만들어주기로 했다. 애호박 크림 파스타는 만들기가 정말 쉬운데 하니가 잘 먹어주어 우리 집 단골 메뉴다. ..
2020. 1. 31. 04:30 2017-2021년 독일/육아 이야기
남편은 아침 일찍 학교에 갔다. 오늘 해야 할 일 중에 하나는 빨래하기. 하니는 도무지 혼자 있으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9kg에 육박하는 아기를 한쪽 팔에 번쩍 안아들고 화장실에 있는 빨래감을 가져온다. 하니를 부엌 바닥에 내려놓는다. 요즘 하니는 점점 무거워져서 들거나 안고 있기가 힘들어져서 이제 차라리 언제든 바닥에 내려놓고, 바닥을 매일 닦기로 했다. 하니가 부엌 바닥에 앉아 잠시 한눈을 파는 사이 옷가지를 세탁기 안에 쑤셔 넣는다. 문을 닫기 전, 더러워진 하니의 식탁의자보가 떠오른다. 입에 음식물이 있는 채로 벨트를 쪽쪽 빨아대는 바람에 온갖 음식물들로 벨트가 딱딱해졌다. 벨트 풀기가 영 옹삭한데.... 그래도 힘주어 어깨, 허리, 중앙의 각각의 벨트들을 빼서 작은 주머니에 넣고 세탁기 안에 쑤..
2020. 1. 14. 06:35 2017-2021년 독일/육아 이야기
잘 노는 하니가 느닷없이 열이 났다. 콧물이나 기침 같은 감기 증상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낮잠을 자고 일어났는데도 유독 축 쳐져 보였다. 하니가 평소와 다르게 뭔가 더 뜨끈뜨끈했다. 설마... 온도를 재보니 38.8도. 비접촉식 온도계로 이마를 대고 잰 거라 혹시 부정확한 수치일까 싶어 항문 온도로 다시 재보았다. 38.1도.... 숫자 올라가는 속도가 꽤 빨랐다. 간담이 서늘했다. 하니가 태어나고 열이 난 것은 처음이다. 초보 엄마는 심히 당황했다. 뭘 어떻게 해줘야 할까, 바로 약을 줘야 할까 조금 지켜봐야 할까,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38도 가지고 병원은 안 되겠지. 여긴 독일이니까. 웬만큼 열이 나지 않고선 태연하게 집으로 돌려보내는 소아과 의사가 대부분인 이곳은 엄마들에게 악명이 높은 곳이다...
2020. 1. 9. 05:36 2017-2021년 독일/육아 이야기
나도 새로운 시도는 늘 어렵다. 아이를 데리고 갈 곳을 찾아보기는 하지만 막상 가기까지는 쉽지가 않다. 6-7개월까지는 쭉 괜찮았다. 하니가 누워있으면 나도 마음 놓고 이것저것 할 수도 있고, 같이 누워있기도 했다. 하지만 하니가 잡고 일어서고 엄청난 에너지로 기어 다니기 시작하면서부터 우리는 집에만 있을 수 없게 되었다. 나는 하니를 데리고 나가야 했다. 어디든 가야한다 크리스마스와 새해로 2주간의 긴 연휴가 끝이 나고 남편은 다시 학교와 알바가 반복되는 일상이 시작됐다. 고로 나의 독박 육아의 세계가 다시 열린 것이다. 오늘부터는 내 의지로 집 밖을 나서야 한다. 처음엔 마음먹기가 쉽지 않다. 자, 어디 독일 엄마들과 독일 아이들 좀 만나러 가볼까, 이렇게 마음먹으면 어쩐지 힘이 빠지고 집 문 밖을 ..
2019. 10. 8. 03:30 2017-2021년 독일/육아 이야기
독일에서 태어난 하니, 이유식은 어떻게 할까? 하니가 2개월에서 3개월쯤 되었을 때 독일에 사는 지인들은 내게 이렇게 물었다. 이유식은 어떻게 할 거야? 한국식으로? 아니면 독일식? 둘 중 어느 것도 제대로 알지 못했던 나는 일단 만들어 먹이는 것을 선택했다. 누가 준 이유식 책 한 권을 교과서로 삼아 애호박-감자-브로콜리-양배추-단호박-고구마같은 야채나 바나나, 사과 같은 과일 종류 하나씩을 골라 알나투라Alnatura에서 산 자스민 쌀로 쌀미음을 만들어 먹였다. 내 자식을 위한 요리는 보람도 있고 의욕도 넘쳤다. 남편에게는 미안하지만 전과는 결이 다른 느낌이었다. 내가 뭔가를 만들었는데 아기가 그걸 한입 한입 맛있게 받아먹어 주는 경험은 그 흔한 옛날 말처럼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르며 먹기 전부터 퍽이..
2019. 8. 3. 05:55 2017-2021년 독일/육아 이야기
백일 아기와 시댁식구들과의 유럽여행 아홉 분의 시댁 식구들이 독일을 방문하게 되어 여행 준비 차 정신없이 6월 한달을 보낸 것 같고 7월은 2주간 여행, 남은 2주는 정신적 육체적 피로를 씻기는 데 다 가버린 듯 하다. 하니는 할아버지와 할머니, 큰아빠 큰엄마와 사촌오빠, 고모할머니들과 고모부할아버지, 삼촌할아버지 등등등...... 실로 많은 친지들의 축하 속에 백일도 맞이했다. 사진을 꼭 남기고 싶었던 내 바람대로 셀프 백일상도 성공적이었다. 여행 중에 어른들 모시고 백일상을 치르기가 생각보다 성가시고 어려운 일이었지만 그럼에도 사진을 찍고 남기니 어찌나 마음이 흡족하던지. 갓 백일이 넘은 아기와 함께 2주간의 독일, 스위스 여행이라. 여행이라고 말하기는 조금 거창하다. 남편은 가족들을 모시고 가이드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