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11. 20. 08:53 2016년 캄보디아
푸에취! 재채기를 크게 한번 했다. 선풍기는 틀어놓고 이불은 안 덮은채로 잤다. 간밤에는 조금 추웠다. 나는 이불을 잘 안덮는다. 자꾸만 발로 차는 습관이 있다. 저녁에 잠들기 전에는 또 어찌나 더운지 최대한 얇은 옷을 입는다. 옷은 얇고 이불은 안덮고 새벽이 되면 이렇게 추위에 떠는 것이다. 비가 한바탕 쏟아질 예정인지 하늘이 꾸르릉거린다. 좀처럼 아침에 비가 오는 일은 없다가 왠일이지 싶다. 캄보디아의 길고 긴 우기도 끝나가고 건기가 오고 있는지 최근에 비가 많이 안왔다. 건기가 오면 다시 더워진다고들 한다. 그런것 같기도 하다. 저녁에는 보통 시원한데 요즘은 바람이 불지 않아서 꽤 덥다. 뭔가 캄보디아의 한여름이 지나가고 가을같은 선선한 느낌이 들긴 드는데도 덥기는 덥다. 요즘 한국은 춥나보다. J..
2016. 11. 19. 11:40 2016년 캄보디아
어제 나를 목적지에 데려다준 그 오토바이 아저씨는 참 친절했다. 가격 흥정을 하지도 않고 내가 제시한 가격에 고개를 크게 끄덕거려줬고 행선지가 맞는지 두세차례나 확인했다. 출발을 하는데 여느때랑 다르다. 천천히 간다. 많은 오토바이들이 우리를 앞질러갔다. 고가를 넘을때는 조심스럽게 살며시, 사뿐히 천천히 넘어간다. 바타낙 빌딩 근처에 오니까 징그럽게도 막히기 시작한다. 깜빡하고 출근할 때 마스크를 못썼는데 멈춰서 쓰기 어려운 깊숙한 곳에 쑤셔박아둔 것 같다. 매캐한 연기가 콧구멍을 찔러 머리가 아파온다. 순간 아저씨가 횡선지를 틀더니 왔던 곳으로 되돌아간다. 아저씨에게 이쪽이 아니라 저쪽이라고 손짓하자 돌아서가면 좋다는 손신호를 보여준다. 잉? 이번에는 가다가 멈춘다. 주머니안에 있는 휴대전화를 꺼내더니..
2016. 11. 18. 15:02 2016년 캄보디아
휴일은 순식간에 지나가버렸고 이제 출근을 해야한다. 오늘까지 쉬게 해주면 좋으련만 그건 내 입장이고. 이제부터 2주간 또 달리겠다. 혼자서 놓치면 안될 일들이 많아 겁먹지 말자고, 잘 할 수 있을거라고 스스로에게 얘기한다. 심지어 여유롭게 할거라고 스스로에게 다독인다. 일이 많다고 문제가 되진 않을거다. 아침에 글을 쓰면서 스스로에게 말을 거는 횟수라고 해야할까 그런 것들이 늘어났다. 내가 걱정하고 있는 문제에 대해 괜찮을거라 얘기하고 나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를 덧붙이기도 한다. 내가 나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 하루 중 오롯이 나하고만 대화하는 시간이 있다는 것은 은밀한 기쁨이다. 이런 아침시간이 좋아서 새벽에 일어나는 것도 꽤 기분좋다.* 핸드폰이 나에게 무슨 기능을 해주는 걸까 고민해보고 있는 중이..
2016. 11. 16. 09:29 2016년 캄보디아
사람은 꿈꾸는대로 살 수 있을까? 바라는대로 살 수 있을까? 예전에 이런 제목의 책이 열풍을 분적이 있었다. 이라는. 뭐든지 잘 될것이라는 긍정이 궁극의 답이라는 식의 책이고 아주 유명한 미국의 목사가 글을 썼다. 무조건 된다고 했더니 진짜 잘된 사례말고 나는 어떤 메커니즘을 알고 싶다. 왜? 어떤 방식으로 혹은 어떤 시스템으로 바라는대로 살게 되는걸까? 이런 질문에 답하려면 빼놓지 않고 나오는 얘기가 있다. 마음과 행동을 수정하면 실제로 결과가 달라진다는 설이다. 과학적으로 어떻게 검증이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자기계발서의 대부분 내용이 이런 말을 하고있다. 한동안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라 자리를 지킨 이지성작가의 을 펴봐도 '그저 마음만 강하게 먹으면 꿈은 이뤄진다'고 말한다. '진심으로 그렇게 느끼고 ..
2016. 11. 15. 09:01 2016년 캄보디아
물건을 사는 것은 쉽지만 꼭 필요한 것만 사기는 더 어렵다. 근래들어 나는 미니멀리즘, 미니멀리스트 같은 키워드를 검색하면서 유투브 영상을 봤다. 사람들은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몇가지 물건을 보여주기도 하고 자신의 가치를 카메라에 호소하기도 했다. 저렇게 적은 물건으로도 사는구나 싶으니꺼 새삼 내가 거진게 캐리어 하나에도 다 들어가지 못할 정도로 차고 넘친다는 사실을 느꼈던 것 같다. 그런데도 나는 물건을 계속 산다. 최근에는 2017년도 다이어리를 샀고 어제는 텀블러 콜드컵을, 민무늬 검정색 회색 반팔 티셔츠도 두장이나 샀다. 남편이 진지하게 물어본다. "옷장을 비운다더니 거기에 옷을 사서 더한다는 뜻이였어?" 옷장의 규모를 줄이고 싶어서 여기저기 나눔을 하더니 티셔츠를 다시 사는 나를 보고 남편은 황..
2016. 11. 14. 08:00 2016년 캄보디아
눈을 떴는데 새벽에 비가 많이 쏟아졌는지 안방과 거실 바닥에 물이 들어와있다. 꽤 많은 비가 방을 어지럽혔지만 이제 놀라지도 않는 걸 보니 이곳 생활에 적응했나보다. 어차피 두면 금방 마른다. 신경 안써도 된다. 창틀에 빗물이 송골송골 맺혀있다. 창문이 땀일도 흘리는 것같이 보인다. 창틀 너머로 참새들이 지저귄다. 작은 몸에 쉼없이 움직이는 모습이 귀엽다. 도도도도하고 자기 몸을 긁어댈땐 몸에 진동이 켜지는 것만 같다. 즐겁게 바라보았던 두마리 참새가 바닥으로 추락하듯 시선에서 사라졌다. 창문으로 제법 쌀쌀한 바람이 들어온다. 어제 그룹홈 아이들을 인솔해서 끼리룸 자연 공원(Kirirom National Park)에 다녀왔다. 공원이라고 해서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공원을 떠올리면 안된다. 넓게 펼쳐진 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