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11. 30. 19:21 2017-2021년 독일/일상 이야기
햇살이 너무 따뜻하고 좋아서 책상에 앉아 있어도 마음이 콩 밭에 가 있는 기분이었다. 오늘 같은 날은 집에 있으면 예의가 아니지. 햇볕에 대한 예의. 나는 즉시 옷을 챙겨입고 엉크러진 머리를 정리한 뒤 바깥으로 나갔다. 목을 축여줄 물통과 간식으로 먹을 바나나 하나도 야무지게 챙겼다. 우반을 타고 넓은 공원으로 갈 생각이다.공원은 보수공사를 하는지 약간은 분위기가 산만했다. 원래는 햇살에 반짝여야 할 호수가 물이 다 빠져 스산해보인다. 물갈이를 하는 중인지 몇 주 전부터 물이 모두 사라졌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무작정 걷기를 시작한다. 뭔가 음악이나 팟캐스트라도 들으면서 걷고 싶었는데 이어폰을 놓고 왔다. 어쩔 수 없이 묵묵히 걷고 있는데, 이것도 꽤 나쁘지 않구나는 생각이 들었다.달리기를 하며 곁을 지나..
2018. 11. 18. 06:24 2017-2021년 독일/일상 이야기
독일 생활도 어언 1년째. 남편은 이번에 3학기를 시작하면서 아르바이트도 함께 시작했다. 한식당에서 열심히 설거지를 하는 중이다. 주 15시간 정도 일하고 있는데 수업이 없는 목요일에 몰아서 10시간을 내리 일하고 토요일에는 대여섯 시간 정도 일한다. 우리집에서만 활동했던 설거지 요정이 외근을 나가(??) 돈을 벌어오고 있는 중이다. 남편은 주방일이 나름 재미있다고 괜찮다고 나를 안심시키는 것 같지만 역시 힘들어 보인다. 10시간 일하고 들어온 목요일 저녁밤은 무릎이 아프다, 손목이 아프다 여기저기서 말썽인지 앓는 소리를 냈다.지난 수요일. 남편이 수업을 마치고 학생식당에서 점심을 먹고는 나에게 전화를 했다. 월, 수, 금요일은 남편이 오전 일찍 수업이 있어 정신없이 나가는터라 챙겨준 아침은 먹었는지, ..
2018. 11. 10. 23:53 2017-2021년 독일/일상 이야기
요즘에는 자기 전에 스도쿠를 한 문제 풀거나 파리에서 사온 안네의 일기 영문판 몇 쪽을 읽고 잠자리에 든다. 자기 전에 핸드폰을 보다 자지 않겠다는 굳은 결의를 한 게 몇 주 전이었던 것 같다. 아직까진 그럭저럭 잘 지켜지고 있는 샘이다. 태담을 하려고 시도해볼 때도 있다. 매일은 솔직히 무리고 가끔씩 생각이 날 때마다 남편이 동화책을 읽어준다. 나도 딱히 동화책을 읽어주는 건 해본 적이 없고 오늘은 누굴 만났어, 오늘은 뭘 했어, 넌 괜찮았니, 이런 식의 짧은 대화를 나누고는 '잘자. 내일도 멋진 하루가 될거야' 하는 식의 덕담을 던지고는 곧바로 잠에 든다.하루는 침대에 누워 스도쿠를 풀고 있는데 배에서 꿀렁! 하고 강한 태동이 느껴졌다. 이걸 뭐라고 설명해야 하나. 물고기가 파닥! 거리는 것 같기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