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3. 4. 16:37 2016년 캄보디아
꼭 돌아오지 않을 것만 같았던 귀국일이 왔고 남편과 나는 양손과 양 어깨에 짐을 가득 가지고 한국에 도착했다. 마지막으로 프놈펜을 등지고 공항에 들어갈 때까지만 해도 정말 이렇게 가는건가 싶었는데 일주일이 지나고 보니 캄보디아가 아득히 멀게 느껴진다. 1년간 캄보디아에 살면서 무엇을 얻었고 무엇을 잃었을까? 이것은 내가 가장 좋았던 점이나 마음에 들지 않았던 점으로도 말할 수 있다. 동전의 양먼처럼 극적으로는 좋으나 또 좋지 않은. 캄보디아의 기억이 더 흐려지기 전에 생각나는대로 적어볼까 한다.다시 한국으로..1:: 누군가의 내가 아닌 나만의 나로서의 24시간 캄보디아에 오면 일단 첫번째로 느끼는 게 있다. 바로 시간이 많다는 점이다. 한국에서의 시간의 흐름과 분명 다르다. 특히 할 일도 만날 사람도 몸..
2017. 2. 20. 10:51 2016년 캄보디아
언제부터였을까. 시원하기만 했던 내 감정에 서운함이 끼어들어간 것은. 3주전까지만 해도 캄보디아를 떠나는게 후련했는데 완전히 헤어지려고 보니 아쉬운 마음이 든다. 사람 마음은 참 알다가도 모르겠다. 내 마음도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마지막 예배를 드리고나면 마음에 후련함만 남을 줄 알았더니. 순서가 끝나갈수록 여느 이별과 다름없이 약간의 쌉쌀한, 쓸쓸함같은게 느껴졌다. 그 감정은 그룹홈 아이들과 마지막 점심식사를 하기위해 럭키버거에 갔을 때까지 그대로 이어졌다. 좋은 아이들인데. 있는 동안 더 아껴주지 못한 게 아쉬워졌다. 아이들은 자기네들이 먹고 싶었던 햄버거를 맛있게 먹고 추가로 시킨 아이스크림까지 싹싹 비웠다. 자리에 앉은 지 40분이나 지났을까. 이제 애들은 집에 가고 싶은지 엉덩이를 들썩인다..
2017. 2. 13. 11:14 2016년 캄보디아
프놈펜 살이도 점점 정리가 되어가고, 남은 2주동안 외식할 수 있는 횟수도 몇번 남지 않게 되었다. 시간은 한정적이고 기회는 몇번 남지 않았다. 우리 부부는 남은 2주의 주말동안 1년간 프놈펜에 살면서 꼭 다시 가보고 싶었던 식당에 가기로 했다. 그 첫번째 주말이 흘렀으니. 시간은 없고 맛있는건 먹고싶은 우리같은 프놈펜 여행자들을 위해, 꼭 가봐야 할 프놈펜 식당을 추천한다.1. 이온몰 카이호마루 스시집 KAIHOMARU SUSHI나는 초밥을 좋아한다. 프놈펜에 스시집도 참 많은데 왜 굳이 이곳을 1번으로 들었는고 하면 바로 양이 푸짐하기 때문이다. 주말에는 24.75$인 스시 패밀리 세트가 할인되어 19.75$로 정말 둘이서 배가 터지게 스시를 먹을 수 있다. 양도 퀄리티도 만족스러워서 올 때마다 마음..
2017. 2. 9. 10:50 2016년 캄보디아
한국에서 몸조리도 잘 했고 이번주 월요일부터 다시 근무도 시작했다. 이 와중에 뜻밖에 감기가 찾아와서 월요일부터 골골대는 중이다. 덕분에 지난 3일간은 퇴근하고 집에오면 씻고 저녁먹고 애저녁부터 들어누웠다. 오늘 아침은 좀 가벼운 몸으로 일어난 편이다. 빡샌 인수인계와 넘치는 잠으로 이제 캄보디아에서 남은 3주는 2주로 좁혀지고 있다.내가 바라지 않아도 시간은 빨리 흘러가는 중이다. 나의 애증의 캄보디아. 사람들도 좋고 첫번째 외국생활로도 좋았으나 겪지 않아도 될 많은 일들을 많이 겪었다. 이제 내 평생에 이런 식으로 봉사단원으로 살아볼 날이 있을까? 아마 없을 거다. 어디서든 '봉사하는 마음가짐'으로 일할 수는 있겠지만 '봉사단원'이라는 허울 좋은 이름아래 가려진 근무는 이제 끝이다. 아휴. 아직 끝나..
2017. 1. 25. 01:14 2016년 캄보디아
2016년 10월에 헤어드레서인 영주를 캄보디아에서 처음 만났다. 이런저런일로 거의 일주일이라는 시간을 우리 집에서 머물며 함께 보냈다. 그리고 고맙게도 영주로부터 헤어컷을 어떻게 하면 되는지 가이드라인도 받았고 직접 시술도 받았다. 영주는 현재 헤어컷을 해주면서 세계 여행을 하는 중이다. 우리 부부 헤어컷을 해준 이영주 헤어드레서와 함께 그렇게 나의 투블럭 묶음머리는 완성되었다. 처음 시도하는 것이라 나조차도 내 모습이 어색하다.그래도 전문가의 손길을 받아서인지 자신감 있게 다녔고, 점차 익숙해 졌다. 그렇게 한 달 쯤 지났을까, 연구소에 출근한 어느날 함께 일하는 젊은 현지인 친구가 내 머리가 멋지다는 말을 자꾸 한다.영주한테 투블럭 가이드라인 교육(?)도 받았고 여러번 헤어컷을 해본 경험도 있어서 ..
2017. 1. 6. 16:59 2016년 캄보디아
무슨 할말이 많다고, 혹은 무슨 할말이 그렇게 없다고 그동안 세 편 정도 글을 썼다가 지웠다가 컴퓨터를 켰다 껐다 한 것 같아요. 지우는 횟수가 더 늘어나면 글을 올릴 수 있으려나. 그러다가 오늘은 뭔가 흔적을 남기고 싶어서 페이지를 열었습니다. 저와 남편은 잘 먹고 잘 살고 있어요. 먹는게 일이잖아요. 매일 저녁 뭐 해먹나 고민하는게 일이에요. 어제는 안동찜닭을 해먹었어요. 제가 한건 아니고 요리사는 또 남편입니다. 신세지고 있어요, 요새 더. 끝내주게 맛있어!!!! 가끔씩 텔레파시같은게 통할 때가 있어요. 남편이 장을 뭐 볼까? 물어보는데 급하게 이것저것 얘기했다가 뭐 하나를 빼먹었잖아요? 집에 왔는데 남편이 그거를 딱 사온거에요. 예를 들면 두부가 먹고싶은데 두부 사오라는 얘기를 안했네, 싶었는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