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11. 10. 09:19 2021년 한국
로이에게 분유를 먹이는데 이마가 심상치않게 뜨겁다. 열을 재보니 39.2도.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설마 수족구? 하니가 수족구로 3박 4일을 입원하고 오늘 퇴원했는데.. 상상하고 싶지도 않다. 급히 해열제를 찾는데 어디에 뒀는지 보이지 않는다. 지난번 하니 감기 때 친정집에 분명 사둔것 같은데 그게 보길도 집이었는지 헷갈린다. 약국에 가느냐 병원에 가느냐 잠시 고민하다가, 택시를 불러 로이를 안고 급히 병원에 갔다. 문진 결과 수족구… 수족구가 아직 시작하는 단계라며, 로이가 아직 너무 어려서 수족구가 더 심하게 오기도 하니 입원을 권유하셨지만 병실이 없어 집으로 왔다. 다행인지.. 오늘밤마저 병실에서 잤다면 너무 힘들었을 것 같았는데. 10월 초 감기로 시작한 병치레가 이렇게나 길어지다니. 이제는 ..
2021. 11. 7. 22:54 2021년 한국
냉장고 두대가 시끄럽게 웅웅 거린다. 좁디 좁은 병실 베드에 몸을 구겨넣어 하니 옆에 누웠다. 함께 누운지 두 시간이 다 되도록 하니는 잠들지 않았다. 웅웅거리는 냉장고 소리가 너무 커서인지, 잠들 기색이 전혀 없는 하니 때문인지, 나는 숨막히게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여길 나가고 싶어졌다. 24시간 병실에 갖혀있었다. 하니를 계속 보는게 힘들다. 로이와 격리를 위해 입원을 결정한 것이 잘못 되었다고 느껴졌다. 로이가 급성폐렴으로 일주일을 입원하고 퇴원한지 3일만에 하니가 수족구로 다시 입원했다. 하필이면 병실도 로이가 썼던 516호 그대로다. 시끄러운 냉장고 소리가 거슬려 잠들기가 힘들었던 그 병실이다. 너무나도 큰 소음에 이제는 정신이 피폐해지고 있다. 올바른 생각이 어렵다. 어제는 같은 병실을 쓰던..
2021. 7. 29. 09:43 2021년 한국
언제부터인가 하니는 어딘가 고장 난 아이처럼 생떼를 쓰고 울기 시작했다. 한국에 오고 친정에 잠시 얹혀살면서 생떼가 드러나기 시작했으니 그 시기는 27개월 즈음인 것 같다. '엄마한테 갈래', '엄마 안아줘', '엄마랑 목욕할래' 같이 주로 그때의 상황마다 안 되는 것들을 요구하곤 한다. 내가 로이를 안고 있을 때 자기를 안아 달라고 하거나, 맥락과 관계없이 그야말로 목적 없이 떼를 늘어놓기도 한다. 방금도 목욕하기 전 하니의 기분을 맞춰주는 중이었는데 정작 목욕할 시간이 되니 안아 달라고 떼를 쓰다가, 그게 먹히지 않으니 엄마랑 목욕한다고 말을 바꿨다가, 로이를 안고 화장실까지 같이 들어가니 이젠 엄마 여기(욕조 옆) 있으라며 운다. 요구를 들어줘도 이유를 바꿔가며 울음을 멈추지 않는 걸 보니 해결되지..
2021. 7. 5. 14:44 2021년 한국
요즘 나에게 시간이란 너무 빨리 흐르는 동시에 한없이 느리게 지나가고 있다. 잠깐 시간이 지난것 같은데 벌써 오후가 되어버리거나 딱히 한 일이 없는데 저녁에 되었다는 걸 느낄 때가 많다. 반면에 아기에게 수유를 할 때는 한 없이 시간이 느리게 흘러간다. 신생아에게 젖을 먹일 때는 보통 40분이 걸리는데 이때는 시간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것만 같이 느릿 느릿 흐른다. 하루에 7-8번의 느린 시간이 흐른다. 일희일비하는 중이다. 로이(둘째의 이름)가 젖을 잘 안물고 울때는 비극이 몰아치고, 비몽사몽이라도 잘 빨아줄 때는 기쁘고. 감정도 오락가락하고 있다. 사소한 일에 눈물이 줄줄 흐르다가도 평정심이 조금 생기면 언제 울었냐는 듯 해탈이 찾아온다. 두 번째 출산과 산후조리는 모든 면에서 더 나을 것이라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