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그림: 박군
농장에서 일을 하고 점심시간에 숙소로 들어와서 쉬고 있는데 갑자기 그림이 그리고 싶어졌다. 망설임 없이 노트와 볼펜을 들고 숙소 앞으로 나갔다. 무엇을 그릴지 생각하지 않고 무작정 나와서 숙소 앞에 앉았다. 소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고 야자나무와 현지인 집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것들을 차분히 그려나갔다.
그림 속 집에 살고 있는 현지인 아주머니에게 며칠 전 도움을 받은 적이 있다. 밭에 나가 옥수수를 열심히 보고 점심시간에 숙소로 돌아왔는데 숙소 열쇠를 잃어버렸다. 걸어온 길을 천천히 다시 돌아보며 걸었지만 열쇠는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한 시간 사량을 땅만보며 다니다가 숙소 앞까지 왔는데 그때 앞집 아주머니께서 나를 부르시더니 열쇠를 보이며 이걸 찾느냐고 물었다. 나는 달려가 내가 잃어버린 열쇠가 맞다고 하면서 감사하다는 말을 전했다. 아주머니는 길을 가다가 떨어진 열쇠를 주워서 가지고 계셨고 땅만 보며 무언가를 찾고 있는 나를 보고 내 것임을 확신하신 것이다. 떨어진 열쇠를 그냥 지나칠 수도 있지만 그 열쇠를 애타게 찾는 나에게 찾아주셨다. 항상 짧은 인사만 하고 지나가던 사이였지만 이번에는 아주머니가 나의 이웃임을 느낄 수 있었다. 어찌 보면 이웃인지 아닌지는 나의 마음이 정하는 것 같다.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내 스스로 정의를 내리고 있음을 이번에 깨달았다.
다시 그림으로 돌아가서..
그림을 그리는 것은 신기한 일이다. 그림을 그리기 전에는 어떻게 그릴지 어떤 그림이 될지 전혀 알지 못하다가 그림이 그려지고 나면 신기하게 그림이 그려져 있다. 그래서 나는 아직 내가 어떻게 그림을 그리는지 잘 모르겠다. 그리고 내가 그린 그림을 보면 가끔 신기할 때가 있다.
(채색은 집에 돌아와서 Faber-Castell 색연필을 사용했다. Aquarell이라서 색칠을 하고 붓으로 물을 묻히면 색연필이 녹아 물감이 된다. 물감이 필요 없는 이 색연필은 사용할수록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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