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칠공자, <삼생삼세 십리도화>

인천출발 독일 프랑크푸르트행 11시간 비행의 지루함을 달래줄 책을 찾아 헤매다가 리디북스에서 평을 듣고 선택했던 책. 뭐 그렇게 대단히 재밌겠냐 싶었지만 정말 단숨에 읽어버렸다. 

<삼생삼세 십리도화>의 세계는 굉장히 정밀하고 복잡하기도 하고 등장인물들도 워낙에 많아서 이걸 이해하면서 읽을 수 있을까 싶었는데, 중간쯤 가니까 대충 그림이 그려지기 시작했다. 그만큼 작가가 쉽게 재밌게 잘 풀어쓰기도 했다.

제목에서도 보이듯이 세번의 삶에도 오직 한 사람만 사랑한다는 이야기이다. 주로는 9만살의 상신 백천과 4만살이나 연하인 야화의 사랑이야기. 이것도 연상연하 커플인 것인가. 대단히 미인이지만 나이가 많은(?) 백천과 천상천하 제일 잘생기고 잘난 야화의 사랑 이야기. 

두번째 세번째 삶에서 두 사람이 마법같이 다시 사랑에 빠지는 건 충분히 설명이 됐는데, 첫번째 삶에서가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마지막 부분이나 번외에서 그려지긴 했지만 아직 명확하게 와 닿지는 않는다. 

눈여겨 봤던게 백천의 말투. 소설은 백천의 시점에서 풀어지고 있는데, 현실 웃음 터지게 만드는 말들이 많이 있었다. 예를들면, 찹쌀경단한테 "이제 마늘종만한 아이가 무슨 태기를 안단 말인가!"라던가, 야화가 사랑고백을 할 때 "한마디 한마디에 살갗이 오그라들 것만 같았다"라는 부분. 작가 당칠공자는 내 나이또래의 젊은 여자 분이라던데, 이런 소설의 배경을 꼼꼼하게 그린 것도 대단하지만 재밌게 썼다는 점에서 박수를 보낸다. 

워낙 작가가 그린 세계가 방대해서 두 사람의 사랑 이야기로만 끝나는게 아쉬울 지경이다. 찹쌀경단이 커나가는 이야기라던지, 묵연과 다른 상신들의 이야기라던지. 좀더 썰을 풀어주면 정말 더 재밌을텐데. 정말 재밌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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