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8. 29. 03:43 2017-2021년 독일/일상 이야기
내가 중학생이었을때 나는 주로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것을 좋아했다. 본격적으로 공부를 해야겠다고 다짐했던 게 중학교 3학년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때 도서관 문지방이 닳도록 뻔질나게 드나들었다. (문지방은 내가 중학교 졸업할 때까지 닳아지진 않았다, 물론.)내가 갔던 도서관은 집에서 4km정도 떨어져 있던 곳이었는데 오며가며 걸어다녔으니 나름 운동도 되고 공부도 하니 일석이조였다. 책도 무료로 빌려볼 수 있고 열람실에서 공부도 할 수 있으니 나한테는 놀이터같은 곳이었다. 어린 나이였지만 책이 가득 들어차있는 공간이 주는 포근함이나 쾨쾨한 낡은 책냄새가 좋았던 것 같다. (애늙은이같이) 공간을 가득 채운 책들이 앞으로 내가 읽을 책이라고 생각하면 가슴이 벅차오르기도 했다.독일에 오고나서 비자 신청에 필요..
2017. 8. 26. 19:20 2017-2021년 독일/일상 이야기
아직 비자신청까지는 가지도 못했지만 슈투트가르트에 들어온 지 2주차. 이제 비자신청 전까지 모든 준비 과정을 마쳤다.우리는 비자를 신청하지 않고 독일에 들어왔다. 서울에 있을 때 대사관에서 3개월짜리 학생비자라도 신청하기 위해서 갔는데, "가서 신청하세요. 요샌 다들 그렇게들 해요."라는 독일대사관 직원의 쿨한 답변을 받았기 때문이다. 3개월 안에 장기로 거주할 비자를 신청하고 기한 내에 받아야 한다는 게 굉장히 큰 압박이 되었던 것 같다. 비자를 신청하기 위해서 필요한 전 단계들이 많기 때문이다. 집 구하기 먼저 이 모든 과정의 첫 시작은 "집 구하기"이다. 어떤 방법을 동원해서든 빠른 시일 내에 집을 구해야 한다. 집 계약을 해야 집주인에게 양도를 하겠다는 서류를 받을 수 있는데, 이 서류를 관청에 ..
2017. 8. 20. 04:29 2017-2021년 독일/일상 이야기
큰일이다. 7시부터 졸리기 시작하니. 어제도 잠깐 방심한 사이에 꿈뻑 잠이 들어서 씻지도 못하고 자버렸다. 집 계약을 끝냈다. 이건 우리 부부의 인생에 아주 엄청난 사건이 될 것 같다. 독일에 오고 4일쯤 지났을까. 집주인의 승낙을 받았으니 초단기로 해치워버린 거다. 굉장히 어리둥절하다. 큰돈이 오고가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뭔가 더이상 돌이킬 수 없게 됐다고나 할까. (갈 생각은 아니었지만) 많이 긴장한 상태이다.독일에 오기 전 한인 사이트를 통해 이미 한 곳의 가계약을 해 둔 상태였다. 사실 집을 보지도 않고 거금의 선금을 걸어놓은 거라 이렇게 결정 하기까지 심적 갈등이 꽤 컸었다. 혹시 실수를 하지는 않을까 노심초사. 이렇게 집이 쉽게 나오지도 않은 곳이라고 하니 지금 계약하지 않으면 후회 하겠지. 이..
2017. 8. 18. 06:37 2017-2021년 독일/일상 이야기
독일에 오고보니 이것저것 보이는게 많다. 하나둘씩 생각나는데로 얘기해보자면 다음같은 것들이 있다. 독일에 처음 가본 사람이 느낄법한 독일스러운 이야기들!첫째, 곳곳에 나무가 참 많다. 그리고 그 나무는 모두 쭉쭉 하늘로 뻗어 있다. 푸른 나무와 잔디밭을 보고 있으면 탄성이 절로 나온다. 독일 나무들은 왜 이렇게 키가 큰 걸까. 흔한 동네 나무도 몇 백 년은 된 것 같다. 성인 두 명이 양 팔을 쫙 펴야 겨우 안을 법한 두툼한 나무대까지. 볼 때마다 참 감탄스럽다.집근처 공원 스케일. 장난 아니다. 둘째, 동화책에서 봤을법한 예쁘장한 창문이 붙어있는 오색깔 집이 눈만돌려도 밟힌다.어렸을 때 누구나 이런 집을 그려 본적이 있을 것이다. 아무렇게나 네모를 그리고 그 네 위에 세모난 지붕을 올린다. 네모난 집에..
2017. 8. 17. 13:30 좋아서 읽는 책
인천출발 독일 프랑크푸르트행 11시간 비행의 지루함을 달래줄 책을 찾아 헤매다가 리디북스에서 평을 듣고 선택했던 책. 뭐 그렇게 대단히 재밌겠냐 싶었지만 정말 단숨에 읽어버렸다. 의 세계는 굉장히 정밀하고 복잡하기도 하고 등장인물들도 워낙에 많아서 이걸 이해하면서 읽을 수 있을까 싶었는데, 중간쯤 가니까 대충 그림이 그려지기 시작했다. 그만큼 작가가 쉽게 재밌게 잘 풀어쓰기도 했다.제목에서도 보이듯이 세번의 삶에도 오직 한 사람만 사랑한다는 이야기이다. 주로는 9만살의 상신 백천과 4만살이나 연하인 야화의 사랑이야기. 이것도 연상연하 커플인 것인가. 대단히 미인이지만 나이가 많은(?) 백천과 천상천하 제일 잘생기고 잘난 야화의 사랑 이야기. 두번째 세번째 삶에서 두 사람이 마법같이 다시 사랑에 빠지는 건..
2017. 8. 16. 20:55 2017-2021년 독일/일상 이야기
비행기 창문 밖으로 처음 독일의 민낯을 봤다. 10시간이 넘는 장거리 비행 덕분에 우리 얼굴은 피곤함이 뚝뚝 묻어나지만 하늘 위에서 내려다보는 독일은 환하기만 하다. 초록빛깔 논과 산과 옹기종기 모여있는 동네들이 대부분의 풍경을 차지하고 있다. 안녕, 독일. 조금 피곤하고 졸린 첫 만남이다.뭔가 푸르르고 옹기종기한 느낌. 독일을 만난 첫 느낌이다.11시간 반 동안 우리는 영화를 세 편 보고 기내식 두번에 간식 한번을 먹으며 무료한 시간을 떼웠다. 지금 생각해보면 영화 제목이 생각이 나지 않을 정도로 시간만 죽였다. , , 이렇게 세편을 연달아 봤는데 사실 중간 거 제목은 뭐였는지 박군에게 물어보고 나서야 생각이 난다. 지창욱 미안해.인천공항으로 오면서 스스로 다짐했던 건 무슨일이 있어도 '조금 덜 당황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