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5. 29. 20:39 좋아서 남긴 것들
아끼고 아껴뒀던 영화 WILD를 보면서 시종일관 내 시선이 꼳혔던 것은 주인공 셰릴의 다리였다. 처참하게 무너진 삶, 엄마와 가족, 남편을 모두 잃고 삶의 끝에서 배낭하나 짊어진 그는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이하 PCT)로 혼자 떠난다. 멕시코 국경부터 캐나다 국경에 이르는 4,285km. 그 절대 고독의 여정동안 온갖 고통과 외로움을 오롯이 감내한 다리, 끝내는 종주한 셰릴의 다리는 그의 삶의 의지요 처절하고 끈질긴 생명이었다. 영화의 초반부. 짐을 모두 싸고 주인공이 배낭을 드는 장면이 나온다. 자기 몸뚱아리만 한 비대한 배낭에 눌려 일어나지를 못하다가 무릎을 꿇고, 탁자를 짚고 일어선 다리. 위태롭지만 종주는 그렇게 연약한 무릎을 잡으며 시작된다. 인적이 없는 황량한 사막과 산을 오르고 내리기를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