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1. 27. 11:16 2017-2021년 독일/일상 이야기
하니와 오후 내내 놀아주다가 잠시 짬을 내어 노트를 펼쳤다. 오늘같이 우중충한 날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바깥에 나가고 싶은데 비는 떨어지고.. 집에서의 시간은 어찌나 이리도 더디게 흐르는지. 하니와 있는 시간을 알차게 보내야 하는데, 시간을 죽이기가 일쑤다. 까지 한 바퀴를 다 돌았는데도 아직 한참 시간이 남았다. 지금은 조금 억지스럽게 책상에 앉아 나는 글을 쓰고 있고 하니는 계속 내게 그림을 그려달라 요구하는 중이다. 계속 요구하기만 하다가 어느 순간 하니 스스로 어떤 놀이에 몰두할 때가 있다. 나는 그때가 최대한 느리게 지나가기를 마음 졸이며 아주 찰나의 자유(30초 일지 1분 일지.. 혹은 운이 좋게 5분이 될지)를 즐겨본다. 하니의 눈치를 보며... 가끔 하니랑 놀고 있다가, 부엌에 볼일이..
2020. 10. 28. 07:05 2017-2021년 독일/일상 이야기
7월 초에 시작한 유튜브는 어느덧 3개월이라는 시간을 지나면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 초반에는 의욕이 앞서서 콘텐츠도, 업로드도 대중없이 무조건 많이 하느라 바빴는데, 육아&가사와 어느 정도 시간과 에너지 밸런스를 맞추어 지금은 주 1회 영상을 업로드하고 있다. 너무 적은 게 아닌가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지금의 나로선 시간을 더 빼지 못하겠다. 박군이 9월부터는 집에서 논문 작업을 하고 있어서 작업실을 주로 꿰차고 앉아 있는 중이다. 논문이 제일 중요하니까. 작업의 과정은 이런 식으로 진행된다. 토요일 저녁 업로드를 하고 나면 주일 저녁은 자유의 상태로 저녁을 맞이하게 된다. 월요일부터는 어떤 곡을 커버할지 정하고 연습하고 가사를 외우다가 수요일 목요일쯤 mr을 만들고 녹음을 하고 금요일 토요일쯤 촬..
2020. 9. 13. 04:01 2017-2021년 독일/일상 이야기
살을 빼고 왔습니다. 지금도 빼는 중이구요. 2020년 3월 28일, 정확히 그 날짜에 시작한 다이어트는 오늘로 벌써 6개월째가 되어 갑니다. 하니를 출산하고 돌 사진을 찍는데 문득 보니 이렇게 계속 살찐 상태로 있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부터 뭐라도 해야 3개월 뒤, 6개월 뒤에 변화가 있지 않을까 싶어 시작한 다이어트. 제가 8키로를 어떻게 감량 했는지 알려드릴게요. * 저는 30대 초반, 키는 161cm이고 출산 전에는 체중이 57kg대였어요. 출산 직전에 70kg까지 쪘고 병원에서 퇴원하자마자 61kg로 내려왔구요. 1년동안 신경써서 뺀다는게 2kg빠져서 다이어트 하기 전에는 59.5kg정도 유지하고 있었어요. 지금은 8kg정도를 감량해서 51kg대가 되었습니다. 결혼할 때쯤 다이어트..
2020. 7. 20. 05:56 2017-2021년 독일/일상 이야기
독일에서 코로나도 어느 정도 익숙해져가고 있는 무렵이었다. 남편은 논문에 필요한 실험을 하느라 바쁜 날들을 보내고 있고 나는 나 나름대로 코로나와 육아 스트레스를 달리기로 풀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우리에겐 무언가 부족했다. 사람들과의 연결이었을지도 모른다. 답답함은 자꾸만 쌓여가고 무언가를 시도해보고 싶은 마음은 커져가는 중이었다. 영상을 찍고 편집하기를 즐겨하는 남편은 이전부터 자기가 좋아하는 이름으로 유튜브 채널을 하나 만들었다. 자연과 풀, 나무, 농업과 관련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싶다는 뜻에서 만든 Leafyday. 뭔가 풀이 많은 초록 초록한 하루라는 느낌을 담은 듯하다. 그렇게 학교 오고 가는 버스 안에서 영상을 조금씩 편집해가며 하나둘씩 영상을 올리고 있다. 나는 뭔가를 시작하기가 굉..
2020. 6. 9. 20:15 2017-2021년 독일/일상 이야기
1분이 얼마나 긴 시간인지 달리면 알게 된다. 1km가 얼마나 먼 거리 인지도 알게 된다. 달리기가 이렇게 힘든데 왜 이 땅에 많은 사람들은 뛸까? 나는 왜 뛰고 있지? 달리면서 내가 왜 뛰는지 생각해봤다. 나는 먼저 체력을 키우고 싶어 달리기를 시작했다. 작년 3월 첫 아이를 출산하고 8월부터 주 3회씩 뛰기 시작했다. 11월까지 열심히 뛰다가 독일에 겨울이 오고 쭉 쉬었다. 올해 3월 다시 운동을 시작하면서 지난 5월부터 달리기를 시작했다. 출산을 경험했던 것이 정말 컸다. 마치 죽을 고비를 넘기는 것 같은 강렬한 경험이었다. 체력이 위기의 순간에 얼마나 빛을 발하는지, 건강한 몸을 갖고 사는 게 다른 그 무엇보다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를 14시간 진통을 겪는 중에 뼈가 저리게 느꼈다. 아기가 5개월이..
2020. 4. 4. 04:56 2017-2021년 독일/일상 이야기
확진자 8만 9천 / 사망 1160명 / 오늘 신규로 등록된 확진자가 6천 명. 지난 3월 17일을 기준으로 독일의 모든 학교와 유치원이 4월 19일까지 문을 닫고 많은 회사들이 자택 근무로 돌렸다. 레스토랑이 문을 닫았고 사람들이 모이는 모든 장소가 문을 걸어 잠갔다. 공원에는 사람들이 들어가지 못하도록 막아두었으며 놀이터에도 아이들은 접근금지가 되었다. 여기저기에서 빗장을 모두 걸어 잠그고 온 국민들을 집에만 머물게 한지 벌써 2주가 넘었다. 로버트코흐연구소에서는 확산세가 점점 줄어드는 것으로 보인다고 긍정적으로 전망한다고 하지만, 2주가 넘게, 아니 벌써 한 달이나 넘게 집에만 갇혀 살고 있는 사람의 입장으로서는 참 막막하고 답답한 것이 사실이다. 도대체 언제까지 이렇게 조심하며 살아야 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