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3. 14. 22:24 2017년 한국
카페 일을 하면서 내 인생 스물 아홉 먹도록 행주를 제대로 빨아본적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행주를 빨때는 어떻게 해야하는지 나는 알지 못했다. 어설프게 물을 묻혀 목적없이 조물조물대는 나를 보고 일을 알려주는 언니는 한숨을 푹 쉬었다. "일 해본적 없구만."하핫. 어색하게 웃어넘기기엔 처음해보는게 너무 많았다. 이것도 어색, 저것도 어색. 나중엔 언니에게 미안해질 지경이었다. 세상에 쉬운 일이 하나도 없다던데 그말이 딱 맞다. 모든 일을 배우는데는 시간이 걸리고 그래서 전문가는 괜히 있는게 아니다. 행주를 빨면서 이것도 시간이 필요한 일인 것을 깨닫는다. 아무리 쉬워 보이는 일이라도 쉬운게 하나도 없는거다.보는거랑 직접 해보는거랑 또 다르다. 언니가 행주를 빨 때의 손놀림을 지켜봤다. 길쭉하게 행주..
2017. 3. 13. 22:49 2017년 한국
그동안 카페를 수없이 많이 드나들었지만 데스크 앞에 서있어만 봤지 한번도 안에 들어가 본적이 없었다. 뭐든지 처음하는 일은 긴장이 되는 법. 첫날은 당연히 멘붕이 왔다. 손님들은 길게 줄 서있지, 주방에선 한치의 동선 어긋남도 없이 효율적인 움직임들로 가득하지, 나는 어느것 하나 제대로 할 줄 아는게 없지, 멘붕에 멘붕이 아닐 수 없다. 때로는 그냥 내가 가만히 서 있어서 동선에 방해되지 않도록 있는 것이 도와주는 것이기도 했다. 그만큼 데스크 안은 전쟁이었다.첫날 나는 계산대 앞에서 주문을 받으며 메뉴에 적응하기로 했다. 그 자리에 서서 주문 받는게 제일 쉬운 일일테도 여지없이 허둥대는 나를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도와준다. 따뜻한 라떼를 아이스라떼로 주문받아놓고 나도 손님도 당황해하는데 사장언니만 평정..
2017. 3. 12. 22:26 2017년 한국
우리는 다시 한국에 왔다. 캄보디아로 떠나기 전 신혼집을 다 처분하고 왔기 때문에 이제 정말 집이 없어서 움직이는 중이다. 도착하자마자 시댁인 완도를 찍고 친정집 나주 찍고 서울로 왔는데 당분간 아주버님과 형님댁에 신세를 지기로 했다. 당분간으로 하려고 했던게 세달쯤 연장이 된 건 3월 1일. 우리의 새로운 행선지가 정해졌기 때문이다.캄보디아에서 근무하면서 박군은 유학을 가기로 결심했고 어디로 가야할지 학교를 알아보기도 했다. 한국 오기 직전 1월쯤 덴마크 코펜하겐 대학교에 먼저 지원했는데 합격 통지를 받게 된 것이다. 얼떨떨... 우리는 이제 어떻게 되는 거냐고 서로를 마주보면서 대책없이 웃었던게 벌써 10일 전이다.지금은 열심히 장학금을 알아보는 중이다. 사실 덴마크 석사 유학생에게 학비 전액면제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