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곳에서 오래 살았던 사람들은 한결같이 얘기한다. 첫 해 겨울을 조심하라고. 그만큼 우리나라와는 다른 차원의 추위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겨울 분위기같은 것이 당혹스럽게 할 수 있으니 조심하라는 뜻이다. 겨울을 잘 준비해야한다는 말도 한다. 그럴만도 한게 독일의 겨울은 뭐, 한 해 중에 8개월 이상은 되니까.
이런 느낌의 하늘이 내 기분상으로는 95%쯤 된다.
해가 떴을 때의 온도는 가을 날씨 같고 좋은데 문제는 아침과 저녁이다. 넓게 난 창문으로 스며들어오는 거실과 안방의 찬 공기는 아직도 많이 낯설다. 뭘 얼마나 더 껴입어야 하는걸까. 내복을 속에 입고 두툼한 기모티를 입고 자는 데도 아침은 자비없이 춥다.
며칠 전에는 자려고보니 너무 추워서 잠깐 라디에이터를 켰었다. 공기가 꽤 훈훈해져서 나중에 한 겨울에 써먹어야겠다 하고 자기 전에는 끄고 잤는데, 아침에 일어나보니 끄고 잔게 아니었다. 공기는 뜨끈뜨끈, 너무 건조해서 목은 칼칼. 등골이 서늘해졌다. 하룻밤 내내 틀고 자면 전기세는 얼마지.
일어나자마자 물을 끓여서 차 한잔을 마셔야 어제의 냉기를 내려보낼 수 있다. 10월 중순이다. 한 겨울에는 어떡할까. 전기세나 가스비 폭탄을 감당할 것인가 추위에 맞설 것인가. 아직은 감이 없다. 어느정도 틀면 되는지, 어느정도는 견디고 살아야 하는건지. 잘 모르겠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이어지는 우중충한 기운. 날씨 빼고 다 좋다.
춥다고 징징댈 줄은 생각 못했는데. 생각이 참 단순해진다. 본능의 영역, 생존 영역이라고나 할까. 추위와 함께 엄습하는 이 어두운 분위기도 잘 버텨야 한다. 누구라도 우울해질 수 있는 환경이다. 운동을 다니든 문화센터를 다니든 밖에 나가 활동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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