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결!!! 해결!!!!! 해방!!!!!!!!

믿기지 않지만 오늘, 저녁을 시점으로 가장 바래왔던 방법으로 AOK와의 보험 문제가 해결됐다. (일단 소리질러!!!!!!!으아아아아!!!!!!!!!!!) 

먼저 어제 원래 가기로 했던 병원 진료는 AOK와의 보험 문제가 얽혀있음에도 강행. 다녀왔다. 워낙 중요한 진료이기도 했고 예약을 잡고 무려 6주나 기다렸기 때문에 이번에 가지 않는다면 그 이상 더 기다려야 할지도 몰랐기 때문이다. (독일에서는 예약 후 한달은 기본으로 기다려야 한다.) 다행히 보험카드를 보여달라는 말을 하지 않았고 (휴...) 이미 몇번 방문했던 진료 기록이 이미 있어 순조롭게 진료를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오늘... 우리 일을 도와주시기로 한 권사님과 함께 AOK 고객센터를 방문했다. 우리가 지난주 방문했을 때, 학생보험 전체 철회를 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던 지점과 같은 곳이다. 지난 주에 우리가 만났던 직원을 다시 만나면 좋았을 텐데 그 직원이 오늘 자리에 없는 바람에 새로운 직원에게 상담을 받아야 했다.


AOK Ost KundenCenter에 다시 방문

그런데 이 직원 보통이 아니게 깐깐하다. 권사님께서 채 모든 내용을 설명하기도 전에 말을 끊더니 자기 동료에게 물어봐야 할 것 같다고 전화기를 먼저 들었다. AOK 보험 상담 직원은 거의 이런 식이다. 이야기를 듣다가 갑자기 전화를 한다. 그리고 이 문제에 대해 그들끼리 대화를 나누고 결론을 내린 다음 내용을 통보하는 식이다. 이번에도 이러다가 결국 '안된다'고 말하는 건가 하고 넋이 빠져있는데 몇 번이고 다른 곳에 전화를 해보더니 역시 안된다는 답을 내 놓았다. 

Das ist aber gar nicht!!!! Gar nicht!! 이 말을 얼마나 많이 들었는지 모르겠다. 절대 안된다는 말. 학생이었던 기록 자체가 철회되는 건데 어떻게 일반으로 전환을 할 것이며 남편으로 바꿔 다시 보험에 가입하는 방법도 안 된다는 것이다. 남편이 파트타임Teilzeit으로 일을 해서 계약서를 들고 올 테니 받아달라고도 얘기해봤지만 그것도 절대 절대 안된다고. 모든 길이 막혔고 자기네들과 해결할 방법은 없으니 알아서 사보험을 들라는 말이 전부였다. 

들고 갔던 AOK 보험카드도 뺏겼다. 이건 돌려줄 수 없으니 남편 것도 내놓으라는 거다. 순간 우리 둘 눈 동공 지진. +_+ 이걸 순순히 내어줘야하나 말아야하나. 다행히 내 것만 뺏겼다. 권사님께서 내 보험카드 복사만이라도 하게 해주라고 족히 10분 이상 그 직원과 입씨름을 했던 것 같다. 아직 취소 절차를 밟으려면 시간이 걸리는데 왜 카드를 먼저 뺏어가냐, 그게 없어지면 나중에 다른 사람과 얘기 할 때 내 보험번호를 어떻게 아냐, 복사만이라도 하게 해주라... 권사님이 언성을 높이시면서까지 요구를 했는데도 절대 절대 복사도 안 된다고 잡아때는 직원. 지루한 입씨름과 사정 끝에 결국 한 부 복사를 해서 가져오긴 했는데 정말 잘한 일이었다.

마지막에 권사님은, 지난 12월 잘못된 어드바이스를 받아서 이렇게 됐고 AOK 잘못도 분명히 있는데 이제와서 발뺌을 한다면 Sozialdienst에 찾아가서 도움을 요청하는 수 밖에 없다고 했더니 그 직원, 얼굴이 상기 되어서는 자기 상사랑 얘기를 하라고 눈을 부라렸다. 상담 직원과 거의 싸우다시피 한시간 가량 입씨름을 하고 건물 밖으로 나왔다. 머리가 멍하고 에너지가 빨린 기분이다. 말씀은 전부 권사님이 하셨는데도 그 옆에 앉아서 불쌍한 표정을 짓고 있느라 그런건지 앙칼진 직원의 기에 눌린 건지 다시 한숨이 푹 나왔다.

얼씨구나 카드까지 뺏겼네... (독일에서는 병원 갈 때 이 보험카드만 들고 가면 된다.) 그만큼 중요한 카드.
사진출처: 
https://www.aok.de/pk/


2차전 준비

일단 우리는 집으로 돌아와서 점심을 해결하기로 했다. 밥을 먹고 속을 든든히 채운 후 다른 공보험 회사에 문을 두드려 보기로 한 것이다. KKH라고 권사님과 약간의 친분이 있는 곳인데 AOK나 TK, DAK 같은 메이저 공보험 회사는 아니지만 오히려 이런 곳이 덜 깐깐하게 대할 것이라는 권사님의 판단이 있었다. 

KKH는 뭔가 ... 개방된 공간에서 상담이 진행됐는데 굉장히 직원이 친절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AOK와의 문제에 대해서 상세히 설명을 했더니 자기네와 가입 절차를 진행하기 전에 AOK측과 먼저 어떤 일이 일어난 건지 확인을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이런 상황에 대해 진심으로 통감해주는 분위기였다. 이제까지 학생으로 매달 돈을 가져가놓고서 이제와서 나몰라라 나가라는 식이 어디있냐, 하는 대목에서 그럴 순 없다고 맞장구를 쳐주며 말도 안되는 일이 일어났다고 말해줬다. AOK와 얘기를 해보고 다시 연락을 주겠다고 한다. 이렇게 접수를 하고 오늘의 일정 끝.

오늘 당장 일이 해결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어쨌든 무거운 마음으로 KKH 건물 앞에서 권사님과 인사를 할 수 밖에 없었다. 권사님은 절대 걱정하지 말라고, 방법이 또 있을 거라고 위로를 해주시고 가셨다. 세상 일 쉬운게 하나도 없다며 남편과 허허 웃으며 아이스크림 하나씩 물고 쉬다가 놀다가 그렇게 두어시간 보내고 집으로 가는데... 


반전의 반전

AOK에서 전화가 온 것이다. 오늘 대화했던 AOK Ost KundenCenter 상담 직원의 상사로 보이는 남자였다. 원래는 동행했던 권사님께 전화를 드리기로 했는데 연락이 닿질 않아 나에게 직접 했다는 것이다. 나는 괜히 잔뜩 쫄아서 이 남자가 무슨 말을 하나 듣고 있는데 말하는 내용을 찬찬히 들어보니 묘하게 끝에 반전이 있다!! Lösung을 찾았다고. 이러이러이러이러한 문제가 잔~~뜩 있었다고 말을 하는데 그건 너무 빨라 못 알아 듣겠고 "해결책을 찾았다"는 말만 귀에 딱 꽂혔다. 내가 순간 잘못 들은건 아닌가 싶어서 몇 번이고 천천히 어눌한 독일어로 다시 되물었다. 

"아니, AOK직원들이 모두 나 AOK보험을 계속 들을 수 없다고 했어. 가능성이 없다고 했어." 라고 말했더니

Doch!!!!! Doch!!란다!!!! 아니라고!!!! 그럴 수 있다고!!!!!!!

"8월 말까지 학생으로 두고 9월부터 일반으로 전환하는 걸로 했어. 원래는 그럴 근거가 전혀 없는데 너희를 봐준거야."

내가 지금 잘 들은게 맞아??????? 다시 한번 확인했다. "그러니까 내가 AOK에 계속 보험을 들 수 있다는 말이야?"

그러니까 맞단다!!!!!!!!!!!!

진짜 고맙다고, 너무 감사하다고 전화기를 붙잡고 몇 번을 얘기 했는지 모르겠다. 그 순간 마음을 답답하게 누르고 있었던 체증이 한번에 내려가는 느낌이었다. 상상할 수 없는 방법으로 해결이 됐다. 아주 놀라운 방법으로....

우리 둘만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으면 아마 아무 것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번에 깨닫고 배운 바가 아주 크다. 먼저는 어떤 문제가 생겼을때 문제 해결 근처라도 가려면 독일어를 무조건 잘 해야 한다는 것. (이건 항상 확실하다.) 둘째는 무조건 복사본을 챙겨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사인한 문서에 대해서는 원본을 내기 전 복사를 해서 본인이 꼭 가지고 있어야 한다. (정말 중요하다.) 그리고 상담을 받았으면 상담 받은 직원의 명함과 그 날짜와 시간을 분명히 기록해서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 나 역시 작년 11월, 12월 나를 학생으로 받아주고 일반으로 문제없이 전환시켜줬던 그 문제의 직원의 명함을 아직까지 보관하고 있었는데 잘 한 일이었다.  

수 없이 많은 지인들의 도움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이 일에 두팔 걷고 도와주신 권사님부터 권사님께 연락해보라고 소개해준 언니, 끊임없이 기도로 함께해준 내 친구들 지인들.... 혼자였으면 울고 괴로워만 하다가 끝나버렸을 것이다. 나는 갚을 수 없는 은혜를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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