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12. 18. 16:28 2017-2021년 독일/일상 이야기
2년 3개월이 지나 이제야 날아온 편지 이틀 전쯤 온 편지는 아무렇게 책상 위에 널브러져 있었다. Betriebskosten/Nebenkostenabrechnung. 이름도 긴 이 단어는 번역하면 "관리비/집세 외 잡비 정산". 우리가 이 집에 살기 시작한 것이 2017년 9월부터인데 무려, 2년이 지나서야 2017년 9월, 10월, 11월 이렇게 3개월간의 비용이 정산되어 날아온 것이다. 금액도 터무니없고, 기간도 너무 옛날이라 뭔가 잘못되었겠지, 쓴 사람이 헷갈렸겠지 하고 책상 위에 펼친 채로 둔 편지를 오늘에야 진지하게 읽을 마음이 생겼다. 첫 장부터 천천히 꼼꼼하게 살펴보았다. 거주자의 물 총 사용량 숫자가 눈에 들어왔다. 처음 집에 들어왔을 때 화장실과 주방의 물 계량기 사진을 찍어두었던 것이 ..
2017. 9. 22. 05:40 2017-2021년 독일/일상 이야기
드디어 우리에게도 그 날이 왔다.우리는 관광비자로 독일에 들어왔기 때문에 3개월이라는 기한 내에 빨리 학생비자로 변경이 필요했다. 비자신청 전까지 해결해야하는 관문이 너무 많았기 때문에 가야할 길이 참 멀다고 느껴졌는데. 여기까지 오다니. 눈물좀 닦고..(ㅠㅠ)독일은 문서가 까다로운 나라이기도 하고, 사람마다 기준도 제각기 다르다는 말이 많다. 박군은 석사과정 입학으로 왔기 때문에 확실히 비자를 받을만한 이유가 있었지만 그래도 왠지 긴장이 되는건 어쩔 수가 없는걸.이런 황당한 일도 있었다. 비자를 신청하려면 독일 보험에 가입이 되었다는 서류가 필요하는데, 우리가 드는 TK 공보험에서는 1년이상 비자를 받아야 보험을 들게 해준다는 거다. 용케 박군의 학교를 담당하는 TK 담당자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증명서류..
2017. 9. 18. 07:30 2017-2021년 독일/일상 이야기
독일어 집중강좌 과정의 또 다른 재미, 인터네셔널 디너 나와 남편은 슈투트가르트로 이사오고 나서 9월부터 호헨하임 대학교(University of Hohenheim) 내에 있는 어학원에서 독일어 집중강좌를 듣고 있다. 방학 기간 동안에 진행되는 이 수업을 들으면 남편은 학점 인정도 되기 때문에 겸사겸사 교내부설 어학원을 신청하게 된 것이다. 집중강좌 과정은 3주. 이 기간동안 내내 오전 오후 수업과 각종 그룹 활동으로 꽉꽉 차있다. 이 와중에 지난 금요일, 33개국에서 모인 70명의 수강생들을 대상으로 인터네셔널 디너 파티가 열렸다. 수업으로 지친 마음을 씻어주는 어학원 과정의 꽃이라고나 할까. 수강생들이 각자의 나라를 대표할만한 요리를 가지고 와서 함께 나누고, 나라 특색을 보여주는 작은 공연을 열어서..
2017. 9. 2. 18:38 2017-2021년 독일/일상 이야기
독일에서 이사하기, 지하철타고!! 이사를 끝냈다. 앞으로 오랜 시간 우리와 함께 할 집으로 들어왔다. 내가 아닌 타인의 취향인 책상에 앉아 타인 취향의 컵으로 차 한잔을 마신다. 남의 집에 놀러온 것 같은 낯설음이 느껴진다. 걸레질 한번 훔치면서 낯선 사물과 친숙해지려고 해본다. 아직은 하루 반나절만큼만 가까울 뿐이다.갑자기 두 사람이 지내기에 공간이 엄청나게 커져버렸다. 당황스럽다. 거실에서 부엌 개수대까지 열 세걸음, 다시 부엌에서 화장실까지 열 두걸음. 집 안에서 걷기만 해도 운동이 되는 것 같은 느낌.집은 예전 세입자가 놓고 간 온갖 잡동사니와 허름한 가구로 채워져있었다. 우리가 오늘 가져온 캐리어는 4개였는데, 너무나도 쉽게 집 안에 흡수되어 버렸다. 한국에서 나름 "중요한 옷과 잡동사니"로 분..
2017. 8. 18. 06:37 2017-2021년 독일/일상 이야기
독일에 오고보니 이것저것 보이는게 많다. 하나둘씩 생각나는데로 얘기해보자면 다음같은 것들이 있다. 독일에 처음 가본 사람이 느낄법한 독일스러운 이야기들!첫째, 곳곳에 나무가 참 많다. 그리고 그 나무는 모두 쭉쭉 하늘로 뻗어 있다. 푸른 나무와 잔디밭을 보고 있으면 탄성이 절로 나온다. 독일 나무들은 왜 이렇게 키가 큰 걸까. 흔한 동네 나무도 몇 백 년은 된 것 같다. 성인 두 명이 양 팔을 쫙 펴야 겨우 안을 법한 두툼한 나무대까지. 볼 때마다 참 감탄스럽다.집근처 공원 스케일. 장난 아니다. 둘째, 동화책에서 봤을법한 예쁘장한 창문이 붙어있는 오색깔 집이 눈만돌려도 밟힌다.어렸을 때 누구나 이런 집을 그려 본적이 있을 것이다. 아무렇게나 네모를 그리고 그 네 위에 세모난 지붕을 올린다. 네모난 집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