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생활 +3일차, 독일에 와서야 보인 것들 1탄

독일에 오고보니 이것저것 보이는게 많다. 하나둘씩 생각나는데로 얘기해보자면 다음같은 것들이 있다. 독일에 처음 가본 사람이 느낄법한 독일스러운 이야기들!

첫째, 곳곳에 나무가 참 많다. 

그리고 그 나무는 모두 쭉쭉 하늘로 뻗어 있다. 푸른 나무와 잔디밭을 보고 있으면 탄성이 절로 나온다. 독일 나무들은 왜 이렇게 키가 큰 걸까. 흔한 동네 나무도 몇 백 년은 된 것 같다. 성인 두 명이 양 팔을 쫙 펴야 겨우 안을 법한 두툼한 나무대까지. 볼 때마다 참 감탄스럽다.

집근처 공원 스케일. 장난 아니다.

둘째, 동화책에서 봤을법한 예쁘장한 창문이 붙어있는 오색깔 집이 눈만돌려도 밟힌다.

어렸을 때 누구나 이런 집을 그려 본적이 있을 것이다. 아무렇게나 네모를 그리고 그 네 위에 세모난 지붕을 올린다. 네모난 집에 직사각형 모양의 창문은 두개쯤 그려주고 지붕은 갈매기 모양으로 빼곡히 채운 집. 그 집은 독일 집입니다 여러분. 독일에 오면 사방이 그런 집으로 둘러 쌓여있다. 여길 봐도 동화, 저길 봐도 동화. 어쩌면 우리는 비행기를 타고 동화책 안에 들어와 있는 건지도 몰라.

집근처 시내(?) 아기자기한 집들이 정말 예쁘다.

셋째, 차와 열차가 같이 달린다. 

나는 열차를 타고 있는데 창 밖 너머로 운전자가 차를 몰고 지나간다. 가끔 열차는 지하로 들어가기도 하는데, 대부분 지상 위로 다닌다. 우리나라와는 많이 다른 모습이다. 열차는 자동차처럼 신호를 받고 잠시 기다리기도 한다. 햇볕을 막는 차양같은 게 없으니까 열차 안에 앉아 있으면 빛을 어마어마하게 받게 된다. 신기하다.

넷째, 지하철 안에서 독일 사람들은 주로 멍 때리고 앉아있다. 

몇몇 사람들은 휴대폰을 보고 있기도 하지만, 80%는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는 것 같다. 나는 이게 마음에 들었다. 사람이 좀 여유있어 보이고 좋잖아? 나도 덩달아 턱을 괴고 창 밖을 하릴없이 바라본다. 멍----하게.

다섯째, 지하철에 개가 탄다. 

버스에도 같이 타고 때론 쇼핑몰에도 개가 같이 들어간다. 오늘 버스를 탔는데 어떤 소녀가 작은 개를 데리고 들어왔다. 운전기사는 아주 익숙하게도 개의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개를 데리고 버스를 탄 소녀는 친구처럼 보이는 다른 소녀 옆자리에 앉았는데, 그 친구도 개를 데리고 있었다. 독일은 개들이 살기 좋은 나라다.

여섯째, 독일 사람들도 비 오면 우산 쓴다. 

비오면 다들 그냥 맞고 다닌다고 했던 사람 나와 봐.. 비오니까 분위기는 더 처량해지고 온도는 뚝 떨어진다. 비오면 우산 써야 한다. 맞으면 불쌍해 보인다. 3단 우산 챙기고 다니 자. 감기 걸릴 수도 있다.

일곱째, 다시 열차 이야기를 하자면, 떠드는 사람들이 묘하게 묵인된다. 

한국에서 지하철을 탔는데 만약 10대 여자아이들이 큰 소리로 웃고 떠든다면 대번에 옆에 앉은 어르신이 "조용히 해!!!"라고 소리쳤을 것이다. 독일은 달랐다. 누가봐도 통로 사람들이 다 듣는 것 마냥 큰 소리로 떠들어도 관심을 딱히 보이지 않는다. 이어폰을 꽂아 듣거나 창문 밖으로 시선을 던진다. 나는 어차피 걔네들이 큰소리로 떠들어도 알아 들을 수가 없다. 나도 창문 밖으로 시선을 던진다.

여덟째, 동네 마트에 가면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참 많다. 

여기가 경로당이 아닐까 의심스럽다. 건물도 신식이고 여러 편의시설이 갖춰져 있는게 한국 마트하고 굉장히 비슷한데 할머니들을 보면 여기가 독일이라는 사실이 새삼 느껴진다. 그리고 다들 하나같이 돌돌이 바퀴가 달린 끌이용 장바구니를 끌고 다니 신다. 아마 장보고난 뒤에 물건을 들고 집까지 이동하기가 어려울테니 돌돌이 가방에 넣고 가려는 것이겠지. 진짜 유용해보인다. 아직 젊은 사람들이 쓰는 건 못 봤지만.

아홉째, 나처럼 익숙한 통통 허벅지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 

한국에서는 다들 말라깽이 밖에 없는 것 같다. 그 말라깽이도 살 빼야 한다고 하니 망조다. 독일에 오니 진정으로 내 마음이 편해진다. 마치 나를 보는 것만 같은 튼튼한 허벅지의 소유자들이 많다. 한국에서 나는 통통 했다면 독일에서 나는 평균이다. 아주 좋다.

열번째, 독일 교회에서는 하루종일 종을 친다. 

규칙이 있다. 15분이 되면 한번, 30분이 되면 두 번, 45분이 되면 세 번, 정시가 되면 사정없이 여러번 친다. 내가 새벽에 몇번 깨서 들어봤는데 새벽에도 종을 친다. 처음에는 사람이 저 종을 치나 싶었는데, 아무래도 종을 치는 기계가 있지 않을까 싶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정확한 타이밍에 매번 정확한 강도로 칠 수 있을까? 종 소리는 확실히 녹음된게 아니라 직접 때리는 울림이 느껴진다. 종 치는 기계가 세상에 있나보다. 신기하다.

독일에서 맞이한 첫 번째 태양. 창문 밖으로 햇볕이 쏟아진다.
교회는 이렇게나 가까워서 종 치는 소리가 우리가 있는 곳까지 모두 전해진다.

마지막으로, 싱글 침대에도 덩치 큰 성인 둘이 누워 잘 수 있다. 

우리가 단기로 머무는 곳은 사설 기숙사 같은 곳인데 혼자 사는 방이라 침대가 싱글사이즈 한 개다. 처음에는 근처에서 매트리스를 사서 바닥에 누워 자려고 했는데, 막상 와보니 그런데 돈 쓰는 것도 내키지가 않는다. 그래서 그냥 구겨 잔다. 나는 잠버릇이 좋지 않아서 원래 온 바닥을 해집고 다니기를 좋아하는데, 싱글침대는 뭐 거의 결박된 수준이다. 옴짝달싹 못하고 1자로 누워 자는데 이것도 이틀, 삼일 되니까 나름 잘 만 하다. 역시 사람은 적응의 동물인가. 그치만 팔 다리 뻗고 자고싶다. 지금은 단지 돈이 아까워서 아낄 뿐이지만..

한 달 쯤 살고 나면 독일에 와서야 보인 것들 2탄이 또 생기려나. 독일 초보자의 눈에 비춰지는 독일은 매순간 하루하루가 신기하다. 까도 까도 신기하다. (아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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