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11. 19. 11:40 2016년 캄보디아
어제 나를 목적지에 데려다준 그 오토바이 아저씨는 참 친절했다. 가격 흥정을 하지도 않고 내가 제시한 가격에 고개를 크게 끄덕거려줬고 행선지가 맞는지 두세차례나 확인했다. 출발을 하는데 여느때랑 다르다. 천천히 간다. 많은 오토바이들이 우리를 앞질러갔다. 고가를 넘을때는 조심스럽게 살며시, 사뿐히 천천히 넘어간다. 바타낙 빌딩 근처에 오니까 징그럽게도 막히기 시작한다. 깜빡하고 출근할 때 마스크를 못썼는데 멈춰서 쓰기 어려운 깊숙한 곳에 쑤셔박아둔 것 같다. 매캐한 연기가 콧구멍을 찔러 머리가 아파온다. 순간 아저씨가 횡선지를 틀더니 왔던 곳으로 되돌아간다. 아저씨에게 이쪽이 아니라 저쪽이라고 손짓하자 돌아서가면 좋다는 손신호를 보여준다. 잉? 이번에는 가다가 멈춘다. 주머니안에 있는 휴대전화를 꺼내더니..
2016. 11. 13. 08:45 2016년 캄보디아
토요일, 황금 주말의 시작인데 일찍 일어났다. 그룹홈 아이들을 인솔해서 계곡에 가는 날이기 때문이다. 7시에 센터에서 출발하려면 집에서 6시 20분에는 나서야 한다. 가는 길만 2시간이 넘는 꽤 먼길이다. 물축제 기간이 시작되어 길이 막힐까봐 걱정이 된다. 캄보디아에서 한번 길이 막히기 시작하면 별 특별한 날이 아니여도 시내권을 빠져나오는데만 4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원래는 40-50분이면 족히 끝날 거리이다. 그런 꽉막힌 거리를 추적해 올라가보면 별거 아닌 원인이 자리해있다. 무리하게 껴들기를 해서 차선이 꼬여있다던지 유턴을 하려는 차와 진로를 방해하는 수많은 오토바이가 어지럽게 도로를 꽉 채우기도 한다. 그렇게되면 속절없이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누군가 나서서 교통정리를 시작해야 실마리가 풀려간다. ..
2016. 11. 7. 08:30 2016년 캄보디아
밖에 비가 온다. 내 느낌에 몇시간 째 오고 있다. 어제 하루종일 구름이 껴있더니 드디어 새벽에 빗물이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어제 쏟아져도 이상할 것 없을 정도로 구름이 많았고 바람이 불어댔는데 이제야 쏟아진다. 비도 쌓여야 쏟아지나보다. 구름 속의 습기가 가득가득 차올라서 잔뜩 무거워질 때 비가되어 쏟아지나보다. 사람의 감정도 마찬가지겠지. 어떤 감정들이 차곡차곡 쌓여서 해를 가리다가 더 차올라서 고형의 물질로 바뀌어 표출되는 게 아닐까. 이를테면 눈물이랄지, 분노랄지. 어제는 프놈펜 일일 자전거 여행을 떠났다. 프놈펜 시내를 벗어나 동북쪽으로 쭉 가다가 일본다리를 건너서 한참 올라다가보면 작지않은 섬과 연결해주는 배가 있다. 그 배를 타고 "꼬닥섬"이라는 곳에 도착해서 섬 한바퀴를 돌고 집에 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