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을 차리고 보니 12월이었다

   10월 말부터 멘탈이 붕괴되기 시작하더니 11월 한달간 정신없이 시간을 보냈고 길고 긴 터널을 지나 이제 12월이 되었다. 과도하게 많았던 업무가 종료되는 시점과 같다. 일은 마무리되었고 나는 본래의 멘탈을 되찾았다. 무작정 피하고 싶었고 도망치고 싶었지만, 끈질기게 자리에 앉아 내몫을 직면했다. 버텨낸 것만으로도 잘한거다. 

   매일 아침 글을 쓰기 시작한지도 거의 6주정도 되어간다. 되돌아보니 멘탈이 무너지기 시작했던 시기와 글을 쓰기 시작한 시점이 일치한다. 나는 살기 위해, 버티기 위해, 스스로를 추스리기 위해 그렇게 아침마다 글을 썼는지 모르겠다. 밖에다가는 쏟아내지 못할 온갖 감정을 마주하고 그 감정의 늪에서 벗어나기 위한 나만의 의식이었다.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그만큼 얻은 것도 많았다. 어찌됐든 힘든일을 경험했으니까 앞으로 닥칠 여러가지 시험에 예방주사를 맞았다고도 할 수 있겠다. 또, 나에 대해서 많이 알게됐다. 내 감정의 색깔이 어떻게 표현되는지, 나는 어떤 상황에서 특히 취약한지를 알게됐다. 내 약점을 들여다보는 건 괴로운 일이지만 적어도 스스로에 대해 더 잘 알게 되었으니 그건 값진 결과라고 생각한다.

   글쓰는 습관이 생긴것도 중요한 점이다. 이젠 눈을 뜨자마자 공책부터 찾는다. 떠오르는대로 생각나는대로 아무렇게나 적고 나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생각의 힘이 생긴다. 공책을 가지고 다니면서 생각나는게 있으면 바로 적기도 한다. 이제 바쁜일이 지나갔으니 종전에 썼던 것보다 훨씬 많이 써볼 생각이다. 몇주간 습관을 만들기 위해 아침에 썼던 것을 블로그에 올렸는데 이젠 그렇게 올리지 않아도 날마다 쓰고 있으니 그건 멈출 생각이다.

   남은 3개월을 어떻게 보낼까 생각해봤다. 캄보디아에 사는 것은 참 즐거운 일이다. 여러가지 일적인 일로 멘탈이 붕괴되어서 그것 때문에 몇달을 날려버리긴 했지만. 한국을 떠나 타문화권에서 신혼을 보내는 건 정말 행복하고 낭만적인 일이다. 결혼 초기에 한국에서 보냈던 시간보다 이곳에서 보내는 시간이 질적으로 좋다. 좋은 점이 참 많은 이곳을 떠나기 전, 남은 시간은 캄보디아 생활을 더 누릴 생각이다. 

캄보디아 껩(Kep)의 눈부시게 아름다운 바닷가

   캄보디아에는 아름다운 곳이 참 많다. 남은 3개월은 그 아름다운 곳을 사진으로 많이 담고 글로도 남겨보고 싶은 생각이다. 더 자세히 들여다보고 마음으로 남겨둬야지. 그렇게 남은 시간을 남편과 함께 잘 보낼거다. 여행으로는 볼 수 없는 일상적인 아름다움을 풍성히 채워가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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