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네시반에 알람없이 깨는 방법:: 일찍 자세요

짠. 매일밤 요리를 합니다.

어제의 저녁식사는 된장국. 요즘은 남편이 거의 매일 저녁상을 차려준다. 나는 이상하게 집에만 오면 무장해제가 되어버려서 몸이 노곤노곤해진다. 샤워까지 하고 나면 밥이고 뭐고 얼른 눕고 싶은 마음.

남편의 된장국에서는 시간을 들여 끓인 정성스러운 맛이 난다. 나는 뭐든지 빨리빨리, 요리도 빨리빨리 처리해버리는 스타일이다. 게임으로 말하자면 퀘스트를 완료하기 바쁘다고 할까. 남편은 조금 다르다. 요리하는 것 자체를 즐긴다. 채소를 씻고 예쁘게 다듬고 또 예쁜 모양으로 정갈하게 써는 과정 자체를 즐기면서 한다. 남편이 요리하는 모습을 보면 참 즐거워 보인다. 나는 복받은 여인이다.ㅋ

된장국에 두부를 넣고 남은 두부는 지져 먹기. 가운데 있는 꽃은 두부를 부쳐먹고 남은 계란을 얇게 지져 구겨넣은 거다. 보기도 좋고 맛도 좋다.

저녁 루틴

저녁 패턴이 자리를 잡은 것 같다. 퇴근후에 집에 오면 다섯시 반에서 여섯시 사이. 남편이 주로 요리를 하기 때문에 나는 아일랜드 식탁을 마주보고 앉아 조금 거들어주거나 JTBC 뉴스를 본다. 맛있게 한그릇을 비우고 잠깐 얘기를 나누다가 설거지를 하고 뒷정리를 하면 일곱시쯤. 얼른 씻고 침대에 누운다. 책을 읽거나 핸드폰으로 검색을 하다보면 졸음이 쏟아지는 때가 오는데 그때는 여덟시다. 보던 것을 얼른 침대 옆으로 치워두고 잠에 든다. 여덟시쯤.

진짜 잠도 많이 잔다. 여덟시에 자는 사람이 있을까 싶지만 내가 그렇게 잔다. 한참 자고나면 눈이 번쩍 떠지는데 새벽 네시반쯤. 며칠 전에는 세시 반에 일어난 적도 있다. 그때는 꽤 심란한 일이 있어서 잠을 설쳤긴 했었다. 아무튼 내가 잠에 들고 나면 남편은 두시간정도 혼자만의 시간을 갖게되고, 나는 아침에 일어나서 나만의 시간을 갖는다.


아침에 내가 하는일

아침에 눈을 뜨면 화장실에 한번 들르고 거실로 들어와 불을 켠다. 물컵에 물을 따라 한잔을 원샷하고 공책과 만년필을 꺼내 의자에 앉는다. 오늘의 날짜를 쓰고 떠오르는 대로 생각나는 대로 끼적이기 시작한다. 때로는 속상했던 일이 되기도 하고 걱정되는 일을 적기도 한다. 좋았던 일, 감사했던 일을 적을 때도 있다. 그렇게 시간 제한을 두지 않고 적어 나간다.

그 다음엔 성경책을 펼쳐 말씀을 읽고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들로 기도를 한다. 이것이 이렇게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램을 고백하기도 하고 나의 못난점이 부드러워지기를, 남편이 나와 함께 살면서 행복하고 만족하기를 기도한다. 부모님의 건강과 형제들의 건강, 친구들의 안녕을 바라는 기도도 덧붙인다.

나만의 시간을 보내고 나서 아침이 밝아오면 남편을 깨우기 위해 다시 침대로 기어들어간다. 웅크리고 자고 있는 남편을 꼭 끌어안아주고 작은 목소리로 아침을 알려준다. 몰래 볼에 뽀뽀도 해준다. 그런데 남편은 쉽게 눈을 뜨지 않아서 한 20분 정도를 그러고 같이 누워있는다. 남편이 잠이 깨면 씻고, 아침을 차려먹고 준비하고 함께 나간다. 7시 20분이다.

참 단순한 패턴이다. 어젯밤엔 누워서 나는 24시간을 어떻게 쓰나 생각해봤다. 10시간 정도는 출근해서 일하거나 왕복 이동하는데 쓰는 것 같고, 8-9시간 정도는 잔다. 3시간 정도는 남편과 함께 보내고 2시간은 나만의 시간으로. 그게 전부인 참 단순한 일과이다. 우리의 삶에 크고 대단한 문제나 테스크가 아직은 없기 때문에, 캄보디아라 가능한 일과이다.

만약 조금이라도 어려운 과제가 생긴다면? 이렇게 여유로운 패턴은 어려울거다. 그렇기 때문에 남은 시간을 감사하게 즐기려고 한다. 이렇게 둘만 오롯이 보내는 나날은 다시 없을수도, 아니 꽤 오랜시간 후에야 돌아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시간이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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