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남은 일주일, 아이들과 이별하기

   언제부터였을까. 시원하기만 했던 내 감정에 서운함이 끼어들어간 것은. 3주전까지만 해도 캄보디아를 떠나는게 후련했는데 완전히 헤어지려고 보니 아쉬운 마음이 든다. 사람 마음은 참 알다가도 모르겠다. 내 마음도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마지막 예배를 드리고나면 마음에 후련함만 남을 줄 알았더니. 순서가 끝나갈수록 여느 이별과 다름없이 약간의 쌉쌀한, 쓸쓸함같은게 느껴졌다. 그 감정은 그룹홈 아이들과 마지막 점심식사를 하기위해 럭키버거에 갔을 때까지 그대로 이어졌다. 좋은 아이들인데. 있는 동안 더 아껴주지 못한 게 아쉬워졌다. 아이들은 자기네들이 먹고 싶었던 햄버거를 맛있게 먹고 추가로 시킨 아이스크림까지 싹싹 비웠다. 자리에 앉은 지 40분이나 지났을까. 이제 애들은 집에 가고 싶은지 엉덩이를 들썩인다. 나는 아쉬운 마음을 감추고 쿨하게 마지막 인사를 하고 일어났다.

   여자 아이들하고 헤어지는 건 조금 힘들었다. 별 내색 없는 남자애들도 속으로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건 마찬가지다. 이 아이들이 그룹홈에서 사는동안 얼마나 많은 한국인 선생님들을 만나고 헤어졌을까. 정들면 가버리고 정들면 또 가버리고. 아이들은 강제로 이별을 경험했을 것이다.

   마음을 열었던 선생님들이 하나둘씩 떠나가면서 이 아이들은 마음둘 곳이 점점 사라져갔는지 모르겠다. 마음을 줘봤자 어차피 떠날 사람들이니. 나는 특히 닛에게 미안했다. 거의 매일 매일 피아노 레슨을 해주면서 정이 들었던 아이인데. 닛에게 마지막 포옹을 하면서 닛이 나와 헤어지며 느낄 감정을 굳이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느낄 수 있었다. '아..'하는 짧은 탄식 소리만 들어도 이 아이가 느낄 상실감이 전해져왔으니까.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도 있다고 스스로 위안을 삼았지만 지독히 어른 흉내를 내고 있다고 생각했다. 언제부터 이렇게 헤어짐을 쿨하게 여겼나. 내 품에 안겨 탄식만 내뱉던 닛의 슬픔이 돌아서는 길 내내 내 마음을 먹먹하게 눌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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