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캄보디아 이야기] 일일 헤어드레서

2016년 10월에 헤어드레서인 영주를 캄보디아에서 처음 만났다. 이런저런일로 거의 일주일이라는 시간을 우리 집에서 머물며 함께 보냈다. 그리고 고맙게도 영주로부터 헤어컷을 어떻게 하면 되는지 가이드라인도 받았고 직접 시술도 받았다. 

영주는 현재 헤어컷을 해주면서 세계 여행을 하는 중이다.


우리 부부 헤어컷을 해준 이영주 헤어드레서와 함께

그렇게 나의 투블럭 묶음머리는 완성되었다. 처음 시도하는 것이라 나조차도 내 모습이 어색하다.

그래도 전문가의 손길을 받아서인지 자신감 있게 다녔고, 점차 익숙해 졌다. 그렇게 한 달 쯤 지났을까, 연구소에 출근한 어느날 함께 일하는 젊은 현지인 친구가 내 머리가 멋지다는 말을 자꾸 한다.

영주한테 투블럭 가이드라인 교육(?)도 받았고 여러번 헤어컷을 해본 경험도 있어서 원하면 이렇게 해주겠다고 말했더니 본인은 하고 싶다고 한다. 말 나온김에 당장 하자고 해서 이튿날 바리캉(지은이가 선물해준)과 가위(아내가 선물해준)를 챙겨왔다. 

점심시간을 이용해서 정성을 다해 1시간 동안 커트를 해주었고, 커트를 하는 나도 즐거웠지만 헤어컷을 받은 친구가 마음에 들어해서 즐거움은 배가 되었다.

헤어컷 하기 전


영주가 알려준대로 잡은 투블럭 라인


내가 서툰 탓에 중간에 하얗게 파인 곳이 보인다.


집에 돌아가서 씻고 온 모습


점심시간이 끝나고 오후 업무를 위해 현지 직원들이 다시 모였다. 커트를 해주었던 친구는 집에가서 씻고 왔더니 훨씬 깔끔하고 보기 좋았다. 그 친구의 머리를 보더니 다른 친구가 자신도 똑같이 커트를 해달라고 한다. 업무가 많지 않았던 날이기 때문에 부담 없이 해줄 수 있었다.


커트 후 사진을 찍자고 하니 옷을 입고 찍어야 한다며 잠깐 기다리라고 한다. 그리고는 환하게 웃어주었다.

그렇게 투블럭을 한 명 더 하고나서... 

다른 친구가 찾아와서 본인은 가위와 숱가위로 커트를 해달라고 한다. 이건 솔직히 어려운 주문이었다. 난 전문가도 아니라 잘 못한다고 했더니 본인은 괜찮다고 한다. 다행히 일이 많지 않던 날이라서 오후 내내 헤어컷만 했고 가위로 하는 것은 시간이 오래 걸리다보니 퇴근 시간이 40분 가량 늦어졌다.


이미 끝난 자의 여유와 받고있는 자의 초조함


커트를 하는 동안 이웃 아주머니도 와서 구경을 한다. 이러다가 마을사람들을 다 해주게 되는건 아닌가 싶었지만 나의 손길은 세 명에게만 닿고 끝이 났다.


솔직히 어렵기도 했고 내가 만족할 만큼 잘 잘라주지 못했지만 현지 친구가 만족해 한 것만으로도 다행이다.


함께 일만 해왔던 현지 직원들에게 그동안 해준 것이 없었지만, 영주에게 받았던 것을 부족하지만 이렇게라도 나눌 수 있어서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Designed by CMSFactory.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