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12. 20. 11:53 2016년 캄보디아
짠. 매일밤 요리를 합니다. 어제의 저녁식사는 된장국. 요즘은 남편이 거의 매일 저녁상을 차려준다. 나는 이상하게 집에만 오면 무장해제가 되어버려서 몸이 노곤노곤해진다. 샤워까지 하고 나면 밥이고 뭐고 얼른 눕고 싶은 마음.남편의 된장국에서는 시간을 들여 끓인 정성스러운 맛이 난다. 나는 뭐든지 빨리빨리, 요리도 빨리빨리 처리해버리는 스타일이다. 게임으로 말하자면 퀘스트를 완료하기 바쁘다고 할까. 남편은 조금 다르다. 요리하는 것 자체를 즐긴다. 채소를 씻고 예쁘게 다듬고 또 예쁜 모양으로 정갈하게 써는 과정 자체를 즐기면서 한다. 남편이 요리하는 모습을 보면 참 즐거워 보인다. 나는 복받은 여인이다.ㅋ된장국에 두부를 넣고 남은 두부는 지져 먹기. 가운데 있는 꽃은 두부를 부쳐먹고 남은 계란을 얇게 지져..
2016. 12. 11. 16:50 2016년 캄보디아
정말 엉뚱한데, 캄보디아에 와서 갑자기 일본어 열풍이 불었습니다. 주말이면 그래서 저는 일본어 공부를 합니다. 남편은 지금 아이엘츠를 준비하고 있는 중이라 주말에 공부를 해야 하거든요. 남편 혼자 공부하게 내버려 둘 수는 없어서 옆에 앉아 저는 일본어를 공부합니다. 원래 일본어를 따로 배워본 적은 없습니다. 그냥 일본 영화를 즐겨 보는 편이에요. 특히 음식이 나오는 일본 영화를 좋아합니다. 리틀 포레스트, 카모메 식당, 안경, 해피해피 브레드 같은 영화는 빠지지 않고 봤어요. 영화를 볼때마다 일본어를 이해하면서 보면 참 좋겠다 싶었는데 이제야 그걸 실천에 옮기게 됐네요. 어떻게 언어공부를 시작해야할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한 것은 문장 외우기가 효과가 있다는 거에요. 중고등학교 시절 영어공부를 지문을 통째로 ..
2016. 12. 7. 13:34 2016년 캄보디아
10월 말부터 멘탈이 붕괴되기 시작하더니 11월 한달간 정신없이 시간을 보냈고 길고 긴 터널을 지나 이제 12월이 되었다. 과도하게 많았던 업무가 종료되는 시점과 같다. 일은 마무리되었고 나는 본래의 멘탈을 되찾았다. 무작정 피하고 싶었고 도망치고 싶었지만, 끈질기게 자리에 앉아 내몫을 직면했다. 버텨낸 것만으로도 잘한거다. 매일 아침 글을 쓰기 시작한지도 거의 6주정도 되어간다. 되돌아보니 멘탈이 무너지기 시작했던 시기와 글을 쓰기 시작한 시점이 일치한다. 나는 살기 위해, 버티기 위해, 스스로를 추스리기 위해 그렇게 아침마다 글을 썼는지 모르겠다. 밖에다가는 쏟아내지 못할 온갖 감정을 마주하고 그 감정의 늪에서 벗어나기 위한 나만의 의식이었다.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그만큼 얻은 것도 많았다. 어찌됐든..
2016. 11. 20. 08:53 2016년 캄보디아
푸에취! 재채기를 크게 한번 했다. 선풍기는 틀어놓고 이불은 안 덮은채로 잤다. 간밤에는 조금 추웠다. 나는 이불을 잘 안덮는다. 자꾸만 발로 차는 습관이 있다. 저녁에 잠들기 전에는 또 어찌나 더운지 최대한 얇은 옷을 입는다. 옷은 얇고 이불은 안덮고 새벽이 되면 이렇게 추위에 떠는 것이다. 비가 한바탕 쏟아질 예정인지 하늘이 꾸르릉거린다. 좀처럼 아침에 비가 오는 일은 없다가 왠일이지 싶다. 캄보디아의 길고 긴 우기도 끝나가고 건기가 오고 있는지 최근에 비가 많이 안왔다. 건기가 오면 다시 더워진다고들 한다. 그런것 같기도 하다. 저녁에는 보통 시원한데 요즘은 바람이 불지 않아서 꽤 덥다. 뭔가 캄보디아의 한여름이 지나가고 가을같은 선선한 느낌이 들긴 드는데도 덥기는 덥다. 요즘 한국은 춥나보다. J..
2016. 11. 19. 11:40 2016년 캄보디아
어제 나를 목적지에 데려다준 그 오토바이 아저씨는 참 친절했다. 가격 흥정을 하지도 않고 내가 제시한 가격에 고개를 크게 끄덕거려줬고 행선지가 맞는지 두세차례나 확인했다. 출발을 하는데 여느때랑 다르다. 천천히 간다. 많은 오토바이들이 우리를 앞질러갔다. 고가를 넘을때는 조심스럽게 살며시, 사뿐히 천천히 넘어간다. 바타낙 빌딩 근처에 오니까 징그럽게도 막히기 시작한다. 깜빡하고 출근할 때 마스크를 못썼는데 멈춰서 쓰기 어려운 깊숙한 곳에 쑤셔박아둔 것 같다. 매캐한 연기가 콧구멍을 찔러 머리가 아파온다. 순간 아저씨가 횡선지를 틀더니 왔던 곳으로 되돌아간다. 아저씨에게 이쪽이 아니라 저쪽이라고 손짓하자 돌아서가면 좋다는 손신호를 보여준다. 잉? 이번에는 가다가 멈춘다. 주머니안에 있는 휴대전화를 꺼내더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