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3. 24. 10:16 2017년 한국
우리 부부는 서울로 자리를 잡으면서부터 아니 내가 일을 시작하고 나서부터 잠에 드는 시간이 늦어졌다. 내가 하는 일이라는 것이 9시에 끝나는데 집으로 돌아와 씻고 아주버님 형님과 잠시 영어공부를 하고 나면 11시쯤 되기 때문이다. 잠에 들려고 누우면 일하면서 마신 커피의 영향인지 쉽게 잠이 오질 않는다. 그렇게 되면 남편과 나란히 누워 수다를 실컷 떠는 것이다. 창문 밖으로 가로등 불빛이 스며들어와 방안의 불은 꺼져있지만 약간은 불그스름하게 보였다. 도란도란 대화를 나누기엔 최적의 공간이었다. 어제 우리가 나눈 대화는 우습게도 유학 가는 것을 다시 뒤집어서 생각해보자는 것이었다. 왜 ‘우습게도’라는 표현을 쓰냐면 이미 이만큼이나 멀리 와버렸기 때문이다. 남편은 어찌됐든 회사 나가는 것을 그만뒀고 해커스 ..
2017. 3. 17. 09:31 2017년 한국
남편의 현재 상태. 덴마크 코펜하겐 대학교 농업개발 석사과정에 조건부 합격. IELTS 6.5의 점수를 6월초까지 내고 등록금을 내면된다. 이틀전에는 독일 호헨하엠 대학 석사과정에 원서를 썼고 거기도 IELTS 점수는 똑같다. 다른건? 등록금이 어마어마하게 다르지.덴마크는 1년에 2천만원이라는 어마어마한 학비가 들어가는데 독일은 4백만원?정도다. 처음에는 코펜하겐이 더 규모도 크고 농업분야에서는 연구도 더 활발히 하기 때문에 그곳에 우선순위가 더 있었는데 지금은 좀 현실적으로 보게 됐다고나 할까. (제발 독일 붙었으면 좋겠다는..)이건 내가 지금 카페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현실 감각이 더 생겼기 때문이라고 얘기할 수 있다. 아르바이트 하기 전에는, 가서 내가 접시닦이라도 하면서 생활비 벌지 뭐, 라고 호기..
2017. 3. 14. 22:24 2017년 한국
카페 일을 하면서 내 인생 스물 아홉 먹도록 행주를 제대로 빨아본적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행주를 빨때는 어떻게 해야하는지 나는 알지 못했다. 어설프게 물을 묻혀 목적없이 조물조물대는 나를 보고 일을 알려주는 언니는 한숨을 푹 쉬었다. "일 해본적 없구만."하핫. 어색하게 웃어넘기기엔 처음해보는게 너무 많았다. 이것도 어색, 저것도 어색. 나중엔 언니에게 미안해질 지경이었다. 세상에 쉬운 일이 하나도 없다던데 그말이 딱 맞다. 모든 일을 배우는데는 시간이 걸리고 그래서 전문가는 괜히 있는게 아니다. 행주를 빨면서 이것도 시간이 필요한 일인 것을 깨닫는다. 아무리 쉬워 보이는 일이라도 쉬운게 하나도 없는거다.보는거랑 직접 해보는거랑 또 다르다. 언니가 행주를 빨 때의 손놀림을 지켜봤다. 길쭉하게 행주..
2017. 3. 13. 22:49 2017년 한국
그동안 카페를 수없이 많이 드나들었지만 데스크 앞에 서있어만 봤지 한번도 안에 들어가 본적이 없었다. 뭐든지 처음하는 일은 긴장이 되는 법. 첫날은 당연히 멘붕이 왔다. 손님들은 길게 줄 서있지, 주방에선 한치의 동선 어긋남도 없이 효율적인 움직임들로 가득하지, 나는 어느것 하나 제대로 할 줄 아는게 없지, 멘붕에 멘붕이 아닐 수 없다. 때로는 그냥 내가 가만히 서 있어서 동선에 방해되지 않도록 있는 것이 도와주는 것이기도 했다. 그만큼 데스크 안은 전쟁이었다.첫날 나는 계산대 앞에서 주문을 받으며 메뉴에 적응하기로 했다. 그 자리에 서서 주문 받는게 제일 쉬운 일일테도 여지없이 허둥대는 나를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도와준다. 따뜻한 라떼를 아이스라떼로 주문받아놓고 나도 손님도 당황해하는데 사장언니만 평정..
2017. 3. 12. 22:26 2017년 한국
우리는 다시 한국에 왔다. 캄보디아로 떠나기 전 신혼집을 다 처분하고 왔기 때문에 이제 정말 집이 없어서 움직이는 중이다. 도착하자마자 시댁인 완도를 찍고 친정집 나주 찍고 서울로 왔는데 당분간 아주버님과 형님댁에 신세를 지기로 했다. 당분간으로 하려고 했던게 세달쯤 연장이 된 건 3월 1일. 우리의 새로운 행선지가 정해졌기 때문이다.캄보디아에서 근무하면서 박군은 유학을 가기로 결심했고 어디로 가야할지 학교를 알아보기도 했다. 한국 오기 직전 1월쯤 덴마크 코펜하겐 대학교에 먼저 지원했는데 합격 통지를 받게 된 것이다. 얼떨떨... 우리는 이제 어떻게 되는 거냐고 서로를 마주보면서 대책없이 웃었던게 벌써 10일 전이다.지금은 열심히 장학금을 알아보는 중이다. 사실 덴마크 석사 유학생에게 학비 전액면제에 ..
2017. 3. 4. 16:37 2016년 캄보디아
꼭 돌아오지 않을 것만 같았던 귀국일이 왔고 남편과 나는 양손과 양 어깨에 짐을 가득 가지고 한국에 도착했다. 마지막으로 프놈펜을 등지고 공항에 들어갈 때까지만 해도 정말 이렇게 가는건가 싶었는데 일주일이 지나고 보니 캄보디아가 아득히 멀게 느껴진다. 1년간 캄보디아에 살면서 무엇을 얻었고 무엇을 잃었을까? 이것은 내가 가장 좋았던 점이나 마음에 들지 않았던 점으로도 말할 수 있다. 동전의 양먼처럼 극적으로는 좋으나 또 좋지 않은. 캄보디아의 기억이 더 흐려지기 전에 생각나는대로 적어볼까 한다.다시 한국으로..1:: 누군가의 내가 아닌 나만의 나로서의 24시간 캄보디아에 오면 일단 첫번째로 느끼는 게 있다. 바로 시간이 많다는 점이다. 한국에서의 시간의 흐름과 분명 다르다. 특히 할 일도 만날 사람도 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