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11. 18. 15:02 2016년 캄보디아
휴일은 순식간에 지나가버렸고 이제 출근을 해야한다. 오늘까지 쉬게 해주면 좋으련만 그건 내 입장이고. 이제부터 2주간 또 달리겠다. 혼자서 놓치면 안될 일들이 많아 겁먹지 말자고, 잘 할 수 있을거라고 스스로에게 얘기한다. 심지어 여유롭게 할거라고 스스로에게 다독인다. 일이 많다고 문제가 되진 않을거다. 아침에 글을 쓰면서 스스로에게 말을 거는 횟수라고 해야할까 그런 것들이 늘어났다. 내가 걱정하고 있는 문제에 대해 괜찮을거라 얘기하고 나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를 덧붙이기도 한다. 내가 나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 하루 중 오롯이 나하고만 대화하는 시간이 있다는 것은 은밀한 기쁨이다. 이런 아침시간이 좋아서 새벽에 일어나는 것도 꽤 기분좋다.* 핸드폰이 나에게 무슨 기능을 해주는 걸까 고민해보고 있는 중이..
2016. 11. 17. 21:00 2016년 캄보디아
나부가 바람부는 방향을 따라 흔들리고 있다. 아래쪽 나무의 잎사귀는 큰 물결을 이루며 흔들어대는데 조금 더 키가 큰 나무의 잎은 얌전하게도 너울댄다. 바람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바람이 지나간 흔적으로 그것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나무가 저 자리에 서서 바람을 보여주고 있다. 아침부터 왠 바람타령. 오늘은 날씨가 참 맑으려나보다. 바람도 적당히 불어오고 하늘은 연한 파란색이다. 빨래를 널면 잘 마르겠다. 글쓰기가 마무리되면 세탁기를 돌리고 와야겠다. 어제까지 잘 쉬었는데 오늘 하루 더 휴일이라 행복하다. 이렇게 오래 쉬기는 다시 없을 예정이라 이 휴일이 더 소중하다. 이제 넉넉히 백일 쯤 남았다. 캄보디아를 떠나면 다시 올 일이 있을까? 남은 시간 아쉬워지지 않도록 더 이곳을 느끼고 마음에 담아두고 ..
2016. 11. 16. 09:29 2016년 캄보디아
사람은 꿈꾸는대로 살 수 있을까? 바라는대로 살 수 있을까? 예전에 이런 제목의 책이 열풍을 분적이 있었다. 이라는. 뭐든지 잘 될것이라는 긍정이 궁극의 답이라는 식의 책이고 아주 유명한 미국의 목사가 글을 썼다. 무조건 된다고 했더니 진짜 잘된 사례말고 나는 어떤 메커니즘을 알고 싶다. 왜? 어떤 방식으로 혹은 어떤 시스템으로 바라는대로 살게 되는걸까? 이런 질문에 답하려면 빼놓지 않고 나오는 얘기가 있다. 마음과 행동을 수정하면 실제로 결과가 달라진다는 설이다. 과학적으로 어떻게 검증이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자기계발서의 대부분 내용이 이런 말을 하고있다. 한동안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라 자리를 지킨 이지성작가의 을 펴봐도 '그저 마음만 강하게 먹으면 꿈은 이뤄진다'고 말한다. '진심으로 그렇게 느끼고 ..
2016. 11. 15. 09:01 2016년 캄보디아
물건을 사는 것은 쉽지만 꼭 필요한 것만 사기는 더 어렵다. 근래들어 나는 미니멀리즘, 미니멀리스트 같은 키워드를 검색하면서 유투브 영상을 봤다. 사람들은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몇가지 물건을 보여주기도 하고 자신의 가치를 카메라에 호소하기도 했다. 저렇게 적은 물건으로도 사는구나 싶으니꺼 새삼 내가 거진게 캐리어 하나에도 다 들어가지 못할 정도로 차고 넘친다는 사실을 느꼈던 것 같다. 그런데도 나는 물건을 계속 산다. 최근에는 2017년도 다이어리를 샀고 어제는 텀블러 콜드컵을, 민무늬 검정색 회색 반팔 티셔츠도 두장이나 샀다. 남편이 진지하게 물어본다. "옷장을 비운다더니 거기에 옷을 사서 더한다는 뜻이였어?" 옷장의 규모를 줄이고 싶어서 여기저기 나눔을 하더니 티셔츠를 다시 사는 나를 보고 남편은 황..
2016. 11. 14. 08:00 2016년 캄보디아
눈을 떴는데 새벽에 비가 많이 쏟아졌는지 안방과 거실 바닥에 물이 들어와있다. 꽤 많은 비가 방을 어지럽혔지만 이제 놀라지도 않는 걸 보니 이곳 생활에 적응했나보다. 어차피 두면 금방 마른다. 신경 안써도 된다. 창틀에 빗물이 송골송골 맺혀있다. 창문이 땀일도 흘리는 것같이 보인다. 창틀 너머로 참새들이 지저귄다. 작은 몸에 쉼없이 움직이는 모습이 귀엽다. 도도도도하고 자기 몸을 긁어댈땐 몸에 진동이 켜지는 것만 같다. 즐겁게 바라보았던 두마리 참새가 바닥으로 추락하듯 시선에서 사라졌다. 창문으로 제법 쌀쌀한 바람이 들어온다. 어제 그룹홈 아이들을 인솔해서 끼리룸 자연 공원(Kirirom National Park)에 다녀왔다. 공원이라고 해서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공원을 떠올리면 안된다. 넓게 펼쳐진 푸..
2016. 11. 13. 08:45 2016년 캄보디아
토요일, 황금 주말의 시작인데 일찍 일어났다. 그룹홈 아이들을 인솔해서 계곡에 가는 날이기 때문이다. 7시에 센터에서 출발하려면 집에서 6시 20분에는 나서야 한다. 가는 길만 2시간이 넘는 꽤 먼길이다. 물축제 기간이 시작되어 길이 막힐까봐 걱정이 된다. 캄보디아에서 한번 길이 막히기 시작하면 별 특별한 날이 아니여도 시내권을 빠져나오는데만 4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원래는 40-50분이면 족히 끝날 거리이다. 그런 꽉막힌 거리를 추적해 올라가보면 별거 아닌 원인이 자리해있다. 무리하게 껴들기를 해서 차선이 꼬여있다던지 유턴을 하려는 차와 진로를 방해하는 수많은 오토바이가 어지럽게 도로를 꽉 채우기도 한다. 그렇게되면 속절없이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누군가 나서서 교통정리를 시작해야 실마리가 풀려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