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의 첫 하이파이브

요즘에는 자기 전에 스도쿠를 한 문제 풀거나 파리에서 사온 안네의 일기 영문판 몇 쪽을 읽고 잠자리에 든다. 자기 전에 핸드폰을 보다 자지 않겠다는 굳은 결의를 한 게 몇 주 전이었던 것 같다. 아직까진 그럭저럭 잘 지켜지고 있는 샘이다. 

태담을 하려고 시도해볼 때도 있다. 매일은 솔직히 무리고 가끔씩 생각이 날 때마다 남편이 동화책을 읽어준다. 나도 딱히 동화책을 읽어주는 건 해본 적이 없고 오늘은 누굴 만났어, 오늘은 뭘 했어, 넌 괜찮았니, 이런 식의 짧은 대화를 나누고는 '잘자. 내일도 멋진 하루가 될거야' 하는 식의 덕담을 던지고는 곧바로 잠에 든다.

하루는 침대에 누워 스도쿠를 풀고 있는데 배에서 꿀렁! 하고 강한 태동이 느껴졌다. 이걸 뭐라고 설명해야 하나. 물고기가 파닥! 거리는 것 같기도 하고 장이 꿀렁! 거리는 것 같은 강한 느낌이다. 나는 너무 어이가 없기도 하고 신비롭기도 하고 놀라기도 해서 하던 일을 멈추고 배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희망아, 거기서 방금 움직였어?" 했더니 한번 더 꿀렁! 

너와 우리의 첫 하이파이브!

얘 봐라? 너무 신기하고 또 황당해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남편이 곧바로 안방에 들어오길래 나는 웃으며 희망이랑 방금 인사했다고 증언했다. 이번에는 남편의 차례. "희망아, 아빠야. 잘 놀고 있었어?" 했더니 배를 감싸는 남편의 손바닥에 진동이 전달되도록... 꿀렁! 거린다. 우리는 동시에 서로를 쳐다보았다. 기이하고도 경이로운 경험을 공유했다.

한번도 만나보지 못했지만 앞으로 매일 보게 될, 우리 부부의 생활에 전환점이 될 존재와의 첫 하이파이브. 경이롭고 신비로운 감정 너머에 네가 있다. 쌀알만한 크기에서 무럭무럭 자라 이젠 힘있게 세상에 존재를 알리는 너. 우리는 네가 참 궁금하다. 넌 어떤 아이일까, 우리를 닮았을까, 너와 함께하는 삶은 어떨까. 모든 것이 미스터리에 베일에 감싸여져 있다. 개봉은 내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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