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육아일기) 수유를 하면서

네가 엥-하고 낑낑대는 소리를 낸다. 거실에 있던 나는 부리나케 발걸음을 낮춰 안방의 방문을 열어본다. 왼쪽으로 오른쪽으로 바쁘게도 너의 머리는 움직인다. 나는 내 모습을 보이고 미소를 지으며 너를 진정시킨다. 울음 소리는 점점 커져간다. 가녀린 너의 팔이 허공을 바쁘게도 젓는다.

나는 톡하고 수유나시의 끈을 풀어 가슴을 내어놓는다. 너를 들어 무릎에 놓았을 때 너는 바빠진다. 젖냄새를 맡은 너는 입을 오무린다. 너는 배고픔에 충실하게도 나에게 매달린다. 꼬물거리는 손은 가슴과 나시와 끈을 훑고 지나간다. 가지런히 뻗은 두 다리는 어느새 나의 팔을 끼고 자리를 찾는다. 꿀꺽꿀꺽 넘어가는 목구멍. 푹 파진 보조개. 내 몸의 무언가가 너에게로 이동한다.

젖 먹을 때 하니의 모습은 한없이 사랑스럽고 형언할 수 없이 예쁘다. 나는 그 순간이 너무도 황홀해서 이 순간이 영원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매번 수유할 때마다 어김없이 찾아오는 감동 때문에 머리털이 쭈뼛 설 지경이다. 하니는 참으로 따뜻하고 그 꼬물거리는 손으로 나의 나시티를, 가슴을 만지작댄다. 하니의 한쪽 다리는 팔 바깥으로 걸쳐 있다. 눈을 감고 젖을 오물거리는 모습은 영원히 잊고 싶지 않은 기억이 될 것만 같다. 

아기에게 젖을 먹일 때 아기는 다시 나와 연결된다. 아기새가 어미새에게 입을 벌려 먹을 것을 요구하듯이, 젖을 먹을 때 아기는 나에게 전적으로 의지한다. 빨려들어가는 느낌 속에서 내 몸은 아이에게 완전히 열리고 아기는 다시 나의 일부가 된다. 더 주지 못해 아쉬운 나와 부족한 듯 입을 떼어버리는 너. 젖먹기는 어느새 멈춘다. 그 신비가 경이로운 일이라서, 우리는 세상의 유일한 모녀인 듯 새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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