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육아일기) 아기 4개월까지, 그간의 근황

백일 아기와 시댁식구들과의 유럽여행

아홉 분의 시댁 식구들이 독일을 방문하게 되어 여행 준비 차 정신없이 6월 한달을 보낸 것 같고 7월은 2주간 여행, 남은 2주는 정신적 육체적 피로를 씻기는 데 다 가버린 듯 하다. 하니는 할아버지와 할머니, 큰아빠 큰엄마와 사촌오빠, 고모할머니들과 고모부할아버지, 삼촌할아버지 등등등...... 실로 많은 친지들의 축하 속에 백일도 맞이했다. 사진을 꼭 남기고 싶었던 내 바람대로 셀프 백일상도 성공적이었다. 여행 중에 어른들 모시고 백일상을 치르기가 생각보다 성가시고 어려운 일이었지만 그럼에도 사진을 찍고 남기니 어찌나 마음이 흡족하던지.  

갓 백일이 넘은 아기와 함께 2주간의 독일, 스위스 여행이라. 여행이라고 말하기는 조금 거창하다. 남편은 가족들을 모시고 가이드에 나섰고 나는 주로 하니를 보며 숙소에 있거나 집에 있었으니까. 그렇다고 집처럼 편안했던 것은 아니었기에 어쨌든 여행은 여행이다.

스위스에서 5일은 인터라켄 주변 Beatenberg에 있는 숙소에서 하니와 23개월 조카를 포함한 무려 12명의 식구들이 함께 음식도 해먹고 수다도 떨고 재밌게 지냈다. 독일에서는 아버님과 어머님, 형님 아주버님과 조카가 우리집에 함께 묵으면서 근교 여행을 다니셨고 나는 하니와 집에 있었다.

장거리라고 할 만한 곳이 노이슈반슈타인 성이 있는 슈방가우와 스위스 인터라켄이었는데, 아기를 데리고 장시간 차를 타는 것이 정말 쉽지 않았다. 나는 모유수유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동 중에 수유를 하기가 무척이나 곤혹스러웠기 때문이다. 뜻하지 않게 여행 첫날, 슈방가우로 향하던 렌터카가 교통사고를 당하기도 했던 터라 더더욱 이동 중 카시트에 아기를 묶어놓을 수 밖에 없었다. 사고는 언제 어디서 어떻게 일어날 지 모르니까.

배가 고픈 아기는 잠들지 못해 울고, 나는 허리를 과하게 숙여가며 우는 아기를 달래며 함께 탄 시어른들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었다. 하다못해 결국에는 액상분유를 잔뜩 사놓고 물리고, 다 먹지 못해 버리고 물리고 버리고를 반복해가며 겨우겨우 목적지에 도착하곤 했다. 더이상 들어갈데도 없이 홀쭉해져버린 하니의 배를 보고 속에서 어찌나 천불이 나고 열이 뻗치던지 방문에 틀어박혀 울음을 삼키기도 했다. 스스로 풀고 나오기가 얼마나 뻘쭘하던지.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니 피식 웃음이 나온다.

그리기 취미를 만들어 보려고 그려봤다. 분유로 보충하는 오늘의 하니.

하니에게는 여행 후 체중 회복을 위해 분유를 드립다 물리고 있는 중인데, 그것도 잘 먹히지가 않아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아기 젖먹이는 일이 이렇게 어려울 줄이야. 요즘엔 잠투정이 늘어 잠도 쉽게 들지도 않고 자다 깨서 수유하는 횟수도 늘었다. 백일의 기적이라는 말이 있던데, 나에게는 백일의 기절인 듯 하다. 

Designed by CMSFactory.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