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육아일기) 5개월 아기의 일상

모든 아기들이 그러하듯 하니의 아침 일과는 간단하다. 5시 반이나 6시쯤 기상하면 분유를 먹고 놀기 시작한다. 우리가 일어나기 전에는 혼자 옹알이를 하며 놀다가 우리가 일어나면 품에 안겨 집안 곳곳을 관찰하는 편이다. '네가 자고 있어도 집안은 하나도 변한 게 없어. 어제 하니가 잘 때 아빠 엄마는 무엇 무엇을 했어."라며 엄마 아빠의 보고를 듣는 식이다.

거실과 복도, 주방과 작은방을 돌고 다시 안방에 들어오면 옷장에 붙어있는 큰 거울을 보여준다. 하니는 팔을 뻗어 옷장 문을 여는 동작에 푹 빠져있다. 지칠 때쯤 다시 침대에 눕혀 노래를 불러주거나 비행기를 태워주기도 한다. 그러다가 일어난 시간으로부터 1시간 반이나 2시간이 되면 다시 침대에 눕힌다. 하니는 졸리면 손으로 눈을 비비거나 하품을 하기 때문에 신호가 오면 바로 눕힌다. 몇 번 토닥이다가 방문 밖으로 나가버린다. 그리고 우리는 아침 식사를 준비한다. 8시 반이나 9시 사이에 빵을 구워 먹는다.

하니가 낮잠을 자고 일어나면 똑같이 <먹이고-놀다가-재우는 패턴>이 반복된다. 오전에 두 번 정도 이 패턴이 돌아가고 오후에 또 다시 두세 번. 이렇게 하루의 일과는 저녁 6시를 기점으로 마무리된다. 고백하건대 이렇게 규칙적이었던 날은 매우 적었다. 기상시간만 해도 어떤 날은 5시, 어떤 날은 5시 반, 6시, 6시 반, 7시. 정해지지 않았다. 낮잠도 마찬가지다. 유독 안 자려고 버티는 날들이 있는가 반면에 눕히기만 했는데도 바로 곯아떨어지는 날도 있다. 

정답을 알려줘 하니야!

남편과 나는 하니가 6주를 넘어가면서부터 '잠은 등을 대고 잔다'는 주의라, 일단 울어도 등을 바닥에 대고, 잠도 등을 바닥에 대고 자야 한다고 보고 있다. 그래서 잠투정을 해도 최대한 듣는둥 마는 둥 하고 있는데 어떤 날은 정말 괴로울 정도로 크게 울어 안아 달래기도 한다. 이게 참 어렵다. 아이를 어떻게 재울 것인지. 

이런 날들이 반복되다보니 울음소리를 듣고 참을만하면 (너무 고통스러운 울음이 아니라면) 눕혀서 잠투정을 하도록 놔두는 편이다. 잠투정의 끝은 결국 잠이다. 하니는 고개를 왼쪽으로 획 젖히고 왼쪽 엄지 손가락을 맹렬히 빠는 것으로 무의식에 세계로 들어간다. 손빨기는 하니가 찾은 잠 위안제다.

이러한 처사가 옳은 것인지 우리도 잘 모르겠다. 이렇게 하는 게 좋더라 저렇게 하는 게 맞다더라 이런 정보들은 차고 넘친다. 결국 부모가 선택하고 부모가 하는 일이다. 정답이 없는 것이 육아인데, 그럼에도 잠투정이 심한 날에는 '이렇게 하는 게 맞을까?' 혹은 '우리가 하니에게 너무 심한 것이 아닐까'하는 불안감이 솟구칠 때가 많다. 많이 안으며 재우지 않았다는 미안한 마음이 한편에 자리 잡고 있다. 그 마음에 일단 하니가 눈을 떴다 하면 쏜살같이 달려가 눈 맞춤부터 해준다. 많이 안아주고 잘 놀아주려고 한다. 

육아가 어느정도 안정을 찾고 익숙해졌다고 하지만 동시에 민감성도 잃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익숙해지면서 놓치는 나의 실수, 내 매너리즘도 많이 생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육아는 항상 우리의 방식이 맞는지 고민하고 남이 하는 방법을 흉내도 내보며 이 모든 것을 아이와 맞춰가는 과정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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